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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5

아직 멀리 있는 ‘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오늘이 입춘이니 봄은 지척에 와 있다. 예년과 달리 올겨울이 유난히 길다고 느끼는 까닭은 추위가 꽤 오래 이어져서인 듯하다. 하마나 하고 기다리지만, 영하의 수은주 눈금은 오르는 듯하다 다시 꼴깍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게다가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 을씨년스러워졌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봉산 아래의 우리 동네는 겨울의 칼바람이 유명하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필로티 구조인 아파트 1층으로 몰아치면 절로 정신이 번쩍 든다. 그건 한여름의 선선함으로 상쇄하기 어려울 만큼 매섭다. 그러나 나는 우리 동네의 겨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추운 동네여서 꽃소식도 좀 늦다. 시내에는 .. 2023. 2. 4.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왕도는 없다’ 일본의 사도(佐渡)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과 강제동원 문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강행 지난해(2022) 2월,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사도(佐渡)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강행했다. 그러나 추천서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유네스코의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등재는 실패했다. 유네스코는 사도광산을 구성하는 유적 중 하나인 니시미카와(西三川) 사금산에서 과거에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된 도수로(導水路 물을 끌어들이는 길) 중 끊겨 있는 부분에 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도수로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담아 이번 다시 잠정 추천서를 제출했다. 그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한일 정부는 각각 전담 조직(TF)을 만들어 대응하는 등 첨예하게 맞서왔다. 우리 .. 2023. 1. 16.
2023, 검은 토끼의 해 - ‘교토삼굴’의 슬기로 헤쳐나가길 2023, 계묘년을 맞으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계묘(癸卯), 토끼해다. 지난해 임인(壬寅)년에 이어 올 계묘년도 오행(五行)의 물[수(水)]에 해당하는 오방색(五方色)은 검정이다. 따라서 지난해가 ‘검은 호랑이’ 해였듯이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우리 민속문화에서 꾀 많고 귀여운 동물이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상상의 동물인 토끼는 친숙하면서도 신성스러운 존재로 인식된다. 토끼는 포식자들의 사냥감이기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민감한 모습을 보여,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판소리계 소설 에서 자라의 꾐에 속아 용궁으로 끌려갔으니 기지를 발휘하여 기사회생하는 이야기에서 보이듯 영민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 토끼는 “침착하고 꾀가 많으며 능청스럽고.. 2023. 1. 1.
한파 …, 돌아온 ‘추운 겨울’ 며칠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경상북도 남부지방에선 추위가 끈질기지 않다. 아침에 곤두박질친 수은주도 날이 들면서 이내 영상으로 회복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 와서 11년째이지만, 추웠던 겨울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이는 확실하다. ‘춥지도 눈도 오지 않는’ 경북 남부 퇴직 전에 마련한 중량 오리털 재킷을 이태나 입지 않았던 이유다. 장시간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중무장에 가까운 옷차림이 필요하지는 않은 까닭이다. 좀 가볍게 입었다 싶어도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차니 굳이 두껍고 어둔한 옷을 고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눈도 거의 오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눈은 여기에 온 첫해인 2012년 3월 말께에 드물게 쌓일 정도로 퍼부은 게 다다. 여름에 비도 잘.. 2022. 12. 20.
2022 사자성어,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누가? 선정 2022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날이 갈수록 그 뜻이 바래는, ‘2022 올해의 사자성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뽑혔다. 이 시행한 전국 대학교수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국 대학교수 935명 중 476명(50.9%)이 ‘과이불개’를 선택하여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대학교수 과반이 선택한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이 신문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올해였지만 희망과 기대는 잠시뿐이었다”라며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검증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사태, 그리고 인재로 발생한 이태원 참사(10.29)까지,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는 없었고,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행태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라고 보도했다. 올해의 사자성.. 2022. 12. 12.
한국 탈춤, 22번째로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확정…북한 ‘평양랭면 풍습’도 등재 마침내 한국의 전통 공연문화를 대표하는 탈춤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우뚝 섰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17차 무형유산 보호 협약 정부간위원회(이하 무형유산위원회) 회의를 속개해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탈춤의 등재로 우리나라는 2001년 국내 최초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종묘제례악’과 남북한이 공동등재한 씨름(2018), 연등회(2020) 등과 함께 모두 22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 2022. 12. 2.
‘노조 탓’ 원희룡을 침묵에 빠뜨린 초선 의원 장철민의 분노 오봉역 코레일 직원 사망 사고 관련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 지난 5일 오후 8시 37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구내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30대 직원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직원 A씨는 입환(철도 안에서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연결·분리하는 작업)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오봉역 코레일 직원 사망 사고 발생, 국토교통위 원희룡 장관의 관점 고용노동부는 감독관을 파견해 해당 작업을 중지시키고, 코레일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코레일에서 발생한 4번째 사망 사고라고 한다. [관련 기사 : 코레일 노동자 야간작업 중 열차 치여 사망...올해만 4번째] 숨진 A씨의 유가족(여동생)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코레일의 부실한 대응을 고.. 2022. 11. 13.
이 땅에서 최초로 재배된 곡물, 피[稷] 이야기 한때는 불량한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 ‘구황작물’로 애용된 피,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 거의 매일 아침 운동 삼아 걸어서 인근 마을을 다녀온다. 집을 나서 10분만 걸으면 만나는 들판 사이로 난 마을 길로 2km쯤 가면, 구미시 부곡동, 가마골에 이른다. 길은 벼가 익어가는 볏논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나는 가마골 어귀에서 돌아서 온다. 아침 운동길에 만나는 벼와 피 겨우내 비어 있었던 논은 써레질을 시작으로 모내기가 이어진 뒤, 나락이 패고 이삭이 나와 천천히 익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 들판이 누렇게 익은 벼로 넘실댈 때 벼 베기가 이루어진 뒤, 볏짚을 저장하여 발효시키는 압축포장 사일리지가 군데군데 나타나면 비로소 벼농사는 끝을 맺는다. 벼가 패고 익어가면서 볏논 여기저기 불청객처럼 드러나.. 2022. 11. 12.
‘유감’과 ‘사과’, 혹은 ‘사고’와 ‘참사’ 사이 ‘어휘’는 화자의 내심과 의도를 드러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10.29.)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여론을 데우고 있다. 재난관리 주무 부서의 책임자이지만, 참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정부의 면책을 의식하는 듯 상식과 책임을 위태하게 넘나들었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그의 제일성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정치적 책임론 경계하는 정부여당 그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라는 기자 질문에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2022. 11. 3.
SPC(파리바게뜨) 불매운동, 혹은 ‘윤리적 소비’ SPC그룹 계열 빵 제조공장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지난 15일 새벽에 경기 평택에 있는 에스피씨(SPC)그룹 계열 빵 제조공장인 에스피엘(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숨진 노동자는 입사한 지 2년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며, 평소 가족을 부양해온 ‘착한 딸’이었다고 알려졌다. SPC그룹 빵 공장의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사고와 함께 노동자가 숨진 당일 밤부터 회사에서 공장을 재가동하는 등 부실한 대처 등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SNS)을 중심으로 에스피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투쟁 때에 이어 시민들의 두 번째 연대가 이루어진 것이.. 2022. 10. 29.
감 이야기(3) - 이른 곶감을 깎아 베란다에 걸다 이른 곶감을 깎아 베란다에 걸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텃밭이 있는 처가의 장독대 앞 텃밭 가장자리에는 대봉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살아생전에 장모님께서 심어 놓은 것인데, 따로 관리하지 않으니 해마다 깍지벌레의 공격에 속수무책, 여느 감나무와 달리 성급하게 익으면서 떨어지고 만다. 원래 처가엔 담에 바투 붙은, 적어도 백 년은 족히 묵은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었다. 장모님 살아 계실 때, 그 나무에서 감을 따고 그거로 곶감을 깎아 걸며 글 한 편을 썼다. 그게 2014년이었는데, 이듬해 우리는 장모님을 여의었다. [관련 글 : 감 따기와 ‘곶감’ 만들기] 감의 역사 감은 동양이 원산지로 중국에서는 재배역사가 오랜 과일 중 하나다. .. 2022. 10. 15.
10월, 겨울로 가는…… 10월에 공휴일과 국경일이 많아서 달력이 울긋불긋하던 시절도 옛날이다. 올 10월 달력에 빨간 날은 개천절(3일)뿐이다. 한 20여 년 전만 해도 국군의 날(1일)과 한글날(9일)이 공휴일이었으니, 이런 날들이 주말이나 주초에 걸려서 연휴가 되거나 징검다리 휴일이 되어 샐러리맨들을 흥분시켰던 기억도 까마득하다. UN의 날도, 아폴로 달착륙에도 놀던 시절 더 오래전,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의 일인데 유엔의 날(24일)도 공휴일이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였다 해서 7월 어느 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해 쉬었던 기억도 있다. 60년대 말께인데 당시에는 우리가 유엔에 가입도 하지 못했던 때였다. [관련 글 :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공휴일] 그런데도 유엔의 날을 공휴일로 쉬었던 것은 아마 ‘UN군’.. 2022.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