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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부음, 궂긴 소식들37

소설가 최인호를 보내며 최인호(1945∼2013. 9. 25.) 소설가 최인호 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다. 조금 전 새벽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들여다본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서였다. 아내에게 그의 부음을 일러 주었더니 어젯밤에 진작 들었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왔다. 벌써 그렇게 된 거야? 한 70 되었을걸, 하고 대답하다가 그가 1945년생, 해방둥이, 우리 작은누나와 동갑이란 사실을 기억해 냈다. 1970년대 초반 고등학교에서 문예 동아리 활동으로 공연히 바쁘고 심각할 때다.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 (1967)와 꽤 반향을 일으켰던 ‘당선 소감’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학에 입문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성장에 별 관심이 없다. 아이가 제대로 자라면 고마워할 뿐…….’ 이라는 요지의 수상 소감을 우리는.. 2020. 9. 25.
‘분단문학’의 거목, 작가 이호철 떠나다 ‘실향’ 소설가 이호철(1932~2016. 9. 18.)) 소설가 이호철(李浩哲,1932~2016)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뇌종양으로 투병하고 있던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7시 32분에 서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했던 19살 청년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남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85세. 단신 월남 19살 청년에서 분단문학의 거목으로 일주일이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삼팔선을 넘었던 작가는 결국 한반도 분단과 이산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고인은 1950년 인민군으로 징집되어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됐다가 풀려난 뒤 이남에서 작가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형상화해 왔다. 1955년 단편 ‘탈향(脫鄕)’이 에 추.. 2020. 9. 18.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 돌아가다 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 9. 16.)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에드워드 올비는 유진 오닐(1888~1953),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 아서 밀러(1915~2005)를 잇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의 에드워드 올비 올비는 최초의 단막극 가 독일(1959)과 오프브로드웨이(1960)에서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1967), (1975), (1994) 등으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남긴 30여 편의 희곡은 오늘의 미국 사회와 미국인이 안고 있는 소외·좌절·고독·허무와 절망적 삶의 모습을 다루.. 2020. 9. 16.
‘조국’의 시조 시인 정완영 선생 돌아가다 시조시인 정완영(1919~2016. 8. 27.) 오늘 새벽에 인터넷에서 시조 시인 정완영(1919~2016) 선생의 부음 기사를 읽었다. 기사는 지난 27일 오후 3시께 노환으로 별세한 선생을 ‘시조 문학의 큰 별’이라는 표현으로 기리고 있었다. 향년 98세. 초임 시절인 5차 교육과정 고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시 ‘조국’이 실려 있었으니 얼추 내가 그의 시를 가르친 것도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던 것은 시조라는 갈래가 가진 한계 탓이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이 오래된 민족 정형시는 지금껏 살아남았지만 겨우 교과서에 실리는 것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 전문 텍스트로 읽기] 3장 6구 45자 안팎이라는 정형 안에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정서를 그려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려운 일일까. .. 2020. 8. 28.
두 부음에 부쳐- 목순옥과 이윤기 천상병 시인의 부인, 전통 찻집 ‘귀천’의 주인 목순옥(1935~2010. 8. 26.)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 ‘목순옥’(1935~2010)이라고 하면 갸웃하다가도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라면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서울 인사동에 있다는 전통 찻집 ‘귀천’의 주인이다. 숱한 시인 묵객들의 명소가 되었다는 그 찻집을 나는 이름만 들었지 가보지 못했다. 천상병(1930~1993)의 시를, 그의 시 ‘귀천(歸天)’을 가르치면서 나는 가끔 그이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곤 했다. 1967 동백림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아 폐인이 된 채 행려병자로 떠돌던 천상병 시인을 구한 이가 그이였다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그를 살려내고 그의 반려가 되었던 여인……. [시 전문 텍스트 보기] 1935년.. 2020. 8. 27.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 떠나다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1932 ~ 2015. 7. 10.) 오늘 새벽,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 이집트 출신의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Omar Sharif, 1932~2015)의 부음을 읽었다. 알츠하이머로 투병해 왔던 그는 어제(7월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향년 83세. 그의 부음은 무심하게 받아들였지만, 그가 여든을 넘긴 노인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잠깐 망연했다. 중1 때 문화 교실로 본 내가 오마 샤리프를 만난 것은 1969년,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리고 노벨문학상 모니터 화면으로 영화 를 다시 보았다. 상영 시간이 무려 3시간 12분이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열네 살 때도 이렇게 길었던가, 그러나 거짓말처럼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나 시 qq9447... 2020. 7. 10.
<서머타임 킬러>의 칼 말덴(Karl Malden) 지다 1912~2009.7.1. 오늘 아침 ‘궂긴 소식’은 미국의 원로 배우 칼 말덴(Karl Malden, 1912~2009)의 부음을 알린다. 향년 97세. 신문은 그가 ‘1950년대와 60년대를 풍미’한 배우였다고 전하지만, 나는 칼 말덴이 출연한 영화 몇 편으로만 그를 기억한다. 그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보면서 나는 아, 잠깐 탄성을 질렀다.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 등에서 만났던 영화 나, 도 그의 출연작인데, 정작 말론 브랜도의 포스가 너무 강렬했는지, 거기서 칼 말덴을 보았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다. 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해서 ‘문화 교실’로 관람한 첫 영화가 이다. 샤이안 인디언들과 백인들의 싸움이 소재인 영화였는데, 정작 주연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보다 리처드.. 2020. 7. 1.
우리 시대의 부음, 떠도는 죽음들 개인적 슬픔과 불행 너머 ‘시대의 부음’들 에는 ‘궂긴 소식’이란 이름의 부음란이 있다. ‘궂기다’는 ‘(완곡하게) 윗사람이 죽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하는 뜻의 우리말이다. 이 난에는 사회 저명 인사들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재를 요청하는 일반인들의 부음도 실리는 것 같다. 숱한 죽음이 거기 실리지만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것들이다. 그나마 낯이나 귀에 익은 이름이면 아, 그이가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나와 무관한 죽음이란 세상에 넘치고 넘친다. 망자를 알든 모르든 그 죽음은 숱한 죽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무슨 애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8일 자 신문을 읽다가 나는 문득 한 작가의 부음을 읽었다. 소설가 임동헌 씨. 나는 등허리로 서늘하게 지나가는 전율을 희미하게 느꼈.. 2020. 6. 15.
박경리와 홍성원, 두 작가의 부음에 부쳐 박경리 1926~2008. 5. 1. 두 명의 작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일엔 홍성원(71)이, 오늘(5일) 오후에는 박경리(82) 선생이 각각 작가로서, 자연인으로서 당신들의 삶을 마감했다. 물론 그것은 가족이나 친지의 부음처럼 애잔한 슬픔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박경리 선생이 위중하다는 것을 이미 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 까닭에 나는 ‘그랬구나……’ 하는 정도로 선생의 부음을 받아들였다. 향년 여든둘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나는 잠깐 아쉬움을 느꼈을 뿐이다. 82세라면 요즘 같으면 얼마든지 건강해도 될 연세이니 말이다. 선생의 부음은 신문과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저마다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다투어 기리고 있는 듯하다. 나는 잠깐 그이가 살아낸 80여 년의 삶과 .. 2020. 5. 5.
지아비와 함께 편히 쉬시라 김지원 1959~2012.4.26 인간의 삶에서 ‘죽음’을 떼어낼 방법은 없다. ‘낙양성 십 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을 굳이 불러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고매한 사상가도, 억만금을 가진 부자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살던 연예인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숱한 선남선녀들도 죽음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우리는 살 만큼 산 ‘자연사’는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인다. 호상(好喪)이란 이름이 따르는 부음이 그것이다. 그 죽음이 더욱더 애틋한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고, 좀 이르게 찾아온 죽음이다. 그것은 ‘자연사’와 달리 쉬 받아들일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4년 전에 우리가 저세상으로 배.. 2020. 4. 26.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보내며 1927년 3월 6일 ~ 2014년 4월 17일 어제 오후에 나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8~2014)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림프암으로 투병해 왔고, 2012년부터는 치매 증상으로 집필을 중단한 바 있었다. 마르케스는 멕시코시티의 자택에서 아내와 두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7년의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살아생전에 작가로선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을 받았고, 우리 나이로 치면 여든여덟, 미수(米壽)를 누렸다. 우리 식으로 보면 호상(好喪) 중의 호상이니 의례적 수사는 생략하자. 나는 그의 대표작 을 만났던 스무 살 무렵을 아련하게 떠올렸다. 번역본으로는 민음사에서 펴낸 (조구호 옮김, 아래 )이 널리 알려졌지만, 내가 처음 만난 은 김병호가 옮기고 육문사.. 2020. 4. 18.
<산문에 기대어>의 송수권 시인 떠나다 송수권 시인(1940 ~ 2016. 4. 4.) 원로 서정시인 송수권 선생이 돌아가셨다. 시인은 지난 4일 낮 12시 40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194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일흔일곱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해마다 선생의 대표작 ‘산문에 기대어’를 가르쳤지만, 선생이 나보다 16년이나 연상이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갓 스물에 만났던 시인 선생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나는 1975년, 집에서 구독하고 있던 월간 에서 그의 대표작 ‘산문(山門)에 기대어’와 함께 그를 처음 만났다. 그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갓 스무 살의 문학도였다. 한 면 전체에 실린 신인상 수상 시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의 나이를 가늠해 보았을까, 말았을까. 그때 나는 ‘산문’이란 낱.. 2020.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