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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9월, 한가위 ‘달빛도 평등하게’ 9월엔 가을 절기, 백로(8일)와 추분(23일)이 들어 있다. 백로(白露)는 말 그대로 ‘흰 이슬’이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 다음 절기인 백로엔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등, 가을 기운이 뚜렷해진다. 이 무렵은 고된 여름 농사를 얼추 마치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여서 근친(覲親)을 가기도 한다. 시집간 딸이 시부모로부터 말미를 얻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뵙는 근친은 봉건시대엔 명절, 부모의 생신, 제일(祭日)에만 허락되는 일이었다. 친정 어버이를 만나 뵙고 안부를 여쭙는 일로 가슴을 끓였을 며느리들에게 근친은 얼마나 가슴 벅찬 여정이었을까. ‘근친 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는 속담에는 며느리들의 눈물과 한숨이 흥건할 듯하다. 친가보다 처가 쪽과 내왕이 더 많.. 2022. 8. 31.
공정성 잃은 감사원…엠비(MB) 때 그 기관이 떠오른다 감사원의 전 정부 겨냥한 전방위 감사, MB정부 때 인권위와 겹치는 까닭 감사원은 헌법에 따라 설치되고, 그 권한이 부여된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지만, 그 직무에 대해서 대통령이 간섭하지 못한다. 또한 감사원은 소속 공무원의 임면이나 조직·예산 편성에 있어서는 독립성을 갖는다.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되며, 감사위원은 탄핵이나 중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강제로 면직되지 않으며, 일정한 직무의 겸직이나 정당 가입 또는 정치 운동 등이 금지되어 있다. 바빠진 감사원, ‘국정운영 지원기관?’ 그런데 현재 감사원은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가장 바쁜 기관이 된 것 같다. 임기가 남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이 사퇴 압박에도 물러나지 않자, 감사원이 압박성 .. 2022. 8. 25.
토사구팽, 개를 버리는 건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MB정부의 우경화 (누리꾼들의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억지 수사’, ‘에버랜드 무죄’ 판결, ‘PD수첩 수사’, ‘KBS 사장 수사’ 등) 코드, 편 가름을 위한 ‘정치적 표지’? 이른바 ‘코드’ 타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과 돌연 투사로 변신한 조중동이 합창하던 일종의 트렌드(?)였다. 정권의 인사가 비슷한 정치적 이념이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등용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데 붙인 비난의 딱지였다. ‘코드(code)’의 백과사전적 정의(“통신에서 글자·단어·구절과 같은 한 단위의 정보를 그에 상당하는 임의로 선택된 어구로 바꾸는 데 사용하는 일정한 규칙”)에 비기면 그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뜻인 셈이다. 민주주의가 정당정치를 통해 구현되고, 집권 정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펴는 데.. 2022. 8. 24.
‘욱일기’ 논란 예상되는 일본 ‘관함식’… 우리 해군 참가할까 한일 양국의 관함식마다 욱일기는 뜨거운 감자였다 우리 해군이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초청받았다. 정부는 일본의 초청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참가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관함식(觀艦式, Fleet Review)은 ‘국가적 경사 등에 국가 원수가 해군 함정을 모아놓고 그 위용을 검열하는 의식’이다. 관함식은 해군이 각종 함선을 모아놓고 사열 의식을 벌이는 것이니, 이는 해상에서 펼치는 ‘군사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관함식은 자국의 해군력과 국력을 과시하고 주력함을 소개하고 신형 함선 공개 등이 이뤄지는데 국제관함식도 더러 있고, 관함식을 벌일 때 이웃 나라의 함선을 초대하기도 한다. 구 일본 제국은 1940년 10월 요코하마 근해에서 일왕의 참관.. 2022. 8. 22.
시국선언, ‘여럿이 입을 모아 외치는 말’의 힘 국어사전은 ‘시국(時局)’을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나 대세’라 풀이한다. 그러면 ‘시국선언’은 그런 정세나 대세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기의 방침, 의견, 주장 따위를 외부에 정식으로 표명’하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시국선언’이 잇따른 사회는 건강한가 ‘함포고복’하고 ‘격양가’를 부르는 태평성대라면 굳이 ‘시국’이나 ‘선언’이 필요하지 않을 터이니 이 ‘시국에 관한 의견과 주장’이 조직되고 선언되는 사회는 그리 안정적인 세상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가까운 우리 현대사에 명멸했던 ‘시국선언’ 열풍은 우리 사회가 거쳐야 했던 역동적 변화의 흔적이었으니 말이다. 현 정부 들면서 한동안 잠자던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표방, 시행한 국가 운영의 방향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 2022. 8. 22.
얼치기 야구팬의 ‘프로야구 30년사’ 단 두 차례만 야구장에 가본 유사 팬이 바라본 프로야구 월요일이다. 한 주일이 시작되는 날이지만 월요일을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로 기억하는 이들도 적잖을 터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한, 주중에도 야구 중계의 ‘본방을 사수’해 온 내게도 월요일은 그렇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월요일은 그래서 아내에게 채널의 선택권이 온전히 귀속되는 날이 된다. 프로야구 시즌의 ‘본방 사수’ 퇴근하기 바쁘게 내가 TV 채널을 선점해 버리는 프로야구 시즌이 오면 아내와 딸애는 이구동성으로 ‘저놈의 징한 야구……’를 되뇌면서 선선히 건넌방으로 옮겨간다. 한 주일 내내 채널을 독점하는 것은 가장으로서 할 짓이 아닌지라 한 사나흘쯤은 내가 건넌방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채널 선택권의 향방이 가정에서의 권력 판도를 시사해주는 현.. 2022. 8. 21.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멈출 수 없는 관습’이라고? 광복절날 기시다 총리와 일본 각료들, 신사 참배와 공물 봉헌 77돌 광복절에 일본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에 공물을 바쳤다 다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가 언론에 소환되었다. 하필이면 광복절 77돌에 일본 신도(神道)의 사원(寺院)인 야스쿠니가 뉴스에 불려 나온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을 말한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차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쳤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좀 결이 달랐다. 대통령실은 야스쿠니 ‘공물 봉납’에 대해 일본 측이 사전 설명을 해왔다고 밝히고, 총리가 직접 가지는 않는 선에.. 2022. 8. 19.
도시락 배달길 지역 복지관에서의 자원 봉사 이야기 점심을 먹고 한 시간 남짓, 도시락을 배달하고 돌아왔다.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반주일치 반찬이 든 찬합이 셋. 그게 내가 배달해야 할 도시락이다. 함께 든 쪽지에는 그동안 죽 맡아 도시락을 가져다준 여자아이 이름 밑에 낯선 이름 둘이 더 있다. 새로 도시락을 받을 아인데 자매인 모양이다. 이번 방학은 거저 같다. 해마다 4∼5주가량 활동하는데 이번엔 2주만 수고해 달라는 복지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결식 학생 도시락 배달에 참여하게 된 건 2004년 여름방학 때부터였으니, 햇수로는 4년째, 어느새 일곱 번째 방학을 맞은 것이다. 그때는 1년간의 조합 전임활동을 마치고 복직한 뒤,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다. 십수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 2022. 8. 7.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스마트 코리아’ 막장으로 치닫는 현병철 위원장의 국가인권위원회 경찰과 보수 세력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희망 버스’는 부산으로 달려갔다. 전국에서 모인 일만오천의 시민들은 ‘인간의 삶과 일’을 위해 싸우는 한 해고노동자에게 ‘인간의 사랑과 연대’를 뜨겁게 전했다. 그것은 새삼 ‘인간은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국가인권위, 직원들 ‘부당징계’ 강행 이런 벅찬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29일에는 그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직원들의 징계를 강행했다. 그것도 애초에 현병철 위원장이 요구한 징계 수위(3명 중징계, 8명 경징계)보다 높은 4명에겐 중징계인 정직을, 다른 7명에게는 경징계인 감봉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인권위는 비슷한 사안에 .. 2022. 7. 31.
8월, 함께 창 앞에 서자 여름은 처서(處暑)로 가고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다. 장마 덕분에 더위는 오다가 문턱에 걸린 형국이었으나, 장마가 끝나면서 불볕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차피 절기는 제 갈 길을 간다. 8일이 입추, 14일이 말복이고, 23일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다.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 ‘처서’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절기 이후로 시간은 좀 빠르게 지나간다. 7·8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어정칠월 건들팔월’인 것이다. 예순한 돌 광복절 15일은 예순한 돌을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작년에 회갑을 맞았으니 올해는 새로운 갑자(甲子)가 시작되는 해인 셈이다. 갑자가 돌아왔으나 여전히 조국의 분단은 끝나지 않.. 2022. 7. 30.
72년…그러나 ‘1천2백 목숨 거둔 숲’은 말이 없다 6·25 당시 학살 현장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제 참관기 지난 14일 오전 11시,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폐교된 지례중학교 구성분교장 맞은편 산어귀에서 어떤 추모제가 조촐하게 베풀어졌다. 1950년 7월 14일, 이 숲 부근에서 학살된 독립운동가 임종업(林鍾業, 1907~1950) 선생과 1천2백 명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기리는 자리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임종업 선생과 희생자 추모제 임종업은 5·16 쿠데타 직후 북의 밀사로 내려왔다가 처형된 황태성(1906~1963), 박정희의 셋째 형인 박상희(1906~1946)와 함께 경북지역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당시 김천시 보도연맹에 강제로 가입해 있던 임종업은 1천2백여 명 보도연맹원들과 함께 이 숲 어.. 202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