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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23

2024, 총독의 소리 - ‘패전으로 형성된 질서 부인’의 한길로 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쥬 (2) 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08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유령 .. 2024. 3. 17.
[오늘] 미라이 마을에 대한 미군의 보복, ‘학살과 초토화’ [역사 공부 ‘오늘’] 1968년 3월 16일 – 미군, 베트남 미라이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 전쟁은 병사들이 수행하지만, 민간인들이 희생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사실이 민간인의 희생을 정당화하거나 가해 사실을 면책해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쟁 중 민간인 희생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병사들이 자행하는 민간인 학살이다. 특히 베트남전쟁에서는 군인들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 적지 않았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 1968년 3월 16일 남베트남 미라이에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대량 학살이다. 이 사건에서 347명에서 504명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는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었으며 상당수는 여성과 아동이었다. 희생자 가운데 성폭력이나 고문을 당한 이도 있었고, 시체 중 일부는 절단된 채 발견되었다. 이 .. 2024. 3. 16.
[오늘] 85세 이승만의 노욕, 민주주의를 유린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60년 3월 15일, 전대미문의 추악한 부정선거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 사건도 바래어간다. 그 퇴색은 반드시 현재 시각과의 시차에 따르지는 않는다. 사건의 규모나 영향력, 사건의 성격과 범위가 전국을 포괄하는가, 지역에 한정되는가도 변수다. 어떤 것은 잊히고 어떤 것은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바래어가는 역사, ‘3·15부정선거’ 아무리 전후 세대라 하더라도 6·25 한국전쟁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4·3항쟁이나 5·18민중항쟁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거나 왜곡된 형태로 이해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건의 전국적 성격을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지역적 범주로 이해하고자 하는 정치 사회적 의도가 개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었던 4·19혁명이나 1987년 6월.. 2024. 3. 15.
“‘잘난 체’하며 낙지를 ‘통째로’ 삼키더니 ‘앉은 채’로 기절했다.” 의존명사 ‘체’와 ‘채’, 그리고 접미사 ‘째’ 언젠가부터 사과를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 버릇을 들이고 있다. 사과를 깎는 게 성가시기도 하지만, 아마도 사과 껍질을 깎아내고 먹는 데는 우리나라뿐이라는 걸 새삼 확인하면서다. 물론 농약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리 영농 관행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하다. 사과 껍질에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데다 껍질째 먹으면 항산화 효과 8배라고 하니 잔류 농약만 잘 씻어내면 깎지 않고 먹는 건 괜찮은 선택이다. 과일은 대부분 껍질을 벗기고 먹지만, 껍질은 과육을 보호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어서 거기에도 영양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접미사 ‘-째’ ‘껍질째’에 쓴 ‘-째’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므로.. 2024. 3. 14.
[순국(殉國)] 임정 주석 이동녕·민족해방운동가 김마리아 떠나다 [순국(殉國)] 1940년 3월 13일, 이동녕 치장에서 급성폐렴으로 스러지다 1940년 3월 13일, 임시정부 17대 주석 석오(石吾) 이동녕(李東寧, 1869~1940)이 쓰촨성(泗川城) 치장(綦江)에서 급성폐렴으로 순국했다. 1910년 서간도로 망명한 지 서른 해, 임시정부 수립 이후 풍찬노숙한 세월 스물한 해, 그는 생애 네 번째로 내각 수반을 맡아 분투 중이었다. 이동녕은 구한말 독립협회에 가담해 구국운동을 전개한 이래 임종의 순간까지 독립 전선에 있었다. 그는 독립군을 양성하는 서간도 신흥(무관)학교의 초대 교장이었고 이상설, 이동휘 등과 함께 대한광복군 정부(1914)의 주역이었다. ‘무오독립선언’(1918)에 참여했고, 1919년 상하이 임정 수립 때는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이었다. 11대(.. 2024. 3. 13.
한국, ‘독재화’로 민주주의 뒷걸음질(민주주의 리포트 2024)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로 소개됐던 한국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4년 스테판 린드버그가 설립하여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ariety of Democracy, V-dem)가 공개한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다. [관련 기사 : 국제연구보고서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한국, 자유 민주주의 지수 순위 47위로 하락 한 마디로 회복세로 보이고 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하락세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 민주주의 지수’에서 0... 2024. 3. 12.
[오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기업인 유일한, 돌아가다 [역사 공부 ‘오늘’] 1971년 3월 11일,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별세 1971년 3월 11일, ‘버들표’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柳一韓, 1895~1971)이 온 곳으로 돌아갔다. 향년 76세.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였다. 그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기업경영으로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민족 기업가였고 미 육군 전략처(OSS) 한국 담당 고문으로 활약한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또 기업 이익을 사회 환원에 환원하고자 유한공고와 유한전문대학을 세운 교육가였고,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던 사회사업가였다. 자수성가한 평양의 재봉틀 판매상이었던 그의 부친은 독실한 개신교도로 미국 감리교에서 조선인 유학생을 선발한다는 말을 듣고 1904년, 9살짜리 큰아들 유일.. 2024. 3. 11.
매화는 언제 피었나, ‘꽃 피는 때’ 맞추기는 참 어렵다 경남 양산시 원동 ‘매화 축제’ 시작 ‘하루 전’ 나들이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망설이던 봄나들이를 매화 구경으로 튼 것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서 열리는 ‘매화 축제’ 관련 기사를 읽고서였다. 축제는 9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데, 2개 주의 주말(9·10일, 16·17일)에는 특별열차까지 편성 운영한다는 거였다. 축제를 찾아 사람에 치이고 싶지 않아서 주말을 피해 가볼까 했지만 아뿔싸, 거기까지 가는 기차는 새벽에 1대, 그리고 오후에 두어 대가 있을 뿐이었다. 봄나들이로 경남 양산 원동의 매화를 찾다 고민 끝에 일단 토요일인 16일 9시 기차로 갔다가 3시 기차로 오는 표를 미리 샀다. 그런데, 원동 매화를 미리 보고 온 유튜버들이 올린 영.. 2024. 3. 10.
[순국(殉國)]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서거 1938년 3월 10일, 도산 안창호 병보석 중 타계하다 1938년 3월 10일, 도산(島山) 안창호(1878~1938)가 경성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간 경화증으로 파란 많았던 우국의 삶을 마감했다. 그는 1937년 6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복역하다가 같은 해 12월에 병으로 보석 되어 요양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향년 60세. 도산은 평안남도 강서 출신이다. 어려서 한학을 배우다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상경하여 언더우드(Underwood, H. G.)가 경영하는 구세학당(救世學堂)(밀러학당, 통칭 언드우드학당)에 입학, 3년간 수학하며 기독교 세례를 받았고 서구문물과 접하게 되었다. 1897년 독립협회에 가입하여 평양에서 관서지부 조직을 맡게 되었다. 이때 평양지회 결성식이 열린 평.. 2024. 3. 10.
[오늘] 공병우, ‘세벌식 글자판’ 통일 못 이루고 떠나다 [역사 공부 ‘오늘’] 1995년 3월 7일, 한글 운동가 공병우 박사 타계1995년 오늘(3월 7일)은 유명 안과 의사이자 한글 운동가 공병우(公炳禹,1906~1995) 박사가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9세. 안과의사로 특이하게 한글 전용 운동과 한글 기계화와 전산화에 크게 이바지한 공병우는 유언도 남달랐다.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 쓸 만한 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남은 시신도 해부용으로 기증하라. 죽어서 땅 한 평을 차지하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 콩을 심는 게 낫다. 유산은 맹인 복지를 위해 써라.” 장례 후, 유족들은 후진들의 의학 교육에 도움을 주라는 유지에 따라 그의 시신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하였다. 그는 죽어서도 자신의 몸을 후학들의 .. 2024. 3. 7.
‘임신 중지’ 관련한 두 나라의 풍경 : 한국과 프랑스 ‘2024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으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세계 여성의 날’(또는 국제 여성의 날, International Women’s Day)은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9년 사회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정치적 행사로 시작되었고, 1910년 클라라 체트킨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에 의해 세계적 기념일로 제안되었다. 1910년 제안 뒤, 1911년에 첫 ‘ 세계 여성의 날’ 행사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 1857~1933)은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여권운동가로 1892년 사회주의 여성잡지인 을 창립.. 2024. 3. 7.
‘피의 일요일(1965)’, ‘셀마 몽고메리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어밀리아 보인튼 로빈슨 부부의 ‘흑인 투표권 쟁취 투쟁’ 1950년대 이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에서 앨라배마주의 주도 몽고메리(Montgomery)는 기억되어야 할 도시다. 미국 의회가 ‘현대 민권운동의 어머니’라는 찬사를 바친 로자 파크스(Rosa Lee Louise McCauley Parks, 1913~2005)가 주도하여 흑인들의 집단 파업과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인 곳이다. 이 운동은 1955년, 몽고메리의 백화점 재봉사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한 데서 비롯되었다. 인종 차별법 짐크로우법에 의해 그녀가 경찰에 체포됨으로써 촉발된 이 1년여에 걸친 저항은 이듬해 ‘버스의 인종 분리가 불법’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승리를 거두면서 몽고메리 버스 .. 2024.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