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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32

㉑ 대설(大雪), 눈이 없어도 겨울은 깊어가고 겨울의 세 번째 절기 대설 (大雪) 이번 주 들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아침에만 영하로 떨어지고 날이 들면 영상이 회복되긴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에 익숙하지 않거나 추위를 잘 참지 못하는 것이다. 오는 6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되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7일은 대설(大雪), 추워질 때도 되었다. 대설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든다. 소설에 이은 대설은 ‘큰 눈’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 원래 역법의 발상지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여서 우리나라에선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올 대설은 음력으로는 11월 11일, 양력으로는 12월 7일(2019년 기준, 2024년도 .. 2023. 12. 7.
⑳ 소설(小雪), ‘홑바지’가 ‘솜바지’로 바뀌는 ‘작은 눈’ 겨울의 두 번째 절기 소설, 11월 22일 22일(2019년 기준, 2024년도 같음)은 ‘땅이 얼고 차차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이 든다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이때는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온다. 20일이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해가 뜨면 이내 회복되긴 하지만, 아침 최저기온도 영하로 내려갔다.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서도 짧게 보일러 가동하기 시작했다. 예년처럼 끔찍한 추위가 온다는 소식이 없으니 한결 편하게 겨울을 맞는다. 중국에서는 소설의 기후를 닷새씩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 2023. 11. 22.
⑲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을 넘으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겨울로 들어가는 첫 절기 11월 8일 입동(立冬) 오는 8일(2019년 기준, 2024년도는 7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 번째 절기 ‘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드는 절기다. 이제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입동은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겨울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겨우내 먹을 김장은 이 입동을 전후하여 담가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기온이 높은 데다 집집이 김치냉장고를 들여놓았으니 절기를 따지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입동에서 대한까지가 ‘겨울철’에 해당하는 절기다. 입동, 소설, 대설(大雪).. 2023. 11. 7.
⑱ 상강(霜降), 겨울을 재촉하는 된서리 상강(霜降), 가을의 마지막 절기 24일(2019년 기준, 2024년도는 23일)은 상강(霜降)이다.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마지막 절기다.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 무렵이면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므로 수증기가 지표면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10월 24일 상강 중국 사람들은 상강부터 입동 사이의 기간을 닷새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 고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를 이르는 것으로 특히 말후에서 ‘벌레가 겨울잠’에 들어간다고 한 것은 이 무렵부터 .. 2023. 10. 24.
⑰ 한로(寒露), 제비는 강남으로, 기러기는 북에서 오는 한로(寒露),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 10월 8일(2024년도 같음)은 한로(寒露)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다.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세시 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양력으론 10월 13일)과 비슷한 시기지만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 행사가 없다. 한시에,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담그며,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등고(登高)]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중양절의 민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은 잡귀를 쫓기 위함으로 이는 수유 열매가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붉은 자줏빛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2023. 10. 8.
⑯ 추분(秋分),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도 숨는다 추분(秋分), 가을의 네 번째 절기 23일(2024년은 22일)은 추분(秋分)이다.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드는, 24절기 가운데 16번째 절기, 가을의 네 번째 절기다. 이날 추분점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사람들은 추분을 특별한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매듭 같은 걸 의식하게 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여광(餘光)이 남아 있어서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추분을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므로 자연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선 ‘추분부터 대설까지’를 가을로 여기지만, 우리는 ‘추분.. 2023. 9. 22.
⑮ 백로(白露), 벼가 여물어가는 분기점 백로(白露), 가을의 세 번째 절기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무더위는 한풀 꺾였다.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다가 거짓말처럼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졌고, 아침저녁으로는 한기를 느낄 만큼 일교차가 커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절기’를 속이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절기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9월 8일(2024년도는 7일)은 백로(白露),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가을의 세 번째 절기다. 처서(8.23.)와 추분(9.23.) 사이에 드는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 시기에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로는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는 시기로 옛날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 2023. 9. 8.
⑭ 처서(處暑), “귀뚜라미 등에 업히고, 뭉게구름 타고 온다” 가을의 두 번째 절기 처서(處暑) 8월 23일(2024년은 22일)은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가을의 두 번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白露) 사이에 든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표현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을 감각적으로 그린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에선 처서의 보름간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첫 5일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곡식이 익어간다.” 처서가 지나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는 자라지 않는다고 하여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 2023. 8. 23.
칠석(七夕), 끝나야 할 슬픔이 어찌 그것뿐이랴 칠석(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의 상봉 날에 치러지는 세시 풍속 8월 7일(2024년은 10일)은 음력 칠월 초이레,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만나는 날’이라는 ‘칠석(七夕)’이다. 칠석은 전설 속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인 음력 7월 7일에 행해지는 세시 풍속.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기는데 여기에 중국으로부터 유입한 견우직녀 전설이 덧입혀졌다. 칠석, ‘알타이르별’과 ‘베가 별’의 만남 견우와 직녀의 전설은 동아시아에 보편적으로 분포하는 설화다. 이들이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을 ‘칠석’으로 부르는 것은 같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음력 7월 7일이지만, 일본은 양력 7월 7일인 게 다를 뿐이다. 세 나라 가운데서 일본이 가장 먼저 태양력을 받아들인 역사와.. 2023. 8. 22.
⑬ 입추(立秋), 어쨌든 여름은 막바지로 달려가고 가을의 첫 절기 입추(立秋) 지난해의 끔찍한 더위를 떠올리는 이에게 올여름은 양반이다. 글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웠던 날이 있었나 싶기 때문이다. 6월 초순에 뜬금없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았지만 그걸 더위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위는 낮도 그렇지만 열대야가 이어질 때 잠을 설치게 하는 게 제일 힘이 든다. 그런데 그간 열대야라고 한 날이 며칠 있었지만, 지난해같이 끔찍하지는 않았다. 새벽녘에 이불 속으로 기어들게 하는 날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고, 자정까지 28, 29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기분 나쁜 온도와 습기는 숙면을 불가능하게 한다. 자긴 하는데, 어쩐지 반쯤을 깨어 있는 상태가 이어지는, 한마디.. 2023. 8. 7.
⑫ ‘염소 뿔도 녹이는’ 더위, 대서(大暑) 여름의 여섯 번째 절기 ‘대서’ 7월 23일(2024년도에 22일)은 24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 여름의 여섯 번째 절기인 대서(大暑)다. 소서(小署)와 입추(立秋) 사이에 드는 대서는 태양의 황경(黃經, 춘분점으로부터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잰 천체의 각거리)이 대략 120도 지점을 통과할 때다. 대서는 소서와 함께 24절기 중에서 별로 잘 언급되지 않는 절기다. 추위가 몰려오는 대한 소한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대서와 소서가 잘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추위만큼 고통스럽지 않아서일까. 우리나라에서 대서는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극심해지는 때다. 하루 전날(22일, 2024년엔 25일)이 중복(中伏)이니 더위를 경고하고 있는 절기인 것이다. 예부터 대서 더위를 일러 “염소 뿔도 .. 2023. 7. 23.
삼복(三伏),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 24절기엔 들지 않지만, 그냥 못 넘기는 여름 절기 7월 12일(2024년은 7월 15일)은 초복이다. 열흘 뒤인 22일(25일)은 중복, 그리고 다시 20일 뒤(8월 14일)는 말복이다. 장맛비가 계속 와서 더위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복날은 복날이다. 24절기에는 들지 않지만, 삼복은 여름을 나면서 사람들이 매우 친숙하게 맞고 보내는 절기다. 여름 더위와 연관된 절기인 소서(小暑)와 대서(大暑)가 잘 알려지지 않아 무심히 보내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복날이면 사람들은 더위를 이기고자 개장국과 삼계탕을 먹거나 수박을 차게 해서 나눠 먹곤 하는 것이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절기로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킨다. 하지로부터 세 번째, 네 번째 경일(庚日)과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을 각..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