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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친구, 자네 늦둥이가 곧 대학을 간다네… 벗이 50대 초반에 돌연히 세상을 버리면, 늦둥이 초등학생을 두고 세상을 떠나면 무릇 벗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벗이 교육적 신념을 같이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동지일 때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생모’ 여섯 해를 정리하다 2008년 2월에 장성녕 선생이 졸지에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죽음이 오래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우 건강한 친구였으나 어느 날 ‘풍’이 와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반년 휴직 후에 회복한 상태로 복직했는데 갑작스럽게 뇌내출혈로 쓰러졌다. 두 차례에 걸친 수술…,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관련 글 : 잘 가게, 친구] 황망한 가운데 장례를 치르고 돌아섰을 때도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거창.. 2020. 8. 20.
간극 - 법과 법치, 혹은 현실 사이 바다가 아닌 내륙, 강원도 영월로 당일치기 휴가를 다녀온 이튿날 아침 는 두 가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나는 ‘2010년 광복절 특별사면’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2009년 1월의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이다. 법과 법치 사이 는 1면 머리기사에서는 “비리 정치·경제인 살린 ‘그들만의 사면’”이라는 제목으로, 3면에서는 ‘삼성 광복절……’라는 제목으로 이 특사 소식을 다루었다. ‘그들만의 사면’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번 특사는 선거사범·공직자 2493명이 감형·복권된 대신 ‘시국·노동 사범’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는 느리게, 처벌은 가볍게, 사면은 바람같이’라는 기사의 한 구절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 이번 사면의 성격을.. 2020. 8. 14.
‘위대한’ 국민과 ‘우매한’ 유권자 사이 2014년 7·30 보궐선거의 결과 굳이 야당의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6·4 지방선거에 이은 7·30 보궐선거의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지지할 후보가 있건 없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던 지방선거와는 달리 제 고장에 선거가 없었던 경우에 사람들은 냉정한 ‘관전자’가 될 기회다. 워낙 여당의 실정이 거듭된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야당의 헛발질 덕분에 선거 결과는 아는 대로다. 기사회생한 여당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시나브로 세월호 정국을 비켜 갈 속셈을 은근히 비치고 있는 형국이다. 당연히 자식 잃은 슬픔을 넘어 나라를 바꾸어야 한다고 믿으며 싸우고 있는 유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의 갈 길은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리멸렬…야당 , ‘유권자’의 몫은? 재보선이 끝나.. 2020. 8. 11.
안현태와 김종현, 두 죽음과 국립묘지 독재 협력 장군 출신 ‘범법자’는 돼도 ‘순직 소방사’는 묻히지 못한다 지난 7월 25일과 27일 두 죽음이 있었다. 앞의 죽음은 병사, 뒤엣것은 사고사다. 앞선 죽음의 주인공은 73세의 노인이고 뒤이은 죽음은 스물아홉 꽃다운 청춘의 것이다. 안현태와 김종현, 안 씨는 전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전두환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하고 5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산, 구악의 한 사람이고, 김 씨는 속초소방서에 근무하다 대민지원 중에 순직한 소방대원(소방사)이다. 비록 삶은 전혀 달랐지만, 죽음은 평등하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살아서의 영예와는 무관하게 화장, 또는 매장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는 그렇다. 그러나 짐작했겠지만, 유구한 계급사회, 대한민국의 죽음은 전혀 평등하지 않다. 한 ‘자연인의 병사’와 ‘.. 2020. 8. 10.
‘무궁화의 날’을 아십니까 8월 8일,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의 의결로 2007년 지정 세상에! 오늘이 ‘무궁화의 날’이란다. 웬 무궁화냐고? 나도 몰랐다. 검색할 게 있어 구글에 들어갔더니 로고인 ‘두들(Doodle)’이 무궁화로 바뀌어 있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무궁화의 날’이란다. ‘무궁화의 날’을 검색해 보니 역시 이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다. ‘무궁화의 날’, 어린이들이 선정한 기념일 구문인데 정작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날이다. ‘무궁화의 날’의 선정은 무궁나라, 무궁화 어린이 기자단이 중심이 되어 약 6백여 개의 학교와 어린이들이 온라인 서명 등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 안건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신문고 의회에 상정되어 공식 의결되었다. 2007년 8월 8일의 일이.. 2020. 8. 8.
추미애의 ‘소설’, 전두환의 ‘태평성대’ 한국소설가협회와 합천군 유림회의 성명에 부쳐 최근 한국소설가협회와 경남 합천군 유림회에서 낸 성명이 화제다. 한국소설협회에서는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미애 장관이 했다는 혼잣말 “소설을 쓰시네”에 대해 항의하면서 공개 사과를 촉구했고 합천군 유림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직 때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며, 합천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두환 흔적 지우기”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이다. 어떤 단체든 그 단체의 정체성 등과 관련해 의견(입장)을 밝히거나 관련한 사회적 발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고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사사로운 푸념이 아닌 이상, 이들의 비판도 역시 또 다른 비판 앞에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 한국소설가협회의 성명, 그럴 순 있.. 2020. 8. 2.
악법, 법 맞다! 위대하다, 자본주의! 장면 # 1 “여러분의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 있고 돈 많은 몇 사람만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저 산동네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법이 위반됐다고 집을 뜯는다. 노점상인들은 도로교통법에 걸어 목판을 차버린다. 이렇게 밥을 못 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지난 1988년 당시 한 초선 의원이 작업복을 입고 128일간 파업 중이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앞에서 토해낸 사자후의 한 대목이다. 그 국회의원의 이름은 바로 ‘노무현’. - 윤태곤, (2007.7.19.) 장면 # 2 · 경찰 20일 오전 연행된 이랜드 노동자 167명을 유치장에 입감. · 경찰, 20일 오전 9시 40분께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 2020. 7. 21.
‘선글라스’, 장신구에서 눈 보호기기까지 선글라스 이야기 선글라스의 계절이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선글라스는 극소수의 한량들이나 끼는, 일종의 특권적 장신구였다. 5·16 쿠데타 후에 찍은 사진 속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와 그 휘하 장교들의 모습이 낯설고 섬뜩하게 다가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당시에 그걸 선글라스라고 부른 이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그걸 ‘색안경’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보안경’과 함께 지금 ‘선글라스’를 대체하는 우리말 순화어가 되었다. 그 무렵, 선글라스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라이방’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이웃 마을의 동무들에게서 들었다. 그들은 한창 멋을 부리는 형들 덕분에 새로운 유행어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색안경’의 어두운 기억들 단순히 색안경과 동의어라고 알고 있었던 .. 2020. 7. 21.
180일, ‘나라’가 ‘국민’을 ‘버린 시간’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2년’, 혹은 ‘야만의 시간’ 오늘로 각각 180일, 60일이 지났다. 용산 참사와 평택 쌍용차 파업 농성 이야기다. 올 1월 20일에 벌어진 참사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뜻이다. 참사의 희생자 다섯 분-이상림(72), 양회성(58), 한대성(54), 이성수(51), 윤용현(49)-은 지금도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서 장례를 기다리고 있다. 180일 동안, 무려 180번의 추모문화제가 베풀어졌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집전하기 시작한 미사가 100일을 넘기면서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은 ‘남일당 본당’이라고 불리게까지 되었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한 이래 각종 시국선언마다 용산 문제는 빠지지 않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명박 정부.. 2020. 7. 20.
‘결손 가정’과 ‘정상 가족’ 사이 ‘결손가정’과 ‘정상 가족’ 구분도 ‘인권 침해’다 강원도 고성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면서 이른바 ‘관심사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관심사병’이란 군 당국에서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이르는 말인데, 정작 그걸 판정하는 기준이 영 ‘아닌’ 것 같다는 게 요지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적응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기초생활 수급자’나 ‘한 부모’ 가정 출신 병사는 으레 ‘관심사병’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예 한 부모와 미혼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1인시위에 나서게 되기에 이르렀다. 1인시위에 나선 한 부모들이 든 피켓에는 ‘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사병(병사)!’, ‘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자 관심사병 분류는 명백한 인권침.. 2020. 7. 13.
평창, 혹은 당신과 나 안의 파시즘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관련한 ‘애국과 비애국’ 갈라치기 어젯밤에는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 아침에 뉴스를 보고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가 성공했다는 걸 알았다. 잘됐죠? 잘됐네. 삼수라더니 성공했으니 다행이야……. 아침을 짓고 있던 아내와 덤덤한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또 뉴스는 그거로 도배를 하겠네. 그럴 만하지 않아요? 그러게 말이야……. 모두가 바빴던가.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창은 별로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자리의 후배 교사와 잠깐 이래저래 나라 안이 시끄러우니 필요한 쪽에서 평창을 잔뜩 우려먹지 않겠냐는 얘길 건성으로 나누었을 뿐이다. ‘국민’과 ‘비국민’에 담긴 기시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무려 11년 동안 노심초사한 노력의 결과는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는 게 이상할 게 .. 2020. 7. 10.
‘노숙(露宿)’의 기억 중앙인사위원회 앞 노숙 항의 지난 7월 25일 오후, 나는 복원된 청계천 시작점 옆, 한 빌딩 앞 인도에 마련된 야외용 매트에 동료 50여 명과 함께 앉아 있었다. 길 건너 동아일보사 건물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보수의 성채인 양 위압적으로 서 있었고, 끊임없이 오가는 행인들 너머 인도턱에 바투 세워 놓은 이동경찰서 차량(이른바 ‘닭장차’) 세 대가 차도에서 달려드는 매연을 막아주고 있었다. 지휘관인 듯한 사복 차림의 중년 사내가 주변을 서성거렸고 헬멧을 덮어쓴 대여섯 명의 의경들이 우리가 등지고 있는 건물의 현관 앞에서 방패를 앞세우고 마치 로마의 검투사처럼 서 있었다. 그들의 무표정한 눈빛 너머 현관 입구에는 ‘중앙인사위원회’ 현판이 붙어 있었다. 그랬다. 우리는 중앙인사위원회에 복직 교사 원상회복을.. 202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