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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마이너리티(minority)를 위하여16

‘임신 중지’ 관련한 두 나라의 풍경 : 한국과 프랑스 ‘2024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으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세계 여성의 날’(또는 국제 여성의 날, International Women’s Day)은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9년 사회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정치적 행사로 시작되었고, 1910년 클라라 체트킨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에 의해 세계적 기념일로 제안되었다. 1910년 제안 뒤, 1911년에 첫 ‘ 세계 여성의 날’ 행사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 1857~1933)은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여권운동가로 1892년 사회주의 여성잡지인 을 창립.. 2024. 3. 7.
‘피의 일요일(1965)’, ‘셀마 몽고메리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어밀리아 보인튼 로빈슨 부부의 ‘흑인 투표권 쟁취 투쟁’ 1950년대 이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에서 앨라배마주의 주도 몽고메리(Montgomery)는 기억되어야 할 도시다. 미국 의회가 ‘현대 민권운동의 어머니’라는 찬사를 바친 로자 파크스(Rosa Lee Louise McCauley Parks, 1913~2005)가 주도하여 흑인들의 집단 파업과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인 곳이다. 이 운동은 1955년, 몽고메리의 백화점 재봉사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한 데서 비롯되었다. 인종 차별법 짐크로우법에 의해 그녀가 경찰에 체포됨으로써 촉발된 이 1년여에 걸친 저항은 이듬해 ‘버스의 인종 분리가 불법’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승리를 거두면서 몽고메리 버스 .. 2024. 3. 7.
“사법연수원 수료 후 교도소 행을 택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되어야 한다 14일 아침 에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한 예비법조인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 기사 바로가기).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백종건(26) 씨는 판검사와 변호사, 군법무관 등으로 나간 연수원 동기들과 달리 ‘교도소행’을 택했다. 법무사관 후보생 입대일이던 지난 10일, 백씨는 입대하는 대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총을 들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이다. 그는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재판을 거쳐 감옥으로 가야 한다.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게 되면 ‘법조인 백종건’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판검사 임용은 물론 변호사 등록도 출소한 뒤 .. 2023. 8. 13.
[오늘]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결혼은 동성의 두 사람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결혼은 이성의 혹은 동성의 두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 네덜란드 개정 결혼법 조항 15년 전 오늘(2001년 4월 1일)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 1989년, 이웃인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 간의 시민결합(Civil union)을 법적으로 인정한 이후 네덜란드 성 소수자 인권운동연합은 정부에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응답하여 네덜란드 의회는 1995년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1997년에 특별위원회는 파트너 등록제(geregistreerd partnerschap)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듬해(1998) 1월 1일부터 파트너 등록제를 시행함으로써 이른바 시민결합을 인정하게 되.. 2023. 3. 31.
‘세계 여성의 날’과 노회찬의 장미, 마거릿 생어와 낙태죄 논란 ‘세계 여성의 날’, 마거릿 생어, ‘어머니가 되지 않을 권리’ 주창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내일(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따위는 꼭꼭 챙기지만, 사람들은 정작 여성의 날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하긴 ‘여성의 날’을 알고 기리는 이는 과연 우리나라 전체 여성 가운데 얼마나 될까. ‘여성의 날’은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날이다. ‘여성의 날’은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과 함께 변화한 여성들의 지위와 밀접히 연관된다. 산업혁명 이후의 사회변동에 따라 여성들은 가사노동 담당자에서 자본주의 체제 아래 노동자 계급의 일원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체제는 남성보다 .. 2023. 3. 8.
성폭력, ‘욕정’을 못 이겨서? 언어에 숨은 ‘남성중심주의’와 뒤틀린 ‘여성관’ 말과 이데올로기- 과부, 혹은 미망인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언어가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을 때가 많다. 기본적으로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지만, 그 이전에 세계를 이해,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매체이다. 연속적인 세계를 불연속적인 것으로 끊어서 표현하는 과정에서 언어는 그 운용자의 주관과 이해를 일정하게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나 태도가 시나브로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유난히 두드러진 ‘근로’와 ‘노동’의 대립은 바로 그런 현상의 좋은 보기다. ‘힘써 부지런히 일하다’라는 의미의 ‘근로’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함,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체력이나 정.. 2020. 11. 15.
‘낙태죄’ 폐지, 여성을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신문 보도를 보고서 오늘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라는 걸 알았다. 이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가 단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이슈라는 것을 시사한다. ‘낙태’가 범죄로 여겨지며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묻는 형태로 존속해 온 이면에 존재하는 강고한 가부장제란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것이다. 낙태 반대론의 핵심인 ‘태아의 생명권’, ‘생명 존중’ 등 ‘생명윤리’만을 강조하는 논리지만, 낙태죄 폐지론은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여성을 상정한다. 그래서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유산 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 건강권 보장, 우생학적.. 2020. 9. 29.
병역거부, 우리 안의 ‘편견’과 ‘낯섦’을 넘어 [서평] 민용근의 해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선 600∼700명의 젊은이가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고 있다. 성년에 이르기까지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온 이 청년들이 감옥으로 가는 것은 이들이 이 나라의 병역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또는 소집 기일부터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그들을 감옥에 가두는 근거다. 보통 입영이나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는 ‘병역 기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청년들은 극구 자신들의 행위를 ‘병역거부’로 표현하며 그 앞에 굳이 ‘양심에 따른’이라는 구절을 덧붙인다. 이들이 말하는 ‘양심’은 ‘자신의 내.. 2020. 1. 9.
사우디 여성들의 첫 투표, 그리고 여성참정권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국 83년 만에 ‘보통선거’를 통해 20명의 여성 지방의회 의원이 탄생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이는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이다. 사우디 여성들 122년 만에 첫 투표 아닌 21세기에 웬 ‘여성참정권’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기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도 일찌감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참정권이 제한되었던 것은 여성은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또 가정.. 2019. 11. 4.
‘양심적 병역거부’, 이해 못 해도 대체복무제는 찬성 앰네스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오늘 5월 15일은 보통 ‘스승의 날’로 알려지지만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은 국제 평화 단체인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WRI)이 전쟁을 거부하고 총을 들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병역거부자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평화의 페달을 밟자’ 행사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기념하여 어제 오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전쟁 없는 세상’ 등 시민단체는 ‘평화의 페달을 밟자’ 행사를 베풀었다. 참석자들은 자전거로 헌법재판소에서부터 국회까지 약 10km를 달렸다. 자전거 행진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행사에는 20.. 2019. 10. 26.
문정희 시인, 여자의 ‘몸속 강물’을 노래하다 문정희 시 ‘물을 만드는 여자’ 여성주의 시를 검색하다가 문정희의 시 ‘물을 만드는 여자’를 발견했다. 읽고 나서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이건 정말 압권이야. 나는 교내 메신저로 11명의 동료 국어 교사들에게 이 시를 전송했다. 문정희의 시를 즐겨 읽었지만 처음 만나는 시, 그런데 최고네요! 여자, ‘대지의 어머니’가 되다 이 시는 여성의 배뇨를 소재로 한 시다. 시인은 딸들에게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고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네 몸속의 강물’이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한다. 그 소리는 ‘세상을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다. [시 전문 텍스트로 보기] 시인은 ‘때때로 편.. 2019. 9. 27.
아내들에게 바침, 문정희 ‘작은 부엌 노래’ 한가위 전날이다. 따로 차례를 모시지 않는 우리 집 풍경은 조금 쓸쓸하다. 귀향한 아들 녀석과 제 누이는 어젯밤 내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더니 아직도 늦잠이다. 아내는 ‘그래도 섭섭할까 봐’ 부침개 몇 종류를 준비한다. 대형 전기 팬을 거실 바닥에 놓고 갖가지 준비를 해 놓으면 아이들이 달려들어 거들 것이다. 한가위 전날 풍경 마련할 음식이래야 단출하기만 하다. 쇠고기 산적과 두부전, 명태전을 조금 부치고 나면 명절 준비는 끝이다. 떡을 잘 먹지 않으니 우리 집에선 송편도 준비하지 않는다. 명절이라고 식솔들을 이끌고 가야 할 본가도 큰집도 없으니 내일 성묘를 마치고 아이들 외가를 들러 오면 그뿐이다. 여든이 내일모레인 장모님이 손자와 함께 지키고 있는 처가의 고적(孤寂)을 우리 식구가 흩트려 놓을 것.. 2019.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