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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141

학교가 졸고 있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정규수업 17시간, ‘보충수업’ 8시간. 매주 내가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수업 시수다. 언제부턴가 거기 ‘방과 후 학습’이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엎치나 메치나’ 그건 ‘보충수업’일 뿐이다. 정규수업이 끝난 7, 8교시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방과 후 학습’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정규수업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이른바 ‘0교시’는 ‘일과 전 수업’이니 말이다. 방학이 돼도 이 보충수업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금요일 방학식을 했지만, 고작 주말을 쉬고 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보충수업은 개학을 꼭 5일 앞두고 끝난다. 결국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충수업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에게도 ‘방학’은 ‘꽝’인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는 여.. 2021. 7. 24.
[축제 풍경] 에너지와 끼, 혹은 가능성과 희망 온갖 끼를 다 보여준 아이들의 축제 오뉴월 염천에 학생 축제라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난 16일, 축제는 치러졌다. 지난해 얘기했던 것처럼 ‘이 무한 입시경쟁 시대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선택한 ’비켜 가기‘ 축제(축제를 치렀다는 생색은 내면서 시간과 영향은 줄이겠다는)였던 게다. 이웃한 남학교의 축제는 10월에 치러진다. 대신 단지 사흘의 준비 기간밖에 없는데 비기면 거의 열흘에 가까운 준비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훨씬 내실 있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7월 초순 기말시험을 끝내고부터 아이들은 축제 준비로 골몰해 온 것이다. 축제의 패턴은 예년과 다르지 않다. 합창제와 예술제, 동아리별로 각 교실에서 치러진 이벤트 등은 비슷했으나 시절 .. 2021. 7. 23.
교사들, ‘풍등’에 마음을 담아 날리다 [사진] ‘전교조 탄압중단과 참교육 지키기 경북 교사 문화제’ 풍경 오랜만에 집회가 열렸다. 대부분의 초중고는 방학에 들어갔고 휴가를 즐기다 달려온 수백의 교사들은 맞춤한 저녁 7시에 경상북도 교육청 앞마당에 모였다. 분지 특유의 습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까짓것, 오랜만에 동지들을 만나는데 그쯤이야 참을 만하다. 전교조 경북지부가 ‘교사 대량징계 방침’에 저항하며 도 교육청 현관 앞에서 농성에 들어간 지 42일째다. 농성 8일째 잠깐 들렀으니 그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내게야 ‘훌쩍’ 흐르고 만 시간이었지만 더위와 싸우면서 ‘성을 지켜’[농성(籠城)] 온 지부장과 농성 교사들에게 그 한 달은 끔찍하였다는 것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교조 탄압중단과 참교육 지키기 경북 교사 문화제’다. 연일 .. 2021. 7. 21.
무제 - 축제 전야 축제 전야, 어쨌든 아이들은 들떠 있다 지난해 8월, 달팽이 분양 광고를 냈던 아이다. 이제 3학년, 1학기를 마치는 아이의 모습은 훨씬 성숙해 보인다. 그게 세월인 게다. 학교는 축제로 부산하다. 교실마다 동아리가 차지하고 앉아 임시 찻집과 음식점을 열거나, 주제별 전시로 왁자지껄하다. 우리 반을 무단 점거(?)한 동아리의 포스터 한 장, 만화 동아리방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헤나 문신 코너 사진 한 장으로 올 축제의 한 장면을 맛보기로 들여다보시길. 본편은 주말께나 보여 드릴 수 있을 듯하다. 2008. 7. 17. 낮달 2021. 7. 17.
김상봉 교수의 “청소년·학생들을 위한 조언” 중견 철학자 김상봉 교수 ‘교육’ 강연회 조합에서 김상봉 교수를 모셔와 강연회를 연 것은 지난 10일이다. 워낙 오랜만의 강연이어서 주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거기 나갔다. 김상봉 교수는 전남대 철학과에서 독일 관념론(칸트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견 철학자다. 그는 전남대 철학과에 정원 외 특채로 임용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이다. 그는 90년대의 끝에 그리스도신학대에서 재임용 탈락한 후,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며 민예총의 문예아카데미 교장을 지냈다. 정작 나는 전남대 교수로서가 아니라, ‘학벌 없는 사회’ 정책위원장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잘 모른다. 오히려 나는 지난 5월 노무현의 죽음에 바친 아름다운 칼럼의 지은이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에.. 2021. 7. 16.
‘퇴직’의 길목에서 퇴직, 몸이 채근하기도 한다 올 2월에 수학 교사 한 분이 정년이 되어 학교를 떠났다. 마주 보고 있어서 간간이 이야기도 나누곤 하는 사이였다. 수학에는 나름 일가를 이룬 분이라고 알려졌지만 짬이 날 때마다 문제 풀이에 골몰하던 분이었다. 학교장이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여서 승진파와 이른바 ‘교포(교감 포기)’의 살아 있는 보기가 아니었나 싶다. 멈춰진 ‘퇴임 시계’ 술과 담배를 꾸준히 하면서도 금오산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노익장이었다. 그분은 퇴임하면서 어떤 행사도 마다하고 친목회에서 마련한 회식에서 꽃다발 하나 받고, 마지막 인사말도 기어코 사양하고 떠났다.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있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을 채우고 떠났지만, 그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는 말이다... 2021. 7. 16.
‘가능성과 희망’ - 학교 축제 풍경 학교 축제가 보여준 가능성, 혹은 희망 어저께 학교는 축제를 치렀다. 한여름, 아닌 7월 중순에 웬 축제? (이게 말이 되나?) 기말시험은 치렀겠다, 방학을 하루 앞둔 절묘한 시점, 다행히 날씨는 선선했다, 이러면 말이 될까? 되기는 되겠다. 짐작했겠지만 이게 이 무한 입시경쟁 시대에 한 여학교가 선택한, ‘비켜 가기’ 축제다. ‘비켜 가기’ 축제라 함은 생색(축제 치렀어!)은 적당히 내면서 그것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축제를 전후해서 아이들이 받는 영향 따위는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적 사고(?)를 이른다. 축제를 준비한 시간은 기말시험을 마치고 난 뒤 닷새 남짓. 덕분에 그래도 학습실에 들어앉아 책을 파는 아이들을 빼면 모처럼 학교 안에 활기가 넘쳤다. 재잘대고 비명을 지르고 까르르 웃음보를 .. 2021. 7. 14.
“선거를 축제처럼?” 여고 학생회 선거 풍경 학도호국단 체제였던 중등학교의 학생회가 직선제로 바뀐 것은 1988년부터다. 1987년 6월항쟁과 이어진 민주화 물결 덕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던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상당히 첨예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당선자는 소견 발표 때 두루마기를 입고 나와 보충수업으로 변칙 운영되던 ‘특별활동’의 ‘복권’을 내걸며 사자후를 내뿜었던 친구였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절이어서 학생부와 직선 학생회의 관계가 매끄럽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민주주의의 훈련과정에서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여겼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듯하다. 그리고 20년. 한때는 나아지는가 했던 학교는 더 공고한 입시체제로 가고 있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이 .. 2021. 7. 12.
그러나, 그들은 당당했다 전국 분회장 결의대회 참가기 어제 “표현의 자유 보장! 시국선언 탄압 중단! 경쟁교육 반대 전국 분회장 결의대회”(이름도 길다. 하 수상한 시절이 집회의 이름조차 복잡하게 만든다.)를 다녀왔다. 물론 나는 분회장이 아니다. 분회장이 아니면서도 상경길에 오른 다른 많은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나는 일요일의 휴식 대신 집회를 선택했다. 우리는 9시에 안동에서 출발했다. 요즘엔 유독 오래 묵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정년이 몇 해 남지 않거나 예순을 목전에 둔 역전의 용사들인 선배 교사들도 노구(?)를 이끌고 차에 오르신다. 나는 반가워 그 선배들께 ‘충성’하고 과장된 거수경례를 바쳤다. 버스를 탄 이들은 이들 ‘폐계’(廢鷄)(?)들만이 아니다. 20대의 싱싱한 영계(성차별적 어휘로 오해 마시길!)들도 있다... 2021. 7. 6.
“통일,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통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생각 지난달 일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9돌을 맞아 아이들에게 분회에서 준비한 ‘통일 사탕’을 나누어주었다. 6·15선언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단일기가 그려진 종이를 나눠준 뒤, 나중에 시간 나는 대로 ‘통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보라고 했다. 막대 달린 사탕을 빨아 먹는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통일은 먼 데다 어렵고, 사탕은 가깝고도 달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속으로 웃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종이를 받아보았다. 한 줄이라도 감상을 적은 아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신 제법 논리적인 의견이 많았다. 충분히 짐작한 일이긴 했지만, 나는 얼결에 따귀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 14명이 의견을 적었는데 반대는 7명, 다소 유보적인.. 2021. 7. 4.
<조선>·<동아>, 청소년을 ‘좌파’로 내모는가 학생인권조례 운동조차 ‘좌파’로 모는 보수 족벌 신문들 그예 이 땅의 청소년들은 ‘좌파’로 내몰릴 지경이 되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으로 자칫하면 10대 학생들이 ‘특정 이념 세력의 홍위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잠을 설친 이들은 ·의 논설위원들이다. 이들의 눈물겨운 ‘우국충정’은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좌파’의 딱지를 붙인 것이다. 어쩌면 그리 두 신문은 닮은꼴일까. 는 7월 2일과 3일에 걸쳐 “학생인권조례로 ‘촛불 홍위병’ 키워보겠다는 건가”와 “새 교육감에게 “시험 없애 달라”고 한 학생들을 보며”라는 제목의 사설로 학생인권조례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취임식 관련 사설을 보냈다. 학생들이 ‘좌파’, ‘특정 이념 세력의 홍위병’이라고? 거기 화답이라도 하듯, 는 같은 날짜에 “어린 .. 2021. 7. 3.
늦깎이 학생들의 ‘비밀’, 혹은 ‘진실’ 방송통신고의 만학도들의 ‘비밀’과 진실 올해부턴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신입생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정규과정을 거치지 못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감소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좀 착잡하다. 20대의 비율이 높아지고 4~50대 시니어들이 준다는 것은 교수-학습의 풍경이 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늦깎이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4·50대 시니어들은 본질적인 의미의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겐 거의 외계어나 다름없는 영어나 수학 시간에도 안간힘을 다해 수업을 견디어낸다(!). 고단한 삶을 살아오면서 ‘참을 인’자라면 여러 번 삭인 사람들이다. 과연 알.. 2021.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