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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5

중소상인이 ‘맛없는 빵을 만드는 장애인’이라고? 홈플러스를 운영 삼성테스코 이승한 회장의 망언 기업형 슈퍼(SSM)가 영세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정치권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도 한참 됐다. SSM은 슈퍼 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의 약자다. 말 그대로 슈퍼마켓보다는 크고 대형 할인점보다는 작은 소매점을 이른다. 현재 문을 열고 있는 기업형 슈퍼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 슈퍼마켓, 신세계 에브리데이 등이다. 이들은 대형 마트에 이어 하나씩 점포를 늘려 가면서 지역의 골목 상권까지도 노리는 포식자로 등장했다. 당연히 중소상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상인들만이 아니다. SSM이 무엇인지 아는 대부분 국민의 뜻도 다르지 않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SSM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2020. 10. 17.
운전자들, ‘깜빡이’를 깜빡하고 있다? 운전자들, 깜빡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언제부턴가 운전자들이 깜빡이(‘방향 전환 지시등’이란 복잡한 용어보다 운전자들이 스스로 만든 이 말은 얼마나 간명한가!)를 잘 켜지 않는다. 특히 우회전할 때나 길가에 정차할 때 오른쪽 깜빡이를 켜는 걸 생략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택시가 그러더니 요즘은 일반 승용차도 그걸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운전 기능을 익힐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가 이 깜빡이를 켜는 것이다. 앞뒤나 옆의 운전자에게 자기가 운전하는 차의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구실을 하는 깜빡이를 제때 제대로 조작하는 것은 도로 안전을 위한 기본이다. 도로교통법에 그게 규정되어 있는 이유다. 도로교통법 제38조(차의 신호) ①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 2020. 10. 16.
“누가 저들의 이웃입니까?” 용산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서 참사 264일째의 용산 지난 주말(10일) 오후, 경북 북부지역의 교사들 40여 명은 용산참사의 현장을 찾았다. 오후 두 시에 서울역에서 열릴 교육 주체 결의대회에 가던 길이었다. 용산을 찾은 것은 며칠 전에 ‘한 시간쯤 일찍 출발하면 용산을 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던 내 제의에 따라서였다. 용산참사 문제는 한가위를 앞두고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정작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들에게 명절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뿐이었을 터였다. 우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게 작은 위로와 연대의 손길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따로 미리 연락한 방문은 아니었다. 우리는 무작정 ‘용산 살인 철거 희생자·열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길을 잘못 들어 5.. 2020. 10. 13.
그래, 이제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475세대’의 퇴장,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9월 말께부터 여러 일간지에서 ‘베이비부머(Babyboomer)’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라면 물론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 세대를 이른다.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온 전후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1950~1953) 종전 2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너무 어려서 4·19 혁명이나 5·16 쿠데타를 알지 못했지만, 이후 전개된 10대에는 박정희 군부, 20대에는 80년대 신군부의 독재를 경험한 세대다. 일간지에 따르면 이들은 대략 712만 명에 이르는 거대 인구집단이다. 이는 .. 2020. 10. 6.
“자식들에게 비정규직 물려주고 싶지 않아 열심히 싸웁니다” [현장]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의 한가위 한가위는 한 해의 수확을 기리고 나누는 전통 명일이다. 이날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으로 기억되는 것은 이 겨레의 명절이 풍요의 제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삶이 고단하여도 이 계절에 거두는 풍성한 수확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는 것이다. 한가위에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천막을 찾는 마음이 언짢아지는 것은 그래서다. 그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명절을 빼앗겼고,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사람들이 명절날의 푸근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이들은 천막 안에서 자신에게 이르지 못한 풍요를 확인하며 쓸쓸히 하루를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노동부, “아사히글라스는 해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2020. 10. 5.
처용(處容), 처용가, 처용 문화제 울산광역시의 ‘처용문화제’,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라고? 처용문화제가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 울산에서 40년이 넘게 베풀어져 온 지역 전통 문화제인 ‘처용문화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울산시에서 처용문화제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데 지역 기독교계에서 이를 ‘특정 종교활동 지원 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독교계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이들은 처용문화제를 ‘무속신앙의 한 유형’이라며 다른 신앙을 믿는 시민을 정서적으로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설화에 처용이 역신(疫神)을 물리치는 내용이 나오고 조선 시대 처용무도 귀신을 쫓기 위한 궁중 나례였음을 예로 들며 처용을 ‘무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처용(處容)은 권2 기이(紀異) 편의 ‘처용랑 망해사(望海寺).. 2020. 10. 2.
블로그 조회 수, ‘애착’과 ‘집착’ 사이 블로그 방문자 ‘조회 수’가 뭐라고! 블로그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티스토리로 옮긴 지 2년이 다 돼 간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오블)’에서 10년 넘게 쓴 글이 1700여 편이었는데 이걸 몽땅 한꺼번에 옮기는 방법이 마땅찮았다. 온전히 새로 시작하기도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틈나는 대로 옛글을 옮기면서 가끔 새 글을 쓰는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이제 더는 오블에서처럼 부지런히 활동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시나브로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먹은 대로 일을 쳐내는 게 쉽지 않아서 글 한 편 쓰는 데도 갑절의 시간이 걸리고, 쓴 글도 맥없이 늘어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새 블로그는 옛글을 갈무리하는 공간쯤으로 여기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다. 일부러 마실도 가지 않았다. .. 2020. 9. 29.
이문열, 그도 그 ‘험한 꼴’의 일부가 아닌가? 이문열은 ‘보수우익’의 ‘백기사’? 가 작가 이문열의 인터뷰 기사(2010.9.5)를 실었다. 글쎄, 이 굳이 이문열을 만난 것은 인터뷰 서두에 나온 대로 ‘인사청문회-유명환 딸 특채 파동’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 ‘보수우익 작가’로부터 ‘쾌도난마’식 해법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문열은 요즘 같은 ‘보수가 몰리는’ 시기에 등장하는 우익의 ‘백기사’ 노릇을 계속해 왔으니 말이다. 그는 현시기에 대해서 “정말 험한 꼴을 못 봐서 그렇다”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물론 이 비판이 겨냥하는 곳은 보수 진영이다. “좌파에 정권뿐만 아니라 국회 권력까지 다 넘겨줘 봐야 정신 차릴까? 한심하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정신 차릴 주체’를 따로 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 보수는 너무 많은 짐을 실은 배와 .. 2020. 9. 18.
그들을 더는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가사 노동자, ‘가정부’ 아닌 ‘가정관리사’로 “가사노동자를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에서 방영할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의 제목을 바꾸라고 요구한 주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의 여성단체다. ‘가정부’라는 이름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직업을 비하’한다는 이유에서다. 어쩐지 낯설어 뵈지 않는다 싶더니 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와 관련한 제목 논란은 2011년도에 (KBS)에서도 있었다. 당시 한국방송은 ‘식모들’이란 제목의 드라마를 방송하려다 여성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로맨스 타운’으로 제목을 바꿨었다. 가정-부(家政婦) 「명사」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 · 가정부를 두다. · 그가.. 2020. 9. 8.
‘교원 단결권’ 되찾는 데 7년, 그건 너무 길었다 전교조 합법 지위 회복에 대한 퇴직 원년 조합원의 감회 오늘 새벽, 잠에서 깨어나면서 손을 뻗어 머리맡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4시 15분. 새로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내처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문득 며칠 전에 확인한 1989년 해직 동료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상식의 회복’ 앞에 모두 담담하다 대화방에선 뇌를 수술하고 정양 중인 내 띠동갑 일흔일곱 살 김 형님의 근황에 쾌유를 비는 후배들과 수도권으로 옮겨가 근무하다 최근 공모 교장으로 초빙된 동료 여교사에 대한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지난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 소식은 누군가의 ‘노조 승리!’.. 2020. 9. 8.
한국 부자와 서양 부자 한국 부자와 서양 부자는 어떻게 다른가 # 미국과 유럽 풍경 · 미국 거대 부자에 대한 과잉보호를 그만두라(Stop Coddling the Super-Rich)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의 경우 –2009년의 경우 모두 236,883가구– 나는 백만 불을 초과하는 과세대상 소득 –이것은 물론 배당과 자본이득을 포함한다– 에 대한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 그리고 천만 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에 대해서는 –2009년의 경우 모두 8,274가구– 추가적인 세율 인상을 제안할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억만장자에 우호적인 의회로부터 그동안 충분히 과잉보호를 받아왔다. 우리 정부가 고통 분담에 대해 진지해져야 할 때다.” -워렌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유럽 “빈곤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는 긴축 정책이 .. 2020. 9. 1.
삼천오백 원, 혹은 음료 한 병의 ‘선의’ 폭염 속, 한 경관이 노점상 할머니에게 보인 선의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 대신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도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엔간히 일반화된 상황 같다. 덕분에 아이들은 청소를 면제받고 아주 잘 관리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었던 20년 전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잘 청소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몇 해 전에 ‘청소노동자’ 문제를 환기하게 된 홍익대 파업 투쟁을 떠올리곤 한다. 그 투쟁은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는 승리를 선사했지만, 예의 투쟁에 크고 작은 힘을 보탠 사람들에겐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 2020.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