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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141

수능 시험일 아침 풍경 2007년 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풍경 수능 시험일이다. 올해를 끝으로 수능 감독은 졸업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1교시 감독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제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시험장으로 꾸몄고, 오늘 아침 7시께에 출근하면서 아이들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무리 이 땅의 고등학생들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쓰럽기만 하다. 첫 시간, 긴장 때문에 5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는 여자애들, 손이 떨려 카드 표기를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을 연민 없이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바라건대 저들의 지난 3년의 농사가 값진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슬픈 10대, 고교 시절을 고통으로만 기억하지 않기를……. 2007. 11. 15. 낮달 2021. 11. 15.
‘야자’ 없는 일주일, 아이들은 즐겁지만 않다 야간자습 없는 일주일 아이들은 요즘 뭔가 허전한 모양이다. 야간자습을 쉰 지 벌써 나흘째다. 이는 순전히, 찬바람이 돌면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신종 플루’ 덕분이다. 2학년에서 유독 환자가 속출하면서 마땅히 방법을 찾지 못한 학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당분간 야자를 쉬기로 한 것이다. 처음 앞반에서 시작된 ‘발열’은 중앙통로를 건너 우리 반까지 왔다. 우리 반은 현재 세 명이 확진, 1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들은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을 마치는 오후 6시면 하교한다. 저녁도 학교 급식소에서 먹고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하던 야간 자율학습 대신 저녁도 먹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최소 일주일간 야자를 쉰다는 발표에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 얼굴이 모처럼 활짝 피었다. 교실을 빠.. 2021. 10. 25.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말을 잃었다 시민과 교사들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공동 기자회견’ 한동안 바빴다. 여든셋 장모님이 떠나는 먼 길을 배웅해야 했고, 이런저런 일 때문에 곁을 돌아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에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정 넘어 날아온 텔레그램으로 이웃 시군에 사는 명퇴 동료가 보낸 메시지가 허탈했다. 친구가 말한 ‘거기’는 안동시청 앞에서 시민들과 교사들이 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공동 기자회견’이다. 나는 그에게 물어서 그런 행사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 기자회견에 나온 이들 가운데 퇴직한 선배, 동료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과 교사들이 굳이 안동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유가 있다. 안동은 시청에 걸린 현판(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에서 나타나듯 ‘항일투쟁 독립운동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 2021. 10. 24.
토요 휴무와 ‘성(聖) 금요일’ 내가 토요 휴무 앞 금요일에 ‘성’을 붙이는 이유 학교에 주5일제가 시작되고 반년이 지났다. 매주 토요일마다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출근할 필요가 없는 교사들에게도 이 제도는 복음이다. 예전 같으면 엿새 동안 할 수업을 닷새에 몰아서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매주 이틀을 쉴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러나 이 제도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전임 학교도 그랬지만 학교는 법적으로 쉬게 되어 있는 토요일에도 아이들을 ‘자율학습’의 이름으로 등교시키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이들은 등교해서 오전 내내 ‘자습’해야 한다. 이들을 ‘감독’하기 위해 학년별로 몇 명씩 담임교사들이 당번을 선다. 본교에선 비담임이니 내겐 토요일 출근의 부담은 전혀 없다. 대신.. 2021. 9. 19.
쥘부채…, 세월 그리고 인연 어떤 아이가 준 쥘부채와 세월 어릴 적에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햇볕에 발갛게 익어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커다란 부채로 한참 동안 바람을 부쳐 주시곤 했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천천히. 그게 성이 차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부채를 빼앗아 마구 까불 듯 부쳐 보지만 금세 팔이 아파서 그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싱긋 웃으시고 다시 가만가만 공기를 떠밀어내듯 설렁설렁 부채질을 해 주시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팔도 아프지 않으실까. 어째서 어머니는 지치지도 않고 저리 부채질을 하실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오래도록 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거듭하는 얘기다. 올해는 더위를 유난히 견디지 못했다. 여자아이들은 온도에 매우 예민하다. 교사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견디고 있는데도 몇몇 아이들은 얇은 담요를 덮어.. 2021. 9. 18.
초등 무상급식의 ‘섬’, 영남 4개 시도 아직도 초등 무상급식이 안 되고 있는 영남권 전혀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막상 기사를 통해 그걸 확인하는 기분은 좀 씁쓸하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이야기다. 유은혜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상북도 지역의 무상급식 비율은 54.3%다. 전체 13만314명 가운데 7만791명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받고 있는데 이는 간신히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울산 36%, 대구 13.5%, 경북 54.3%, 경남 5% 그나마 인근 울산(36%, 2만3829 명/6만6159 명), 대구(13.5%, 1만7169 명/12만6957 명)에 비기면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이 중단된 경상남도는 초등학생 18만861.. 2021. 9. 15.
사회적 약자, 공익 제보자와 대한민국 공익 제보와 사회적 약자 2, 30년 전의 이야기다. 장애인 150여 명이 생활하는 서울의 한 재활원이 너무 좁았다. 이사를 가기로 하고 부근의 다른 지역에 집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건축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장애인과 시설이 들어오면 마을의 주거 환경이 나빠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때 신축 재활원 건물에서 오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어떤 중학교 교장은 주민 대표라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보다 ‘돈’이 더 대접받는 나라 “우리 학생들과 같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학생들이 장애자들을 자주 보게 되면 교육적 측면에서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듯이 수많은 장애자들이 학교 바로 앞에서 .. 2021. 9. 11.
초딩 ‘한자 학습 부담’은 괜찮고 고딩 ‘한국사 학습 부담’은 안 된다? 한자 학습 부담과 한국사 학습 부담 1. “‘학습 부담’ 늘어나니 다양한 독립운동 다루지 말라” ‘학습부담’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느껴야 하는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집중이수제’란 제도가 바로 그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도입한 정책이다. 야심만만하게 도입했다가 중동무이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 뜻이 학생들에 대한 배려에 있었다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정책과 관련해 이 ‘학습 부담’이 매우 ‘편리하게’ 쓰이고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제시한 국사편찬위원회와 다음 달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정식 공고한다는 교육부 얘기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시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 한국 근대.. 2021. 8. 19.
‘9시 등교제’ 생각 경기도 교육청의 ‘9시 등교제’ 지난 14일 방학 중 마지막 보충 시간이었다. 방학 시작하면서 며칠 쉰 게 고작이고, 사흘 후면 개학이다.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이 안돼 보여서 한마디 했다. 고생했는데……, 며칠 쉬지도 못하고 금방 개학이네. 얘들아, 경기도 학생들은 2학기부터 9시에 등교하게 된다지? 억눌린 듯한 탄성과 한숨이 잠깐 교차했지만, 아이들은 이내 심드렁해진다. 그게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학 중이어서 9시 등교의 호사를 누렸지만, 개학하면 다시 8시 이전에 등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기고사 등 시험을 치르는 날이 아닌 한 정확히 8시 20분부터 이른바 ‘0교시’가 진행되는 것이다. ‘9시 등교제’와 ‘생체리듬’ 나는 잠깐 그날 뉴스에 올랐던 이재정 경기 교육감과 학부.. 2021. 8. 18.
8월 염천 소풍, 만학의 의지도 뜨겁다! 8월 염천에 떠난 방송고 체험학습 지난 일요일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8월 염천에 웬 소풍? 방송고 얘기다. 8월 19일 수업으로 1학기가 끝나고 9월부터는 2학기다. 연간 출석일이 25일밖에 안 되어도 교육과정상으론 있을 건 다 있고, 또 마땅히 있어야 한다. 8월 염천에 웬 소풍? 2학년은 수학여행이, 3학년은 졸업여행이 남아 있다. ‘여행’이라니까 몇 박 며칠 짜리 여행을 상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허용된 시간은 일요일 하루다. 수학여행이든 졸업여행이든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돌아와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소풍은 학년별로 진행되었다. 우리 3학년은 선산읍 외곽의 뒷골이라는 계곡을 소풍지로 정한 모양이다. 아침 9시께 학교에 나와서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 2021. 8. 8.
그렇다, 그렇게 ‘시민은 자란다’ 4대강 문제에 이의 제기한 초등학생 오늘 아침에 ‘왜냐면’에는 한 초등학생의 투고가 실렸다. 알다시피 ‘왜냐면’은 에서 ‘시민사회 토론공간으로 제공한 지면’이다. 경남 창녕에 사는 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쓴 글은 “KBS ‘4대강 스페셜’ 내용 틀렸어요”다. 이 어린이는 7월 5일(원고에는 4일이지만 확인해 보니 5일이 맞다.)에 방송된 한국방송의 ‘일요스페셜’을 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지적당할 만큼 KBS가 또 무리를 했는가 싶었는데, 정작 이 어린이가 지적한 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글을 읽고,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았다. 이날 방영된 ‘4대강 사업, 득(得)인가 실(失)인가’는 프로그램 소개에 나와 있듯 ‘ 4대강 프로젝트의 중심이 된 .. 2021. 8. 6.
승진, 전교조, 현실 승진과 현실, 전교조 교사의 선택 얼마 전 에서 현직교사가 쓴 서평 한 편을 읽었다. 책은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 1호 교장 한상준이 쓴 . 그런데 기사의 제목은 “전교조 교사는 ‘승진’에 눈길 주면 안 되나”다. 기사 제목이야 편집부에서 붙인 것이겠지만 필자는 서평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교육 전문직 시험 전형에 지원했다가 1차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필자는 자신의 전직(교원에서 장학사나 연구사 같은 교육 전문직으로 옮겨가는 것은 엄격히 말해 전직이다. 그러나 곧 교감, 교장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게 관례가 되어 있으니 ‘승진’이라 말해도 무방하겠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을 고백한다. 몇몇 동료 교사의 보이지 않는, ‘삐딱한’ 눈길로 비유된 주변의 반응은 그리 호..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