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안동 이야기66

안동의 3·1 만세운동 안동의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날을 그 사건의 이름으로 삼는 전통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유구’한 듯하다. 이 방식은 사건의 발생일만을 건조하게 표시할 뿐 그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는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연도를 따로 표시하지 않으니 날짜만 달랑 떠오르는 데 글쎄, 그게 합리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3·1운동은 일제의 폭압적 식민 지배에 저항에 들불처럼 일어난 민족해방운동이다. 이 운동은 1919년 3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 두 달이 넘게 한반도 전역에서 전개되었다. 3·1운동은 ‘극소수 친일파·친일 지주·예속자본가를 제외한 전민족적 항일 독립운동이자 계몽운동, 의병운동, 민중의 생존권 수호 투쟁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운동 경험이 하나로 수렴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 2024. 3. 1.
새로 생긴 ‘영가대교’ 이야기 안동 낙동강의 새 다리 ‘영가대교’ 안동에 살면서 떨칠 수 없는 의문 중의 하나는 어떻게 이곳이 지역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낙후 지역이라고 하지만 명색이 경북 북부지역의 거점 도시다. 그런데도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안동은 도시의 기본 입지 조건도 갖추지 못한 곳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안동은 인구야 고작 16만을 넘는 정도지만, 그 면적은 1,520㎢로 서울(602.52㎢)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그러나 그건 도농 통합 이전의 안동군 지역, 즉 읍면 모두를 포함한 면적이다. 흔히 안동시로 불리는 시가지 지역은 학가산과 영남산 등의 산자락과 발밑을 적시며 흐르는 낙동강 사이에 꽉 끼어 있어 옹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옹색함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시내 전역은 .. 2022. 7. 3.
소도시의 촛불 문화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가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인구 17만여 명의 조그만 이 농촌 도시가 마련한 촛불 문화제는 더도 덜도 말고 100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모여 아주 조촐하게 치러졌다. 한편의 서명대에선 행인들이 발길을 멈춰 자발적 서명에 동참했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도시가 작다 뿐이지, 경찰이나 교육청과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제와 감시는 다르지 않았다. 주말인데도 집회장 부근을 지키는 장학사, 교사들 탓인지 참여한 학생들은 소수에 그쳤다. 일요일 집회는 8시가 넘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참여 시민.. 2022. 5. 19.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2008년,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지난 5월 17일 오후 4시부터 안동 문화의 거리에서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행사가 베풀어졌다. 이 행사는 대구 경북 5·18동지회가 주최하고 ‘열린 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와 5·18기념재단이 후원했다. 항쟁 때 광주시민들이 주먹밥으로 시민군을 지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 그런데 그때의 시민군들을 대신해 대구 경북 5·18 동지회에서 안동시민들에게 그것을 돌려주는 행사를 벌인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에 쓰지 못한 사진 몇 장이다. 기사는 요즘 스크랩이 시원찮아서 가져오지 못했다. 주먹밥 하나에 한 시대의 역사를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이나 주먹밥을 들고 간 시민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새길 수 있었.. 2022. 5. 18.
촛불 2011, 안동 한미FTA 비준 반대 촛불집회 뉴스는 주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고 전한다. 는 서울 청계광장에 7천 명이 모였고, 부산·광주·대전 등에서도 동시 집회가 열렸다고 알린다. 서울 이외에 집회가 열린 도시는 대전, 청주, 전주, 순천, 목포, 광주, 대구, 창원, 양산, 김해, 울산, 부산 등지라고 한다. 집회 참가자 수효와 여론은 정비례하나?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수효는 그 집회가 표방하는 주장의 진정성, 여론의 동조 등을 일정하게 반영한다. 어떤 주장에 동의하는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에 대한 주최 쪽과 경찰 쪽의 추산이 항상 일정한 오차를 갖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글쎄, 집회에 참석할 때마.. 2021. 12. 11.
가을의 끝, 천등산 봉정사(鳳停寺) 봉정사, 봉황이 나래를 편 천하의 명당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한 절이다. 그러나 그 역사만큼 기림을 받은 절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웃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부터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자리를 물려받은 극락전으로나 기억되던 이 절집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떠오른 것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다녀가고서부터이다. 유럽의 이 할머니 임금은 나중에 안동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안동 토박이들로부터는 그리 고운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왕의 방문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 한적한 절집에 전국에서 불자들이 밀려오자, 봉정사는 그예 본사인 고운사조차 받지 않는 입장료를 징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게 여왕이 천등산 산행을 .. 2021. 12. 10.
청정 숲길로 드는 옛 가람, 고운사(孤雲寺) 아름다운 숲 속의 도량, 경북 의성의 등운산 고운사 고운사(孤雲寺)에 들른 건 지난 8월 중순께다. 의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략 백오십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짬이 나는 대로 사진을 훑어보면서 방문길의 감흥을 되새기곤 했다. 비록 생물은 아니지만, 사진도 오래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참나무통에 든 포도주처럼 숙성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관련 글 : 의성 등운산 고운사(孤雲寺)의 가을 본색] 고운사, ‘시대와 불화한 고독한 천재’ 최치원과의 연 고운사 방문은 두 번째다. 9년 전쯤 가족들과 스치듯 들렀는데, 절간 한쪽을 흐르는 시내 위에 세워진 누각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의성에서 근무할 때, 날마다 고운사 입구를 표시한 이정표를 쳐다보며 다녔지만, 정작 이 절.. 2021. 9. 10.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의 메밀밭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薪田里)의 1만8천 평 메밀꽃 단지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薪田里)는 KBS 중계소로 올라가는 학가산 기슭에 있다. 이 마을에는 경북에서 하나뿐인 정부 예산 지원을 받은, 만8천 평의 메밀꽃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농림부가 추진하는 ‘경관보전직접지불제’ 시범사업 대상지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농촌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메밀꽃 등 비소득용 작물을 집단적으로 심고 주민들이 이 작물로 메밀묵과 메밀국수 등 음식을 가공 판매해 소득을 올리도록 하는 지원하는 제도다. 어제 아이들과 함께 신전리를 찾았다. 재를 넘자마자 눈 아래 펼쳐지는 학가산 기슭 전체가 하얗게 뒤덮여 있었던 이태 전과는 달리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메밀꽃 만개 시기. 길가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2021. 9. 1.
안동독립운동기념관 둘러보기 ‘독립운동의 본향’, 안동에 ‘독립운동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안동시의 시정 구호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것처럼 일제하 독립투쟁과 관련해 안동은 자신을 ‘독립운동의 성지’, ‘독립운동의 본향(本鄕)’이라고 매긴다. ‘성지’나 ‘본향’이란 표현은 그것을 떠받치는 만만찮은 역사와 인물을 갖지 않고는 쉽사리 하기 어려운 자부고 긍지다. 안동은 항일 의병의 효시랄 수 있는 갑오의병(1894)의 발상지요, 1905년 이후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10명을 낳은 고장이다. (전국 66 명) 안동은 갑오 이후 1945년 안동농림학교 학생 항일운동에 이르기까지 51년 동안 쉼 없는 독립투쟁을 전개하여 단일 시군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 유공 포상자(310여 명, 포상받지 못한 이를 포함.. 2021. 8. 11.
내와 산의 만남, 천지갑산 경북 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천지갑산(天地甲山) 천지갑산(天地甲山, 안동시 길안면 대사리)을 처음 찾은 것은 2004년 9월, 한가위 대목 밑이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묻지 마[(不問]’의 원칙(어디로 가는가, 누가 가는가)을 지키며 여러 해째 안동 인근의 산과 언덕과 들을 더듬고 있는 불문산악회의 동료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 다시 천지갑산을 찾았다. ‘천지갑산’은 정작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조그만 산이건만, 그 이름이 좀 별나다. 그것은 조선조 유배지였고, 이 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로 알려진 ‘삼수갑산’을 떠올리게 하고, 그 갑산과 이 갑산은 어떤 인연이 있는가를 궁금해 하게 하는 이름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 이름의 연유는 다소 싱겁다. 고작 462m 높이의 산에다 ‘천지’를 붙인 건 예.. 2021. 7. 14.
아기산과 무실[수곡(水谷)] 마을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아기산과 무실마을 아기산은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 있는 임동면의 진산(鎭山)이다. 높이는 591m. 옛날에는 봉화터로 쓰였으며 가뭄이 심할 때 여기서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무실마을에서는 이를 마을의 당산으로 모시고 해마다 고사를 지낸다. 한자로는 ‘거위 아(鵝)’자나 ‘높을 아(峨)’자에다 ‘갈림길 기(岐)’자를 쓴다고 하는데, 그리 썩 미더운 해석은 아닌 듯하다. 마을 주변의 멧부리가 그렇듯 우리말로 대수롭지 않게 붙인 이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생뚱맞은 한자 이름을 얻은 경우로 보이니 말이다. (인근의 갈라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葛羅山’이 된 듯하다.) 아기산은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오르기도 수월하거니와 워낙 한적한 곳이다. 어제 오후, 1시간 반쯤 걸린 산행길.. 2021. 7. 2.
산에서 산을 보다, 천등산(天燈山) 천년고찰 ‘봉정사’와 ‘개목사’를 품은 안동 천등산 천등산(天燈山) 하면 ‘울고 넘는 박달재’의 천둥산(충북 제천)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천등산은 안동시 서후면에 있다. ‘봉정사(鳳停寺)’를 품은 산이라 하면 훨씬 알아듣기 쉬울 수도 있겠다. 2000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 이 천년 고찰을 찾은 뒤, 이 고즈넉한 산사는 일약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에 알려졌다. 굳이 먼 나라 여왕의 방문이 아니었더라도 천등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 산사는 만만하게 볼 절집은 아니다.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에 불과한 이 조그마한 산사엔 국보 하나(제15호 극락전)와 보물 두 점(제55호 대웅전, 제449호 고금당)이 전한다. 특히 극락전은 그 건축 시기를 1200년대 초까지 올려볼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 2021.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