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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행복한 책 읽기125

연암 박지원의 ‘열하 투어’는 반쪽짜리였다? [서평] 김태빈의 북경 한국국제학교에 파견되어 세 해 동안 현지 한국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돌아온 현직 고교 교사가 책 한 권을 냈다. 라는 다소 기다란 제목의 이 책은 부제가 ‘물음표와 느낌표로 떠나는 열하일기’다. ‘연암’에다가 ‘열하일기’와 ‘답사’가 나왔으니 이 책의 얼개는 눈치채고도 남겠다. 지은이 김태빈 교사는 2013년부터 북경에서 머물면서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연암과 다산, 추사를 공부하며 글을 써온 이다. 그의 블로그 ‘김태빈의 공부’에는 그 ‘공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그는 연암의 ‘길 위의 삶’에 주목해 연행의 노정과 열하, 북경의 관련 유적지를 여러 차례 답사했다. 2014년에는 자기 반 아이들과 함께 연암의 연행 노정 전체를 답사했다. 북경에서 산.. 2021. 10. 18.
안상학 사화집 <시의 꽃말을 읽다> [서평] 안상학 사화집 안동의 안상학 시인이 책을 냈다. 지난 9월 중순께 지역에서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연다는 시인의 전갈을 받았지만 나는 다른 일 때문에 거기 참석하지 못했다. 북 콘서트는 책에 시가 실린 시인 몇이 손수 자기 시를 낭독하고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사였는데 보지 않아도 지역의 지인들로 성황을 이루었을 것이었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서 시인이 서명한 책을 등기로 받았다. 마땅히 먼저 사서 읽고 뒤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편하게 앉은자리에서 증정본을 받게 된 것이다. 시인은 1988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시집 (1991)를 냈다. 그리고 10년 후부터는 (2002), 오래된 엽서(2003), (2008)을 차례로 냈고, 지난해에는 다섯 번째 시집 (실천문.. 2021. 10. 17.
공광규 시인 <담장을 허물다>로 신석정문학상 수상 공광규 시인 신석정문학상 수상 미처 읽지 못한 구문(9월 1일 자) 를 보고 제4회 신석정문학상에 공광규 시인의 시집 (창비, 2013)가 선정되었다는 걸 알았다.(촛불문학상은 심옥남 시인)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하는 이 문학상의 첫 수상자는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한 국회의원 도종환 시인이었다. [관련 글 : 신석정과 신석정문학상, 그리고 도종환 / 복효근 시인 수상] 이런저런 이름의 문학상이 적지 않은데도 여느 문학상과 다르게 신석정문학상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은 따로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사회 전반에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드높은 가운데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문제에 대한 여론도 환기되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2021. 9. 4.
스마트폰으로 <친일 인명사전>을 볼 수 있다 민문연, 앱 출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을 발간한 것은 2009년 11월이었다. 4,389명의 친일 인사가 수록된 전 3권 총 3,0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사전이 빛을 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해방 반세기를 넘겼어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반역사성’도 그러했거니와 사전이 탄생하기까지 유무형의 압력과 방해도 적지 않았다. 2003년 말에 국회에서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분기탱천한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이듬해 1월 모금 캠페인 ‘ 편찬 국민의 힘으로’가 돛을 올렸다. 단 열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대거 참여한 이 캠페인은 삭감액인 5억 원 전액을 모금하는 성과를 이루며 발간의 대의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 주었다. 경술국치 102돌인 지난.. 2021. 8. 30.
‘저항의 거점’ 창비, 뻔뻔스러워지다? ‘저항의 거점’이었던 창비는 어떻게 바뀌었나 계간 2015년 가을호가 나오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가을호 머리글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이 신경숙 표절에 관한 입장을 새로이 밝히면서부터다. (시중에 책이 배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6일 오전 현재 온라인서점에는 이 책이 올라와 있지 않다.)[관련 기사] 신경숙 표절을 바라보는 의 ‘동어반복’ 백 편집주간은 이런저런 ‘의혹’에 대한 창비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반의 기대와는 꽤 멀리 떨어진 내용 탓에 문학계의 실망과 비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창비의 공식 입장은 일단 ‘표절 의혹’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다. ‘표절과 문학 권력 논란을 겪으며’라는 제목의 머리글에 나타난 창비의.. 2021. 8. 26.
‘쉼표’ 하나 책 몇 권을 사들이며 올 오월까지만 해도 꽤 부지런히 살았다. 블로그 살림살이 말이다. 4월에 12편, 5월에 13편을 썼으니 한창때의 월 14~15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년작을 웃돈 성적이었다. 그러나 6월에는 9편, 7월에는 10편, 그리고 중순에 이른 8월은 현재 4편이 고작이다. 열서너 편을 쓰던 때에 비기면 급전직하다. 글쎄, 무슨 까닭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쫓기는 기분까지는 아니었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늘 머릿속에는 써야 할 글의 목록으로 어지러웠던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글쓰기가 심드렁해지기 시작했다. 써야 할 글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데다 머릿속을 텅 비워두는 게 뜻밖에 편안하고 쏠쏠했기 때문이다. 편안한 쉼, 혹은 무념 방학이긴 해도 오전만 수업하면 오후는 온전히 빈.. 2021. 8. 14.
이재명·추미애의 ‘국토보유세’와 헨리 조지 [서평] ‘지대조세제‘ 설파한 고전, 헨리 조지의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각각 도입을 공약함으로써 종부세의 단점을 보완한 이상적인 국세 보유세로 ‘국토보유세’가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시정 가운데,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정의 핵심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정권을 내주는 게 억울할 게 없는 이 뼈아픈 정책 실패는 결국은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이재명· 추미애 후보의 ‘국토보유세’ 대선에 출마 예비 후보들이 앞다투어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지만, 정작 어느 것도 그리 탐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재명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그가 가장 유력한 여당 후보로, 행정가로서 쌓은 .. 2021. 8. 12.
흰흰산 이규배 시인, ‘공무도하가’ 해석을 뒤집다 이규배 시인, 에 공무도하가를 새롭게 해석한 논문 발표 고대 시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중고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 시가로 가르치는 노래다.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과도기 작품인데 본격 서정을 다룬 유리왕의 ‘황조가(黃鳥歌)’가 있지,만 이 노래를 ‘최고(最古)’로 치는 이유는 시대적으로 고조선 시기의 노래로 보기 때문이다. 최초의 서정시가 ‘공무도하가’ 4구의 한역시로 전하는 ‘공무도하가’는 2세기 후한 말기에 편찬된 채옹의 에 실려 있으며, 진나라 최표의 에 ‘공후인(箜篌引)’이 설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한치윤의 가 인용한 의 배경 설화는 다음과 같다. “공후인은 조선(朝鮮)의 진졸(津卒) 곽리자고(涇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은 것이.. 2021. 8. 7.
아빠 용돈을 걱정하는 13살 딸, 눈물겹다 [서평]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의 “해고는 살인이다”는 문장이 노동자가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을 규정하는 명제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부터로 기억된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2600여 명의 희망퇴직자와 정리 해고자 가운데 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숨졌다. 해고는 단순히 당사자가 직업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은 물론 그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일상의 평화와 가정의 단란함을 빼앗긴 해고자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마감하거나 돌연 찾아온 질병에 희생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지 문자 한 통으로도 해고를 통보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 1천만에 육박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지금 한국은 아이들 장래 희망이 ‘정규직’인 세상, 해고는 정규직에게는 .. 2021. 7. 24.
시인, ‘소셜 펀딩’으로 시집을 내다 김주대 시집 김주대 시인이 시집을 낸다는 사실을 나는 우연히 그의 블로그(오마이뉴스 블로그였는데 지금은 서비스 중지됨)에 들렀다가 알았다. 서로의 블로그를 오가며 나누던 교유가 거의 끊긴 것은 그가 블로그에 글은 쓰되, 이웃 ‘마실’을 잘 다니지 않게 되면서부터다. 댓글을 품앗이하는 형식의 블로거 간 교유는 지속적인 내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김주대, ‘소셜 펀딩’으로 시집을 내다 뒤늦게 블로그(오블)에 자리 잡았지만 매우 정력적인 활동으로 이웃들과 교감하던 김 시인이 ‘마실’ 다니기와 댓글 부조를 끊은 것은 아마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형식을 즐기게 되면서부터인 듯하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년 같은 천진함으로 시와 사진, 그림을 통해 다분히 실험적(?)인 문학 활동을.. 2021. 7. 17.
살아 있는 문학 수업, 김 선생의 ‘교과 나들이’ [서평] 김명희 문학기행 전문가 아닌 여느 사람이 명승이나 유적지를 ‘구경’하러 다니는 일도 ‘답사(踏査)’가 된 것은 유홍준의 이후의 일이다. 이 눈 밝은 미술사학자가 온 나라를 더듬으며 조곤조곤 들려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법’은 이른바 모든 ‘답사’의 ‘전범’이 되었고, 그가 간 길을 따르는 여느 사람의 발길도 덩달아 ‘답사’가 된 것이다. 역사 유적과 같은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문학작품을 낳은 땅과 문인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 역시 1980년대에 시작된 새로운 모습의 ‘답사’ 여행이라 할 만하다. 문학이 세상과 삶을 담는 그릇이라면 그것을 낳은 땅과 고을을 찾아 그 속살을 더듬는 일도 문학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길 가운데 하나가 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1980년대 초중반에 한 .. 2021. 7. 10.
‘밥 못 먹여 주는’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의 20년 세월 [서평] 안상학 시집 지역에 사는 안상학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냈다. 따로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던가, 나는 그의 시집을 지역포털업체인 을 통해서 받았다. 일전에는 와 에도 서평이 실렸다. 서평에서 다루었던 시들을 새로 읽으면서 처음으로 나는 안상학 시인이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관련 기사 : 능청스런 은유로 떠올리는 그리운 이름 ‘아배’] 기억이란 건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나는 늘 그를 처음 만난 때를 1984년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988년에 세상을 떠난 내 친구를 통해 안동의 어느 다방에서 그를 만났다고 기억하는데, 그때 그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직후였다. 그러나 그가 신춘에 뽑힌 것은 1988년이니 내 기억은 착오다. 아마 당선 통보를 미리 받았던 1987년 연.. 202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