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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5

‘결손 가정’과 ‘정상 가족’ 사이 ‘결손가정’과 ‘정상 가족’ 구분도 ‘인권 침해’다 강원도 고성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면서 이른바 ‘관심사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관심사병’이란 군 당국에서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이르는 말인데, 정작 그걸 판정하는 기준이 영 ‘아닌’ 것 같다는 게 요지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적응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기초생활 수급자’나 ‘한 부모’ 가정 출신 병사는 으레 ‘관심사병’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예 한 부모와 미혼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1인시위에 나서게 되기에 이르렀다. 1인시위에 나선 한 부모들이 든 피켓에는 ‘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사병(병사)!’, ‘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자 관심사병 분류는 명백한 인권침.. 2020. 7. 13.
평창, 혹은 당신과 나 안의 파시즘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관련한 ‘애국과 비애국’ 갈라치기 어젯밤에는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 아침에 뉴스를 보고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가 성공했다는 걸 알았다. 잘됐죠? 잘됐네. 삼수라더니 성공했으니 다행이야……. 아침을 짓고 있던 아내와 덤덤한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또 뉴스는 그거로 도배를 하겠네. 그럴 만하지 않아요? 그러게 말이야……. 모두가 바빴던가.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창은 별로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자리의 후배 교사와 잠깐 이래저래 나라 안이 시끄러우니 필요한 쪽에서 평창을 잔뜩 우려먹지 않겠냐는 얘길 건성으로 나누었을 뿐이다. ‘국민’과 ‘비국민’에 담긴 기시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무려 11년 동안 노심초사한 노력의 결과는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는 게 이상할 게 .. 2020. 7. 10.
‘노숙(露宿)’의 기억 중앙인사위원회 앞 노숙 항의 지난 7월 25일 오후, 나는 복원된 청계천 시작점 옆, 한 빌딩 앞 인도에 마련된 야외용 매트에 동료 50여 명과 함께 앉아 있었다. 길 건너 동아일보사 건물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보수의 성채인 양 위압적으로 서 있었고, 끊임없이 오가는 행인들 너머 인도턱에 바투 세워 놓은 이동경찰서 차량(이른바 ‘닭장차’) 세 대가 차도에서 달려드는 매연을 막아주고 있었다. 지휘관인 듯한 사복 차림의 중년 사내가 주변을 서성거렸고 헬멧을 덮어쓴 대여섯 명의 의경들이 우리가 등지고 있는 건물의 현관 앞에서 방패를 앞세우고 마치 로마의 검투사처럼 서 있었다. 그들의 무표정한 눈빛 너머 현관 입구에는 ‘중앙인사위원회’ 현판이 붙어 있었다. 그랬다. 우리는 중앙인사위원회에 복직 교사 원상회복을.. 2020. 7. 6.
우리나라 좋은 나라, 풍경 2제 [풍경 1] ‘최저임금’ 인상, 1,090원과 30원 사이 30원이냐, 1,090원이냐를 두고 다투던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지 못한 채 합의 시한인 어젯밤 자정을 넘겼다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4,320원, 노동계의 요구대로 1,090원을 인상하여도 5,410원이다. 말하는 것조차 민망한 ‘30원’은 재계의 인상안이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나 감세 혜택을 온전히 누린 재계가 내놓은 이 30원은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잊은 부끄러운 수치다. 이들은 마치 노동의 대가를 달걀값이나 설탕값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고작 32%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16위에 그친다. 2011년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으로는 밥 한.. 2020. 7. 3.
다시 ‘완장’을 생각한다 만만찮은 권력의 상징 ‘완장’ 난데없이 ‘완장’이 일종의 유행어처럼 쓰이게 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의 일인 듯하다. 정권 교체기라면 ‘권력의 이동’이란 상식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 들어 뜬금없이 ‘완장’이란 낱말이 쓰이게 된 맥락은 좀 ‘거시기’하다. 권력을 장악한 정당이 정무직을 나누어 챙기는 것은 일종의 ‘전리품 배당’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걸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그런 ‘자리를 챙겨주기’ 위하여 법적으로 임기가 남은 전 정권 인사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내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완장’ 소동, 권력 이동기의 서글픈 소극 KBS 정연주 사장도 그렇지만, 현 정부 집권 이래,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서 위와 같은 사례가 잦았다. 유인촌 장관이 그 ‘기관장 해임’에 앞장서면서 이른바 ‘완장.. 2020. 6. 30.
‘이문열’, 찢을까 살라버릴까 극우 냉전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어정쩡한 우파 이데올로그 이문열 작가 이문열이 화제다. 평역한 를 완간한 뒤 ‘촛불집회’를 ‘위대한 포퓰리즘’이라고 말할 때부터 이 양반이 잘하면 ‘한건’ 하겠다는 조짐은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불과 한 일주일 만에 시민들의 촛불을 ‘불장난’으로 헐뜯었고, 뜬금없이 ‘의병’을 거론하면서부터 온갖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부친은 해방 공간에서 좌익 활동에 참여한 이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와 어린 남매, 뱃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막내를 버리고 사회주의를 좇아 월북’했다. 냉전 이데올로기와 ‘레드 콤플렉스’가 개인과 일가의 삶을 갈가리 찢어 놓아 버린 세월이 우리 현대사였을진대, ‘빨갱이 자식’으로 세상살이를 배웠던 작가의.. 2020. 6. 25.
만년필로 편지를 쓰다 제자에게 온 편지, 만년필로 답장을 쓰다 한 달 전쯤에 대학을 졸업한 제자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2008년에 아이는 여고 2학년, 내 반이었고 내게서 문학을 배웠다. 스승의 날에 맞추느라고 그랬는지 익일 특급으로 보낸 편지는 길쭉한 진녹색 봉투에 들어 있었다. 나는 이름만 보고 그 애가 누군지를 단박에 알았다. 5월에 닿은 제자의 ‘편지’ 한 반에 몇 명씩 있는 흔한 이름이 아니었던 탓만은 아니다. 해마다 서른 명 내외의 아이들을 맡다 보면 기억이 하얗게 비어 있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떤 특징적인 모습으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서 앞뒤 기억이 뒤섞이면서 누가 선밴지 누가 후밴지 헷갈리곤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더러는 당돌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더.. 2020. 6. 21.
다시 불려나온 군함도, 강제동원 역사 왜곡하는 일본 “학대·차별 없었다”는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95세 강제징용 피해자의 남은 소망은 조선인 강제 노동의 역사적 현장인 군함도(하시마)가 다시 뉴스에 불려 나왔다. 일본이 이 섬에 대한 ‘역사 왜곡’을 시도하자 외교부에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면서다. 외교부의 항의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할 때 한국인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것이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과 강제동원 당시 일본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서양의 기술이 일본 문화와 융합해 급속한 산업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시계열적(視系列的)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보편적 가치가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이 등재.. 2020. 6. 17.
고 김관홍 잠수사의 ‘진실’과 산 자의 ‘부끄러움’ ‘구해내지 못한 아이들’ 곁으로 떠난 민간 잠수사 김관홍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에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그 죽음을 아파하게 될 유족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하기도 하지만 때로 망자의 삶이 환기해 주는 어떤 ‘삶의 진실’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때로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선 자리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확인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1973~2016)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2016년 6월 1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마흔셋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김관홍의 ‘진실’과 산 자의 부끄러움 김관홍은 세월호 참사 발생 7일 만에 수중 선체 수색 작업에 합류해 실종.. 2020. 6. 16.
감자 캐기, 그리고 노략질 기행 장모님의 감자 수확 돕기 어제 처가를 다녀왔다. 고추 하우스 옆에 갈아놓은 장모님의 감자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안노인이 일손도 없이 땡볕에서 감자를 수확한다고 애를 쓰실 것 같아서 아내는 일찌감치 준비했다. 일손을 돕는 것도 돕는 것이지만, 햇감자를 넉넉하게 얻어올 수 있으리라, 하는 것도 가외의 목적이다. 어정거리다 좀 늦게 밭에 나갔더니 그새, 아내와 장모님은 감자를 거의 다 캐놓았다. 거름도 거름이거니와 손을 대지 않아서……. 감자 씨알이 형편없다고 노인은 말씀하시지만, 줄기를 뽑으면 여러 개의 씨알이 거짓말처럼 허연 몸뚱이를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하다. 이 갯밭에서 이 구근식물이 굵어져 온 시간을 나는 잠깐 생각했다. 감자 씨알은 모두 제각각이다. 주먹보다 굵은 놈부터 아이.. 2020. 6. 14.
17세기 ‘후미에’, 21세기 한국에 오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검증’하라는 어떤 국회의원 현 정부 들어 이른바 ‘퇴행’이라고 할 만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긴 하다. 2012년 여름, 이 나라 역사는 바야흐로 된통 뒷걸음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6월 9일 자 의 사설은 새누리당이 연출하는 이른바 ‘매카시즘 광풍’을 빗대어 ‘6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질책한다. 1950년대 미국 정가를 휩쓴 ‘매카시즘 광풍과 판박이’라면서 말이다. ‘종북’을 후미에 식으로 ‘검증’하자? 이 ‘시대착오적 종북몰이’의 한복판에 새누리당의 한기호라는 국회의원이 있다. 그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북 의원을 가려낼 수 있다”고 하며 “북핵 문제, 3대 세습, 주한미군 철수,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의 문제에 질문을 하면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단다. 그는 그 방법으로.. 2020. 6. 10.
‘예민한 살갗’의 외침 - 6·9 작가선언 작가들, 정치검찰과 수구 언론을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로 고발 시인, 작가 등 문인들이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땅에서 문인들의 현실 참여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졌다.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에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투쟁은 가장 좋은 예다. ‘절대 자유’를 추구하긴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시대와 현실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소설 의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1916~1992)는 시대 현실에 대한 작가의 책무를 ‘잠수함의 토끼’에 빗댔다. 그것은 사회적 위기를 확인하는 지표로 약자의 고통을 이용한다는 비유로 흔히 이해된다. 지금이야 기술 발달로 잠수함 내부의 산소 밀도를 쉽게 점검할 수 있지만, 작가가 잠수함 승무원이던 때만 해도 산소 감소의.. 2020.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