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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삶 ·세월 ·노래 33

정태춘의 40년, 그는 ‘우리의 시대’였다 데뷔 40주년 맞은 정태춘·박은옥... 그와 함께한 우리의 젊은 날 정태춘(1954~)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정태춘·박은옥은 공영방송 무대로 초청되고 각종 인터뷰 등으로 . ‘아이돌 못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로, '붓글전’을 포함한 전시 가 베풀어졌고, 전국 순회 ‘날자, 오리배’ 공연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두 번째 시집 (천년의시작)도 출간되었다. 40주년, 정태춘의 소환 그러나 서울에서 벌어지는 부산한 움직임은 지방 소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좀 먼 이야기다. 내가 정태춘을 다시 만난 것은 지난 4월 6일 1텔레비전에서 특별 편성해 방송한 ‘열린음악회’의 정태춘-박은옥 부부 편이었다. 나는 무심코 채널을 돌렸다가 거기 나온 정태춘.. 2019. 5. 6.
조앤 바에즈((Joan Baez), 그 삶과 노래 미국의 가수, 인권 운동가이며 반전 평화 운동가 조앤 바에즈 나는 음악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소싯적에 나훈아나 송창식, 양희은과 김추자 같은 대중가수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해서 그런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대중가요가 손쉬웠고 클래식 쪽에는 맹탕이었다. 80년대 후반부터 4, 5년 동안 이른바 ‘민중가요’에 한눈은 판 건 시대 탓이라고 해야 한다. 지금도 나는 흥이 나면 쌍팔년도의 유행가를 흥얼거리기는 한다. 박자 감각은 떨어지지만, 노래방에 가면 몇 곡의 노래는 부를 수 있을 만큼 노래 ‘흉내’는 내는 편이다. 그러나 삶 자체가 그리 건조했던가, 나는 음악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생처음 산 카세트테이프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컴퓨터 스피커를 꺼 놓고 쓰.. 2019. 3. 31.
노래여, 그 쓸쓸한 세월의 초상이여 유년 시절에 만난 대중가요, 그리고 세월 초등학교 6년을 유년기(幼年期)로 본다면, 나는 가끔 내 유년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곤 한다. 무슨 턱도 없는 망발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리’를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가락을 갖춘 ‘음향’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매미 소리와 택택이 방앗간 소음의 유년 앞뒤도 헛갈리는 기억의 오래된 켜를 헤집고 들어가면 만나는 최초의 소리는 매미 소리다. 초등시절, 여름 한낮의 무료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땡볕 속을 느릿느릿 걸어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혼자서 외로이 교문을 들어서는 내 모습이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떠오른다. 거기, 오래된 단층 슬라브 교사, 운동장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 그리고 탱자나.. 2019. 2. 21.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이 노래가 서른 살이 됐다 ‘파업가’ 30주년 김호철 헌정음반 발매... 해직 교사 시절 만난 그의 노래 음반을 한 장 샀다. ‘음반’이라고 말하는 게 어색하기 짝이 없다. 지금껏 산 음반이 채 열 장이 되지 않을 만큼 음악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탓이다. 음악애호가들이 소장을 자랑하곤 하는 엘피(LP)음반은 구경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그걸 걸고 돌릴 이른바 ‘오디오’를 소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거의 수십 년 만에 음반을 샀다. 그것도 인터넷으로 판매처(노동의 소리)를 찾아서 두꺼운 책 한 권 값인 2만5천 원을 ‘지른’ 것이다. 1천 명의 공동제작자가 함께 만들었다는 ‘김호철 헌정 음반’이다. 음반의 발매 소식을 알게 된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다. 1천 명 공동제작자가 만든 ‘김호철 헌정 음반’ 김호철은 윤민석과 함.. 2019. 1. 24.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김호철의 노래 ‘꽃다지’를 들으며 맥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2학기 개학을 하면서부터다. 낯익은 자리에 다시 서긴 했는데, 어쩐지 그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불현듯 정처를 잃어 버렸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무언가에 마음을 붙이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그게 홀연히 사라진 것 같았다고나 할까. 대체 나는 무얼 바라고 지내왔던가. 내가 기다렸던 것은 이름뿐인 여름방학이었고, 마지막 남은 일주일의 휴식이었던 것일까. 방학 끝 무렵, 벗들과 함께 보낸 거제도에서의 2박 3일이 그나마 애틋한 시간으로 떠오른다. 오전엔 수업을 하고 오후엔 쉬던 방학 생활에 몸이 너무 편했던가. 다시 하루 5~6시간의 수업에 적응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방학내 선선하더니 개학과 함께 반짝 더위가 찾아왔고, 다시 황망한 여름의 끝.. 2019. 1. 22.
노래, 오래된 기억들 변혁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들 지난해 어느 활동가의 장례식에서였다. 의식 가운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무심코 시작했는데, 한때는 입만 떼면 부르던 그 노래가 갑자기 너무 낯설게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알았다. 설마, 하면서도 나는 노래의 중간쯤에서 이미 가사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 변혁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들 바보처럼 소리 없이 입만 벌리다가 노래 말미께서 간신히 그 익숙했던 노래를 따라잡았다. 의례가 끝났을 때 나는 갑자기 내가 그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부터 집회에 가는 날보다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그예 집회와는 무관한 일상에 푹 파묻히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80년대와 90년대 .. 2019. 1. 9.
그 노래의 울림, 멕시코 민요 제비 멕시코 민요 ‘제비’, 카테리나 발란테와 냇킹 콜, 혹은 조영남 시방 슈퍼 태풍 ‘제비(Jebi)’가 일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다. 제비는 2018년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할 뿐 아니라 일본에 상륙한 태풍으로도 25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이란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참새목 제비과의 여름 철새를 이른다. 제비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조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시골에서 처마 밑에 진흙으로 만든 둥지를 만들고 살던 제비를 이웃하고 자랐다. 삼월 삼짇날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중양절(重陽節)인 9월 9일에 날씨가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이 길한 날로 여기는 것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제비, 혹은 이별의 상징, 멕시코 민요 인.. 2018. 12. 30.
박인환,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박인희가 부른 박인환의 즉흥시 ‘세월이 가면’ 얼마 전 김수영을 가르치면서 1950년대 동인 활동을 같이 했던 박인환(1926~1956)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다. 그의 시 와 을 읽어주었고, 그가 보여준 댄디즘과 1950년대의 분위기를 잠깐 언급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로 박인환과 만났다. 중학교 3학년, 한림(翰林)출판사에서 간행한 하얀 색 하드커버의 , 그 세로쓰기 시집에서 만난 그 시를 나는 금방 외워버렸다. 지금도 더듬지 않고 그 시를 외울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 때의 흐려지지 않은 총기(聰氣) 덕분이다. 가 무엇을 노래한 시였던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장황한 서술 속에 자리한 ‘문학’과 ‘인생’ 따위의 낱말들에 열여섯 문학소년은 매료되어 버렸던 것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2018. 12. 27.
남과 북의 두 ‘여정’, 혹은 사랑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김옥주가 부른 ‘여정’ 남과 북의 두 ‘여정’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남쪽을 찾은 북측 예술단 서울 공연(2018.2.11.) 이야기는 그들이 돌아가고 난 2월 말께에 한 차례 했다. 나는 그들이 부르는 이남 노래를 들으며 12년 전, 금강산을 찾았을 때를 떠올렸고, 그 아련한 기억의 울림에 한동안 젖기도 했다. [관련 글 : 2006년 금강산, 그리고 2018년 서울] 거기서 북한 가수 김옥주가 부른 ‘여정’에 대한 느낌도 짤막하게 밝혔었다. 김옥주의 노래를 듣기 전에 나는 남쪽 가수 가운데 왁스라는 이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의 얼굴은 물론, 그의 노래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여정’의 곡조에 끌렸겠지만, 사실은 애절하고 다소 신파조인 가사에 더 끌렸던 것 같다.. 201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