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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140

[사진] 삽질 중단! 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사업반대 대구·경북 시·도민 문화제 참석기(2010) 지난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대구시 신천 둔치에서 ‘4대강 사업반대 대구·경북 시·도민 문화제’가 열렸다. 안동에선 전교조를 비롯한 몇몇 시민사회 단체의 회원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참여했다. 주최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대구 경북 연석회의’. ‘삽질 중단!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구호로 열린 문화제는 ‘낙동강 사진전’, ‘4대강 반대 시사만평전시회’, ‘4대강 반대 풍선 나누기’, ‘4대강 삽질 중단을 염원하는 쌀 나누기’ 등 사전마당과 마당극, 시 낭송, 노래 공연, 영상 상영 등의 본 행사로 나누어 베풀어졌다. 말 그대로 ‘문화제’ 형식의 행사여서 아주 푸근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느 집회와는 달리 가벼운 긴장조차 찾을 수 없는 흥겨운 .. 2022. 9. 7.
메밀꽃과 백일홍 학교에 핀 메밀꽃과 백일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해 같이 전입한 같은 과 동료 교사 하나는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수업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교정 곳곳의 일거리를 찾아내어 일하면서 보낸다. 봄 내내 그는 교정에 꽃을 심고 꽃밭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정서 불안’ 탓에 가만히 쉬지 못한다고 농조로 둘러대지만, 그가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의 바지런이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 뼘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으레 그의 발길이 머물렀고 거긴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교사 뒤편 언덕 주변은 그가 가꾸어 놓은 ‘모종밭’이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 2022. 9. 2.
베란다의 꽃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 식으로 표현하면 ‘근화자향(近花者香)’인 셈이다. 지난해에 같이 전입한 동과의 동료 교사는 쉬는 시간 틈틈이 땅을 일구어 온 교정을 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나팔꽃, 분꽃, 옥잠화, 좀무늬비비추, 메리골드……. 무언가 허전하다 싶은 공간마다 수더분하게 자란 꽃으로 교정은 편안하고 밝아 보인다. 게다가 같이 2학년을 맡은 동료 여교사는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 워낙 무심한 위인이어서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2학기 들면서 무심코 바라보았던 화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에 익은 꽃이라곤 채송화뿐이다. 그런데 어럽쇼, 채송화가 이렇게 자태가 아름다운 꽃이었던가. .. 2022. 8. 28.
아! 달성(達城), 그 ‘토성 둘레 숲길’을 걷다 [달구벌 나들이] ⑥ 대구 달성공원의 숨은 숲길, ‘토성 둘레길 *PC에서는 ‘가로 사진’을 누르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달성공원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1596(선조 29)년 설치한 경상감영이 있던 자리인데,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되고, 1969년 8월에 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대구의 인구가 100만이 되지 않을 때, 변변한 공원 하나 없었던 시절이라 달성공원은 이내 대구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 되었다. 1969년에 문 연 달성공원, 온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1969년은 내가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의 한 공립 중학교에 진학한 해다. 그해 8월에 문을 열었다는데, 글쎄 관련한 기억은 전혀 없다. 내가 언제 처음으로 달성공원을 찾았는지도 기억에 없다. 아마 중.. 2022. 6. 25.
다시 6월, 지금 익어가는 것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무릇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물리적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한다. 그 변화는 성장이기도 하고 쇠퇴이기도 하다. 아직 어린 녀석은 자랄 것이고, 다 자란 놈은 조금씩 노쇠해 갈 것이다. 이처럼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더는 성장하지 않는 것은 인간뿐이다. 생명 다할 때까지 재생산하는 식물 그러나 식물은, 그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재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수백 살 먹은 나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유다. 기후 변화가 시간을 헛갈리게 하기도 하지만, 풀과 나무는 때맞추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6월 들면서 결실이 이른 살구가 익기 시작했다. 인근 가마골까지 걸어가면서 어저께는 .. 2022. 6. 14.
일흔 앞둔 은퇴자들, 복사꽃밭에서 ‘낮술’을 하다 연분홍 복사꽃 앞에 비친 우리들 쓸쓸한 노년의 초상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오랜만에 ‘동영부인(同令夫人)’한 ‘2장(張) 1박(朴)’이 모였다. 10년도 전에 의성 탑리로 귀촌한 장(張)의 복숭아과수원에서다. 3월 초에 모였을 때, 복사꽃 필 때 ‘도화 아래 일배’ 하자고 한 약속에 따라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내년이면 35년에 이른다. 1989년 전교조 원년 조합원, ‘3장 1박’ 1988년에 우리는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나 그해 11월 지역 교사들과 함께 지역 교사협의회를 조직했다. 교협은 이듬해인 1989년 5월에 결성한 교원노동조합으로 전환했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노조 탈퇴를 거부한 교사 1600여 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2022. 4. 14.
김천시 남면, 오봉저수지의 봄 오봉저수지 주변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구미에서 금오산 자락을 넘으면 김천시 남면이다. 오른쪽으로 한 십여 분 달리면 남면 오봉리 오봉(梧鳳) 저수지에 닿는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79년에 공사에 들어가 10년 만인 1989년에 완공한 오봉저수지는 규모는 유역 면적 14.60㎢, 만수 면적 43만 7400㎡이니 꽤 큰 인공호수다. 김천시는 2017년 11월 오봉저수지 주변을 묶어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을 완공했다.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테마공원 사업에 선정돼 2013년부터 100억 원을 들여 만든 시민 휴식·레저공간이다. 자연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수변 테라스, 수중 정자, 저수지 데크 로드 등.. 2022. 4. 2.
2022년 3월의 꽃망울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해마다 봄을 맞으러 집을 나선다. 집안에는 보이지 않는 봄이 바깥에는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산수유가, 동네 골목길 곳곳에는 매화와 명자꽃이 핀다. 늦겨울이 따뜻하면 2월부터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지만, 올해는 저온이 이어지면서 3월 초에야 겨우 산수유가 움을 틔웠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로 ‘망울, 몽우리’로 부르기도 한다. 무채색으로 죽어 있던 가지에 도톰하게 망울이 부풀기 시작해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오다가 마침내 풍성한 꽃잎으로 피어나는 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3월 7일부터 3월 16일까지 한 열흘간 내가 따라다닌 꽃망울이다. 그게 그거 같을 수 있지만, 들여다보.. 2022. 3. 24.
군위 한밤마을의 돌담길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아름다운 돌담길 군위의 지보사를 돌아 나와 한밤마을로 향하는 길은 의성군 금성면을 지나게 된다. 행정 명칭이야 금성(金城)이지만, 사람들에게는 탑리(塔里)로 더 잘 알려진 고장이다. 안동 조탑리(造塔里)처럼 이곳도 탑을 중심에 두고 땅이름을 지어 부른 듯하다. 조탑리의 탑이 전탑(塼塔)인 대신 이 마을의 탑은 모전(摸塼) 석탑이다.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들렀는데 아뿔싸, 탑은 바야흐로 보수 중이었다. 보수용 비계(飛階) 안에 갇힌 탑의 모습 몇 장을 사진기에 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군위군 부계면에는 이른바 ‘제2 석굴암’으로 알려진 삼존석굴(국보 제109호)과 통일신라 유물인 대율사 석불입상(보물 제988호)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곳은 대율리(大栗里), 일제.. 2022. 1. 16.
팔공산 골짜기에서 ‘철 이른 봄’을 만나다 물줄기를 다잡은 왕실 원당, 파계사(把溪寺) 옛 친구들과의 모임에 다녀오는 길에 팔공산 파계사(把溪寺)에 들렀다. 파계사는 804년(애장왕 5) 심지(心地) 왕사가 창건한 절로 인근 본사인 동화사(桐華寺)의 말사다. 계율을 따라 수행하는 납자(衲子)들의 도량이니 그럴 리 없건만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중생들은 ‘파계(破戒)’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파계는 ‘잡을 파(把), 시내 계(溪)’의 파계니, 아홉 갈래나 되는, 절 좌우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따라 땅의 기운이 흘러나가는 것을 방비한다는 의미다. 진동루(鎭洞樓)라는 이름 역시 골짜기‘동(洞)’의 지기를 눌러 준다[진(鎭]’는 뜻을 담고 있다. 누각 아래로 보이는 인공 못 은 바로 물줄기를 따라 흘러나온 기를 모으는 곳인 셈이다. 일주문을.. 2022. 1. 14.
용연사(龍淵寺), 비슬산의 만산홍엽 용연사(龍淵寺)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리 비슬산 자락에 있다. 그리고 거기 달성군 옥포면 너머 논공읍에는 이제 15개월째 이른바 ‘짬밥’을 먹고 있는 아들 녀석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가 있다. 두 달만의 면회. 외출을 허락받은 아이와 함께 우리는 이 절집 아랫마을에서 곰탕과 산나물비빔밥을 먹었고, 절 구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바야흐로 깊고 짙어진 만산홍엽(滿山紅葉)을 한번 휘 돌아볼 수 있었다. 그 기슭에 용연사를 품고 있는 비슬산(琵瑟山)은 내가 다녔던 중학교 교가(“비슬산 정기를 얼싸 누리고……”)에도 등장하는,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진산(鎭山)격의 산이다. 그러나 높이나 산세가 비슷한데도 비슬산은 팔공산보다 훨씬 작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팔공산이 대구 북부를 에.. 2022. 1. 8.
눈, ‘설렘과 축복’에서 ‘불편’과 ‘불결’로 ‘축복’에서 ‘불편’으로 바뀐 눈, 혹은 세월 올 연말은 ‘눈’이 풍성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성탄절 이후에도 드문드문 눈이 내렸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화요일에 이어 오늘 또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눈길을 걸어서 출근했다. 뉴스 화면을 장식할 만큼의 폭설도 아니었고, 출근길의 교통 마비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길로 나섰던 것 같다. 남부라곤 하지만 경북 북부여서 중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인데도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은 매우 드물다. 기껏해야 싸락눈이 날리거나 함박눈이 내린다 해도 쌓일 겨를도 없이 녹아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눈, 한겨울의 ‘설렘’과 ‘축복’ 눈 소식에 아이들은 반색한다. 어른들.. 2021.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