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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식민지 시대 - 항일과 친일34

‘황도(皇道) 유학’의 이명세, 그 손녀 이인호 황도 유학자 이명세와 그 손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78)가 의 이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그의 조부의 친일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인이라면 웬만한 정보는 얼음같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지명도가 높은 문인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면서도 그의 조부의 신상명세가 드러나게 된 데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아래 ) 덕분이다. 이사장 이인호, 그의 조부 이명세 에 이명세(李明世/春山明世, 1893~1972)는 ‘유림(儒林)’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세는 경학원(經學院) 사성(司成)과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경학원과 조선유도연합회는 일제의 총독부 식민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육기관(경학원)이거나 친일 유림조직이다. 비단 불교나 천주교·개신교만이 아니라 전통 종교윤리라 .. 2020. 3. 4.
“공맹은 나라 되찾은 뒤 읽어도 늦지 않다” [항일의 땅과 사람, 안동 ②] 임청각(臨淸閣)과 석주 이상룡 일가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따 길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이 땅에서는 그리 오래지 않다. 수도 서울 거리에 세종 임금, 퇴계 이황, 이충무공, 을지문덕 등의 이름이 붙이게 된 게 그 시초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방에 이런 형식의 이름 붙이기가 파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지역 인물에 대한 조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부터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이면에는 단순히 지역 인물을 기린다는 의미보다 역사적 인물과 그 흔적을 꾸밈으로써 관광수입을 늘리려는 지자체의 이해가 더 커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웃지 못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안동에 ‘퇴계로’가 있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2020. 3. 2.
인촌 김성수, 56년 만에 서훈 박탈되다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성수, 건국훈장 대통령장 서훈이 취소되다 지난 13일, 창업자 인촌 김성수(1891∼1955)의 건국훈장 대통령장 서훈이 56년 만에 박탈되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그의 친일행위를 인정함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서훈 취소를 요청했고 이날 국무회의가 이 훈장의 취소를 의결한 것이다. 김성수는 1962년 일제강점기 와 각종 학교를 세운 ‘언론·교육 분야 공로’로 건국 공로 훈장 복장(현재의 대통령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2009년 대통령 소속기관인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독립운동을 했으나 뒤에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20인에 포함되었다.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 지정 20인 서훈 박탈 완료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 2020. 3. 1.
“나라 없는 몸… 무덤은 남겨 무엇하겠느냐” [항일의 땅과 사람, 안동①] 내앞 마을, 일송 김동삼과 월송 김형식 지명은 마을의 생성과 역사, 지리적 특성 따위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지역의 공동체적 삶을 어우르고 있는 정서적 지리적 표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행정구역이 정비된 1914년 이후 사람들의 마을 이름에서 삶의 향기와 정겨움은 사라져 버렸다. 이 식민 관리들은 고유어로 이루어진 마을이나 지명을 ‘반듯하게’ 한자로 바꾸었다. 애당초 한자 없이는 표기 자체가 어려운 문자를 쓰던 일제로서는 우리말 지명의 의미 따위를 고려할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주의 ‘한밭’이 반듯하게 ‘대전(大田)’이 된 것처럼 임하의 내앞마을은 ‘천전리(川前里)’가 됐다. 내앞마을은 ‘의성 김씨’ 집성촌이다. 우리 근대사의 곡절 많은 소용돌이.. 2019. 11. 19.
‘광야’, 목 놓아 부를 수 없는 노래 [항일의 땅과 사람, 안동 ⑤] 민족시인 이육사의 항일투쟁 아이들에게 우리 문학을 가르치면서 문학 교사들이 비켜갈 수 없는 길목이 있다. 비애와 부끄러움 없이 가르칠 수 없는 참담한 현대(근대)문학사가 그것이다. 개화기를 거쳐 근대로 진입하는 이 시기의 문학을 담당했던 일군의 시인 작가들을 고스란히 ‘친일 문인’ 명단에서 만나야 하는 까닭이다. 첫 신체시 작품인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를 쓴 육당 최남선과 최초의 근대 소설로 평가되는 (1917)을 썼던 춘원 이광수는 한때 이른바 ‘2인 문단 시대’를 이끌었던 신문학의 개척자였다. 초기에는 민족주의자로 활동했으나 193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이들이 일제의 식민통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친일 문인으로 전락한 것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 2019. 10. 19.
장엄하여라, ‘우국(憂國)의 황혼’이여 [항일의 땅과 인물 ③]자정(自靖) 순국(殉國)의 넋들과 향산 이만도 20년도 전의, 오래된 얘기다. 어느 여학교의 역사 시간이었다. 교사는 문득 ‘망국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물었겠다. 그것도 매우 근엄하게.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일제히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이클 잭슨 생일요! 경술국치와 ‘마이클 잭슨의 생일’ 사이 1910년 8월 29일은 이른바 ‘경술국치’일이다. 그날, ‘한국 정부에 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제에 넘겨줄 것을 규정한 합병조약에 따라 27대 519년 만에 조선 왕조는 그 명운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때로 화석이 된다. 아이들에겐 그날이 역사 교과서 속에서 만난 봉건 왕조가 사라진 날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한.. 2019. 8. 28.
1945년 8월, ‘독수리작전’과 장준하 광복군의 국내 진공작전 무산 해방, 그러나 무산된 ‘독수리 작전’ 역사에서 가정이란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일인가. 소련이 한 주일쯤이라도 늦게 대일본 선전포고(1945.8.8.)를 하였더라면, 히로시마에 원폭 투하(8.6.)가 한 주일쯤 일렀더라면……. 안타까운 것은 장준하 선생 등이 광복군 장교로 미국 전략사무국(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 미국 CIA의 전신) 훈련을 받고 참여한 국내 진공 작전이 무산된 점이다. 장준하(1918~1975), 김준엽(1920~2011, 전 고려대 총장) 등이 1944년 일본 학도병으로 징집되었다가 배속된 부대를 탈출하여 광복군에 합류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광복군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2019. 8. 15.
‘모스크바 동네’가 배출한 항일운동가 권오설 [항일의 땅과 사람, 안동 ④] 20년대 사회주의 운동, 잊힌 시대와 삶 여기 한 혁명가가 있다. 감옥에서 찍은 일그러지고 바랜 사진 속에서 그는 정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일제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향년 서른넷. 그의 시신은 일경의 삼엄한 경비로 봉분도 올리지 못한 평장(平葬)으로 고향 인근의 산기슭에 묻혔다. 그 무덤에 봉분이 올라간 건 수십 년이 흐르고 나서였다. 2차 조선공산당 산하 고려공산청년회 제2대 책임 비서였던 그는 민족해방을 위해 공산주의 노선을 택한 ‘실용주의’ 운동가로 평가되는 이다. 조선공산당의 ‘6·10 운동 투쟁지도 특별위원회’ 총책임자로 6·10 만세운동을 기획하고 조직했지만, 해방 후 극심한 좌우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전쟁을 거친 자본주의 조국.. 2019. 6. 10.
거대한 감옥, 식민지에 살다 1910∼1945 강제병합 100년 특별사진전 도록 강제병합 100년 특별전 는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11·12 옥사에 열렸다. 주최는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국 실행위원회, 주관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했고, 동북아역사재단·경향신문사·서울지방보훈청이 후원했다. 물론 이 행사에 나는 가보지 못했다. 대신 민족문제연구소 누리집(☞ 바로 가기)에서 펴낸 이 전시회의 도록을 샀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히스토리뱅크몰에서 파는 이 도록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에게는 할인을 해 준다. 나는 사실 을 사지 못했다. 책의 가치와는 별개로 책값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대신 나는 학교 도서관에 가정 먼저 그 책을 구입하게 했고, 필요할 때마다 학교에서 사전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2.. 2019. 5. 14.
아, 심산 김창숙 - 혼자 된 며느리에게 담배 가르친 시아버지 [답사] 경북 성주와 봉화로 떠난 ‘심산(心山) 역사기행’ 오늘 (5월 10일)은 이 땅의 ‘마지막 선비’ 심산 김창숙 선생의 57주기다. 선생의 기일을 알리면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이 고문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비타협·불복종의 행동주의자’ 심산 김창숙 선생을 다시 생각한다. 심산 김창숙 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베푸는 ‘심산 역사 탐방’의 답사단이 심산 생가인 경북 성주군 대가면 칠봉리 사도실 마을에 도착한 것은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였다. 나는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정오 전에 일찌감치 사도실에 들어와 있었다. 심산은 경북 성주가 낳은 독립투사다. 대가에 그의 생가가, 읍내에 심산기념관이 있지만, 사람들은 무심히 그를 숱한 독립지사 가운데 한 분이라고 여기고 만다... 2019. 5. 10.
임청각 - 석주 일가의 사위·며느리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석주 이상룡 일가의 사위와 며느리 오늘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안동의 임청각(臨淸閣)과 석주(石州) 이상룡 선생 일가를 언급하면서 임청각에 사람들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임청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로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 아흔아홉 칸 대저택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모습 그대로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 2019. 3. 28.
‘비 내리는 고모령’과 군국가요 ‘혈서지원’ 사이 3·1절 특집 ‘불후의 명곡’에 친일파 박시춘 노래가? 반성 없는 KBS 지난 9일 방송된 3.1운동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에서 친일 음악인의 노래를 방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한민국 100년 겨레와 함께 노래하다’ 편에서 친일부역 음악인 박시춘(1913~1996)이 만든 ‘비 내리는 고모령’이 방송된 것이다. (관련 기사: ‘3.1절 특집’에 1급 친일파 노래를? KBS의 황당한 결정) ‘비 내리는 고모령’이 무슨 문제냐고? ‘비 내리는 고모령’은 작곡가 박시춘이 1949년에 발표한 노래(‘낭랑 십팔 세’, ‘신라의 달밤’, ‘럭키 서울’) 가운데 하나다. 고모령(顧母嶺)은 현재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고개인데, 이름처럼 ‘어머니를 돌아보는 고개’다. “어머님.. 2019.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