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5

‘빼빼로 데이’? ‘농업인’과 ‘지체장애인의 날’!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보다 ‘가래떡의 날’ 칼럼 ‘[유레카] 빼빼로 데이(정영무)’를 읽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건네준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과자 한두 개를 씹으며 우리 시대의 씁쓸한 풍속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내일을 보낼 뻔했다. 천 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고 요란을 떨어대지만, 기실 내일은 열여섯 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고 ‘지체장애인의 날’ 열한 돌이기 때문이다. 워낙 유행과 추세를 받아들이는 데는 정평이 난 사회이긴 하지만, 무슨 날에다 의미를 붙여서 이를 기념하는 날은 좀 유난스럽다. ‘밸런타인데이’가 그렇고 ‘화이트데이’가 그렇다. 정작 어른들은 그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데 청소년들은 그걸 스스럼없이 자기 삶의 일부로, ‘관계’와 ‘우의’를 확인하는 장치로 받.. 2020. 11. 10.
<의자 놀이> 사태 단상 공지영의 관련 사태를 생각한다 유명작가란 일반 대중들에겐 ‘외계인’과 다르지 않은 존재다. 그들의 삶이 자신들과 달라서라기보다 일상에서 그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삶은 대중들의 그것과 같지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그 범주 안에서 그들 유명인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간다. 사태 그래서다. 그들의 삶을 짐작하는 것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가십과 마찬가지 형식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른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힘입어 이들과 말을 섞을 수 있게 된 게 최근 일이다. 우리는 이들의 근황을 “어, 그렇다고? 그랬구나!”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 이내 잊어버린다. 인기 작가 공지영이 쓴 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도 비슷하다. 나는 그 얘길 띄엄띄엄 주워들었다. 거칠게 .. 2020. 11. 6.
비둘기, ‘평화의 새’에서 ‘닭둘기’까지 잘못된 ‘통념’의 표본, ‘비둘기’, 이제 ‘닭둘기’가 되다 비둘기는 새 중에서 인간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새다. 무엇보다 비둘기는 여전히 ‘평화의 상징’이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기독교와 관계 깊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둘기는 두더러진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비둘기, ‘평화의 새’? 신은 타락한 인류를 벌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고, 믿음이 깊은 노아의 가족과 생물만 방주를 타도록 했다. 비가 멎자 노아는 물이 빠졌는지 보려고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비둘기는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왔다. 이런 내력 때문에 비둘기와 올리브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한국군 중 베트남전에 최초로 파견된 부대의 이름이 비둘기였다. 비전투 부대인 건설지원단의 이름으로 ‘비둘기’.. 2020. 11. 5.
“애비가 죽고 없어도 굳게 살아라” ‘고 권재혁 선생 40주기’ 추모제 기사를 읽고 오늘 아침 에서 ‘고 권재혁 40주기 추모제’란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제목은 “간첩 낙인 40년, 아버지 원망 이젠 내려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발표한 ‘간첩’과 ‘빨갱이’ 조작 사건이 한둘이 아니어서 좀 심상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워낙 생소한 이름이라 기사를 찾아 읽었는데, 마음이 여간 애잔해지지 않는다. 권재혁은 생소한 이름이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글(권재혁을 아십니까)에 따르면 그는 이른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을 당한 진보적 경제학자다. 지난 11월 4일이 그의 40주기였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권씨는 1955년 미국 오레곤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귀국해 건국대와 육.. 2020. 11. 4.
그 가게의 ‘공정 서비스’ 어느 도시락업체의 ‘공정 서비스’ 요즘 ‘스노우폭스(SNOW FOX)’란 도시락업체가 화제다. 이 업체의 한국 매장에 내건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란 글 덕분이다. 심심찮게 터지는 고객들의 이른바 ‘갑질’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 안내문은 도입부터 자못 파격적이다.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의 ‘공정서비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슬로건은 우리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에도 있었으니 꽤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건 말 그대로 ‘구호’에 가까웠지 않나 싶다. 그때의 서비스 산업이란 오늘날과 비기기 어려운 아주 낮은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서.. 2020. 11. 3.
가난도 가난 나름, ‘가난’을 다시 생각한다 ‘장식’, 혹은 ‘성공의 배경’으로의 ‘가난’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60년대를 전후해서 ‘인구에 회자’한 얘기다. 다분히 비장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 말이 마치 경구처럼 쓰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6·70년대라는 시대의 미덕이었다. 그것이 미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극복될 수 있는 가난’, 곧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에 힘입은 것이다. 가난은 다만 ‘불편한 것’? 깡촌의 무지렁이 농민의 아들이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나와 각종 ‘고시’에 ‘패스’하는 성공담은 그 시대의 꿈이고 전설이었다. 그 시대는 달리 말하자면 ‘입지전’ 주인공들의 전성시대였다. ‘검사와 여선생’ 따위의 신파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도 신분 상승의 신화가 가능했던 시대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 2020. 10. 31.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맞잖아!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대구·경북의 ‘보수꼴통’ 논란 국정감사에서 나온 야당 의원의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발언으로 대구 경북이 ‘들끓고 있단다’. 아니, 지금 우리 주변은 조용하고 잠잠한데? 물론이다. 대중들이야 그런 발언에 귀를 쫑긋 세울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보수꼴통’ 논란 발단은 이렇다.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상희(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구·경북은 보수 세력의 총본산이라고 하는데, 두 분 교육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심지어 폄하하는 용어로 수구꼴통 본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억울하지 않나?” (이상 권영길) “과거 대구·경북은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였는데 발전이 .. 2020. 10. 24.
‘핑크 데이’와 퇴계의 ‘도포 구멍’ 약자에 대한 배려 ‘핑크 데이’와 스승에 대한 존숭 ‘도포 구멍’ 캐나다의 ‘핑크 데이’ 오늘 자 의 ‘트위터 브리핑’ 난에 오른 ‘이 주의 리트윗’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내용은 캐나다에 있다는 ‘핑크 데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남학생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였다가 ‘게이’라는 놀림을 받게 되자 자살한다. 이 사건 뒤에 죽은 아이를 기리고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모든 남녀 초등학생들이 핑크빛 옷을 입고 등교하는 ‘핑크 데이’가 제정되었다는 건데 마지막 언급의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대응 방식으로 이들은 개인을 탓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도록 한다.” ‘핑크 데이’?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인터넷에도 여러 번 검색해 보았는데 비슷한 내용도 눈에 띄지 않는다. 캐.. 2020. 10. 23.
류호정·장혜영 의원에게 보내는 ‘꼰대’의 당부 가는 길이 고되겠지만, 그래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 주시라 “어이!” 에서는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라고 풀이된 감탄사다. 만만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나 쓸 이 감탄사가 국정감사장을 잠깐 달군 모양이다.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영홈쇼핑 최창희(71) 대표가 정의당 류호정(28)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이 감탄사를 쓴 것이다. 모르긴 해도 어쨌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피감기관장으로 최 대표가 일부러 ‘어이’를 쓴 것은 아닐 터이다. 아마 무심코 써 놓고 아차 싶었을 것이다. 일흔 살이 넘은 자신에게 까칠하게 질의를 이어가는 이십 대 의원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민의 대표, 이른바 ‘선량.. 2020. 10. 22.
‘도둑맞은 미래’, 그래도 그들은 ‘희망’이다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 삭감’에 부쳐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 잃은 가장만큼 서러운 사람이 있을까. 나날이 옥죄어오는 고단하고 팍팍한 삶은 그 무력한 어깨를 짓누른다. 아무에게도 쉬 위로받을 수조차 없는 그 실존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거기에 비길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다 지친 젊은이들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오라는 데는 없고, 어딘가 가야만 하는 대졸 청년들에게 졸업은 피하고 싶은 통과의례다. 대학 진학이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까지(!) 졸업한 고급 인력’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적지 않다. 취업박람회는 물론이거니와 수십 개의 기업에 원서를 내 보지만,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시간과 함께 자존감.. 2020. 10. 20.
감 이야기(2) - 청도 반시(盤枾) 아내의 친구 집에서 반시를 얻어오다 올해엔 4월에 이어 지난 목요일(15일), 다시 청도를 다녀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두문불출, 가히 유폐 상태에 있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시절이라, 90km가 넘는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두 차례나 청도를 찾은 것은 거기 귀농한 아내의 오랜 친구가 자신이 지은 채소 등속을 좀 가져가라는 거듭된 권유를 내치기 어려워서다. 그녀는 스무 살 무렵에 아내와 함께 여러 차례 만나면서 편한 사이가 된 이다. 아주 유려한 필적으로 긴 편지를 쓰던 여고생은 예순을 넘긴 뒤 친정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청도에선 누구나 짓는 감 농사 말고도 부지런히 푸성귀를 가꾸며 사는 그의 집 주변은 익어가고 있는 감과 채소 따위로 넉넉했다. 4월에 왔을 때, .. 2020. 10. 18.
‘자본’의 두 얼굴 - 삼성과 제니퍼소프트(JenniferSoft) 글로벌 기업 ‘삼성’과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 ‘제니퍼소프트’ 이른바 ‘가을 취업 전쟁’이 시작되면서 며칠 전 치러진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에는 무려 10만여 명이 모였단다. 여든 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은 해마다 구직자들이 ‘취업하고 싶은 회사’ 순위 앞부분에 이름을 올린다. 그 10만 명은 현재 이 나라 청년들이 꿈꾸는 ‘안정된 직장, 보장된 미래’라는 욕망의 현재적 표현이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를 치른 10만의 청년들 대기업에, 그것도 삼성과 같은 이른바 ‘글로벌’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모른다. 젊은이들은 삼성 맨이 된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 샐러리맨으로 입신하는 첫걸음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나는 삼성으로 가는 ‘좁은 길’로 몰려든 청년들의.. 202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