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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5

망가져 가는 공영방송 <KBS>, 반복되는 ‘퇴행의 데자뷔’ 과 가 전하는 근황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에 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현 정부가 공영방송의 ‘접수’(?)를 시작하지 않은 때였다. 제아무리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해도 최소한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했으니, 정부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상황이었였다. 잔뜩 뿔이 난 정부와 집권당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않고도 KBS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방책이 KBS의 안정적 돈줄을 죄어 버리는 ‘수신료’ 분리 징수였으니 권력은 그걸 ‘신의 한수’로 여겼을지 모르겠다. 내가 “‘수신료’ 분리 징수, ‘땡윤 뉴스’를 얻는 대신 ‘공영방송’을 잃는다”라고 쓴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꼼수를 따른다고 해서 당장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시청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요금이어.. 2024. 1. 5.
갑진(甲辰) 새해, 다시 ‘청룡(靑龍)’의 해에 2024, 갑진(甲辰)년 새해를 맞으며 더는 해의 ‘간지’를 달력에서 찾기는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1970년대가 그 상한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 시절에 시골에 가면 집집이 간지를 이마에다 커다랗게 써 붙인 한 장짜리 농협 달력이 붙어 있곤 했었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그림 없이 커다랗게 날짜를 박고 아래에도 일진까지 인쇄한 달력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그게 농사를 짓거나 세시를 아는데 쓸모가 있어서다. 간지가 더는 쓰이지 않는 시절에 맞는 갑진년 그런데 요즘 나오는 달력은 탁상형이든, 벽걸이형이든 해의 간지 따위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신식’ 물건이다. 이제 시골에도 굳이 일진 따위가 인쇄한 달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하긴 해마다 책력(冊曆)을 사서 보곤 했던 토정비결을.. 2024. 1. 1.
자선의 계절, ‘구세군’과 ‘자선냄비’ 구세군, 전국 353개 지역서 ‘자선냄비’ 모금 날이 갈수록 시간 감각이 굼뜨다. 어느새 12월, 세밑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어저께 시내에 나갔다가 처음 구세군(救世軍) 자선냄비를 보았다. 날씨는 그리 차지 않았는데도 자선냄비 주변은 썰렁해 보였다.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가느라 종종걸음을 했다. 구세군 대한본영에서는 지난 11월 29일 광화문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전국 353개 지역에서 자선냄비 모금을 시작했다. 어느 때부턴가 구세군 자선냄비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연말 시즌의 상징이 되었는데, 이 땅에서만 그 역사가 82년이다. 내가 구세군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고종사촌 동생과 함께 지내던 대명동의 자췻집에서 꽤 긴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높다란 축대 위에 외벽에 콜타르를 .. 2023. 12. 31.
세밑, ‘빈자일등(貧者一燈)’을 생각한다 낮은 사람들이 이웃에 내미는 따뜻한 손 불교 문학을 대표하는 3대 비유경(譬喩經) 가운데 거룩한 현자와 어리석은 범부를 대비하여 현명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교훈을 일깨우는 〈현우경(賢愚經)〉이 있다. 타인을 위한 가난한 여인의 보시(布施)를 다룬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거기 실린 이야기다. ‘빈자일등(貧者一燈)’, 에 실린 이야기 가난한 여인 ‘난타’는 석가세존이 온다는 소식에 구걸해 얻은 돈 두 닢으로 기름을 사서 등불 하나를 밝힌다.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홀로 타고 있었다. 이에 목련존자가 그 불을 끄려 하였으나, 불꽃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에 석가세존은 “일체중생을 모두 건지려는 큰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것”이므로 끌 수 없으리라고 하였다. 불교를 떠나도 이 이야기는.. 2023. 12. 29.
한동훈의 ‘길’과 루쉰(魯迅)의 ‘길’, 혹은 ‘희망’ 루쉰의 아포리즘 ‘길’과 한동훈의 ‘선택’ 사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본다.” 한동훈 전 장관의 ‘루쉰’ 인용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낯익은 내용이라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국 작가 루쉰(魯迅, 1881~1936)이 쓴 글을 원용한 것이다. 본인이 찾았건, 주변의 도움을 받았건 간에 그건 아마도 준비한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난 토요일판 의 성한용 선임기자가 쓴, 한 전 장관의 인용이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라.. 2023. 12. 27.
적십자회비, ‘준조세’인가, ‘기부금’인가 적십자회비, ‘기부 성금’이다 서민들은 ‘세금’과 ‘요금’의 경계나 구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지서를 받아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모두 ‘세금’이다. 그래서 내가 쓴 공공서비스의 대가인 각종 요금도 구분 없이 ‘전기세’, ‘수도세’, ‘오물세’ 따위로 부르는 걸 서슴지 않는다. ‘세금’도, ‘요금’도 아니고 ‘기부 성금’이다 국세청이 세금에 대한 상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해 보니 ‘전기요금’을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응답자의 4분의 1이나 됐다는 보도가 그 증거다. 서민들로선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돈이라는 점에서 요금도 세금과 다르지 않은 거로 여기는 것이다. 어제 적십자사에서 발행한 ‘적십자회비’ 납부를 위한 지로 통지서를 받았다. 이름과 주소가 선명히 인쇄된 용지에 회비.. 2023. 12. 20.
‘크리스마스실’, 사고파는 게 아니라 ‘기부’입니다 1932년에 들어온 ‘크리스마스실’과 항결핵 운동 크리스마스실(Christmas Seal)의 계절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실(결핵협회 누리집에도 '씰'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로 써야 옳다)이라면 옛날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초등학교 때는 크리스마스실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중·고 시절에는 아이들 모두가 골고루 크리스마스실을 몇 장씩 받고 대금을 나누어 낸 것 같다. 강매(?)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식이었던 셈인데 그걸 불만스러워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크리스마스실은 우표를 대신해 쓰는 것이 아니니 우리는 그걸 카드나 연하장에 장식처럼 붙여서 썼다. 겉봉 우표 옆이나 봉투 뒷면 풀 붙이는 자리 중앙에다 마치 봉인처럼 붙였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실이 결핵과 관련 있다는 것, 그게 편지에다 붙이는 것이라는 것.. 2023. 12. 18.
2023 올해의 사자성어,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 2023, 지향을 잃고 각자도생 해야만 했던 시간 이 해마다 설문으로 선정하는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라고 발표했다. 견리망의는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해 응답자 중 30.1%(396표)를 얻었다. [관련 기사 :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견리망의라면 단박에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견리사의(見利思義)’다. 견리사의는 『논어』의 자로(子路)와 공자의 대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지만, 우리에겐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危授命)’으로 더 친숙한 사자성어다. ‘견리사의(見利思義)’와 상반되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 두 성어는 ‘사(思)’와 ‘망(忘)’, 단지 글자 한 자 차이지만, 그 뜻은 완.. 2023. 12. 12.
12·12 쿠데타, 그리고 30년… 전두환 등 신군부 쿠데타 후 30년 12월 12일 토요일이다. 이날은 무명의 개인이지만 역사의 어느 순간에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끼어 있었다는 이유로 기억되는 날이다. 어떤 과자를 나누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11·11이 의미 있듯이 12·12를 바라보는 내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오늘은 신군부가 감행한 12·12 쿠데타 30돌이라고 한다. 세상에! 그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던가. 12·12 쿠데타가 일어나던 날 나는 마지막 휴가 중이었다. 나는 12월 5일 정기 휴가를 출발하였고 14일 밤에 귀대하였다. 물론 귀대할 때까지 나는 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귀대해서야 우리 부대가 쿠데타 당일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 사건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훨씬 뒤.. 2023. 12. 11.
상주 연악산 골짜기로의 ‘전시회 나들이’ 조영옥·박용진의 을 다녀와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상주의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조영옥·박용진 선생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 선생과 함께 어제(6일) 상주를 다녀왔다. 두 사람을 다 만날 수 있는 날을 받으니 수요일이었다. 떠날 때는 새초롬하던 날씨가 카페 앞에서 내리니 마치 봄날처럼 포근했다.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서는 여전했다. 주인장 안인기 화백의 한결 더 손이 갔는지 겨울인데도 마당도 장식을 더했는데도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철제구조물로 만든 대문 모양의 입구 철제 빔을 감은 덩굴식물에 빨간 꽃이 피어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나 인동초(인동덩굴)라고 했다. 현재 진행되는 전시는 ‘4인 스케치 전’이다. .. 2023. 12. 9.
‘똥별’과 그 추종자들, ‘역사의 교훈’도 걷어찼다 ‘똥별’과 전직 군인들, 서울 한복판에서 전두환을 추모하고 역사를 능멸하다 지난 23일이 전두환의 2주기였던 모양이다. 서울 한복판에 전직 군인들이 모여 전두환을 추도하고 역사 왜곡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는 기사를 읽고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권좌에 올라 똥별 출신의 한 전직 대통령을 기억해 냈다. [관련 기사 : 서울 복판서 “각하, 5.18 진압 잘했다”… 전두환 기린 전직 군인들] 퇴역 장교 등 군인들의 전두환 2주기 추모제 이날 행사는 ‘새로이 기억하다’란 주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구국추모제’. 참석자는 육·해·공군, 해병대 예비역 장교들로 대부분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복무한 군인들이었단다. 이들은 무대의 전두환 영정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가 경제발전에 헌신한 전두환 대통령에 .. 2023. 11. 27.
‘환향녀’- 병자호란에 희생된 여인들, ‘딸·며느리’로 엇갈린 운명 청에서 돌아온 여인, ‘환향녀’를 내친 조선 사회 ‘잔혹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주말에 종영된 MBC 금토 드라마 의 여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안은진이 역사 속에 잊힌 ‘환향녀(還鄕女)’을 불러냈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 역사 멜로 드라마”(MBC 프로그램 소개)라는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은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온갖 고초를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 환향녀이기 때문이다. ‘환향녀’는 ‘화냥년’의 어원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고향에 돌아온 여인’인 환향녀는 ‘정절을 잃어버린 여인’이라는 뜻으로 ‘화냥년’의 어원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누리.. 2023.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