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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0

‘걸판지다’, ‘-엘랑’도 표준어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 지난 27일, 국립국어원이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6항목의 어휘가 표준어, 또는 표준형으로 인정받았다. 새로 표준어의 지위를 갖게 된 낱말은 ‘걸판지다, 겉울음, 까탈스럽다, 실뭉치, -엘랑, 주책이다’ 등이다. 2011년 이후, 네 번째 ‘표준어 추가’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고시한 이후, 국립국어원이 2011년부터 표준어 추가를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에 표준어의 지위를 줌으로써 다수 언중의 어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조치다. 실제 국민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면서도 비표준어라는 이유로 홀대해 온 낱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번까지 네 차례(2011년, 2014년, 2015년, .. 2021. 12. 28.
경상도에선 ‘욕보시게’도 인사다 ‘공감’의 관계학 ‘욕보시게’ 경상도 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게 몹시 투박하고 거칠다는 점이다. 그것은 선의나 긍정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 시트콤에서도 소개된 ‘문디(문둥이)’라는 표현은 그 좋은 예다. 지금은 ‘한센병’, ‘한센인’으로 순화되었지만 ‘문디’는 천형으로까지 불리었던 무서운 병이었다. 당연히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금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경상도 사람들은 그 말을 쉬 입에 올린다. 그 말은 대상에 대한 미움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예도 있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 경상도 말의 ‘문디’ 무관한 사이에서 상대방이 다소 얄미운 말이나 행동을 한다. 그런데도 그게 그리 싫지.. 2021. 12. 26.
표준어 추가-‘마실’ 가는 길의 ‘푸르른 잎새’가 ‘이쁘구나’ 국립국어원, ‘2015년 표준어 추가 결과’ 발표 오 헨리(O. Henry)의 유명한 단편 ‘마지막 잎새’는 교과서에는 ‘마지막 한 잎’으로 바뀌어 실린다. 왜냐하면 문학적 표현으로 널리 쓰이긴 하지만 ‘잎새’는 ‘비표준어’이기 때문이다. 문서편집기 ‘아래아 한글’에서 ‘잎새’를 입력하면 아래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오 헨리, 혹은 배호의 ‘마지막 잎새’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인 표준어는 필요하긴 할 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폭이 지나치게 협소하지 않나 싶을 때가 많다. 수십 년 동안 언중들이 써 온 ‘멍게’는 소수만 아는 ‘우렁쉥이’에 밀려 1988년까지 표준어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언중들의 언어생활에서 통용되는 실제 언어와 규범과의 틈을 좁히고자 하는 게.. 2021. 12. 14.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미망인’과 ‘기다래지다’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 국립국어원이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공지했다. 이번에 수정된 낱말은 모두 40개다. 표제어 추가가 4개, 표제어 수정이 1개, 품사 수정이 8개, 뜻풀이 추가(관용어 포함)가 5개, 표제어 수정이 2개, 표제어 삭제가 2개, 발음 수정이 18개 등이다.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1. 표제어 추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이 이미 된’ 또는 ‘그것을 이미 한’의 뜻을 더하는 ‘기(旣)’를 접미사로 표제어에 추가했다. 그리고 ‘노랫말을 고치거나 다시 짓다’는 뜻의 ‘개사(改詞)’와 ‘길어지다’는 뜻의 ‘기다래지다’도 추가했다.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건네서 논란이 있었던 ‘이보십시오’도 표제어로.. 2021. 12. 6.
조선일보의 ‘한자 교육’ 타령,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국어 능력의 저하, ‘한자 교육 중단’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 중순에 인터넷에서 기사 “‘무운을 빈다’… 이게 뭔 소리? 검색창이 난리 났다”를 읽었다. 부제는 “국어사전 명사 80%가 한자어… 한자 의무교육 중단 20년이 부른 풍경”이다. ‘한자어’니, ‘의무교육’이니 뻔한 레퍼토리여서 어떤 기사인지를 단박에 눈치챘다. 기사는 ‘한자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면서 벌어지는 일’ 몇을 소개하면서 그게 다 ‘한글 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젊은이들이 ‘무운(武運)’을 ‘운이 없음[무운(無運)]’으로 이해하고,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9연패(連霸)’ 기사를 두고 댓글에 ‘우승했는데 연승이 아니고, 연패라고 하느냐’는 질문을 이어갔다는 얘기다. 원인은 정말 ‘한자’를 안 배워서일까 문제가 .. 2021. 12. 2.
‘책인걸’과 ‘책인 걸’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주목 [가겨 찻집] 종결 어미 ‘-ㄴ걸/-ㄹ걸’과 ‘걸’(것을)의 띄어쓰기 (1)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 (2)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공부할걸. 문제는 단순해 보인다. 문장 (1)의 ‘걸’은 의존 명사 ‘것’에 목적격 조사 ‘-을’이 붙어서 축약된 형태다. 의존 명사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하니까 ‘걸’을 띄어 썼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다. 뒤에 붙은 동사 ‘그랬다(그러다)’를 떼어보자. 그러면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편집자들 가운데 (2) 문장도 ‘공부할 걸.’로 교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도 ‘공부할 것을’이 준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 대입해 보아도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 쓰인 ‘걸’은 어간 ‘공부하-’에 붙은 어미 ‘-ㄹ걸’이다. 그것도 문장.. 2021. 11. 18.
반점과 온점, 이제 ‘쉼표’와 ‘마침표’로도! 26년 만의 문장부호 개정 1988년 ‘한글맞춤법’ 규정의 부록으로 처음 선보였던 ‘문장부호’가 26년 만에 개정되었다. 지난 10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장 부호’ 용법을 보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글맞춤법’ 일부개정안을 고시한 것이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그동안 글쓰기 환경이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문장부호’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2012년부터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올 8월에 국어심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를 확정 고시하게 된 것이라 한다. 새 ‘문장부호’는 이전 규정에 맞추어 쓰더라도 틀리지 않도록 하되, 현실적인 쓰임에 맞도록 허용 규정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는 개정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 2021. 11. 15.
간판 구경, ‘고등어 & 콩나물’ 출근길에서 만나는 간판 구경 출퇴근을 걸어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도의 간판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기억력이 왕성할 때야 엔간한 상호쯤은 외워 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집 앞 가게 이름도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어쨌든 나는 길 건너편에 죽 이어진 가게들의 상호나 취급 품목 따위를 무심히 읽으면서 걷는 게 어느새 버릇이 되었다. 그런데 직업의식은 참 무섭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늘 색연필을 들고 가게 이름, 거리에 걸린 펼침막, 전봇대에 붙은 광고전단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블로그에 붙인 댓글조차도 교정을 본다는 ‘편집자’들의 습관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뜻밖에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가 제법 있다. · 갈메기살 → 갈매기살 -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다. 기름이 없고.. 2021. 11. 5.
한글날 낙수(落穗) 한글날 이삭줍기 모든 행사를 토요일 특별활동 시간으로 집중시키는 까닭에 내가 기안한 ‘한글날 기념 교내 백일장’은 다음 주 토요일(18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금주 토요일은 ‘놀토’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 흔해 빠진 교내 백일장도 계획에 없는 학교에 그걸 치르게 되었다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문병란 시인의 ‘식민지의 국어 시간’을 읽어주고, 주시경 선생 등 국어학자 몇 분의 이야기를 잠깐 했다. 또 나는 한글이 얼마나 정보화에 적합한 문자인가를 휴대전화의 문자 입력 방식을 비교하며 설명해 주었다. 26자의 알파벳을 9개의 자판에 두셋씩 배정해야 하는 영어에 비해 한글은 17자(삼성), 12자(엘지)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머리를 끄덕.. 2021. 10. 9.
제발 ‘보여지는’ 야구 중계는 그만! ‘이중 피동’, 야구 중계에서도 남발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중 피동’이 거리낌 없이 쓰이는 상황은 여전한 듯하다. 그나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국어 문법이 출제되면서 그걸 ‘수험용’으로 공부하게 되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관련 글 : ‘잊혀진 계절’은 없다] 잘못된 이중 피동 표현, 프로야구 해설에 넘친다 말도 말이지만 글에서도 이중 피동 표현은 넘친다. 이중 피동의 용언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적지 않은 자료들이 뜬다. 개인 블로그에 쓴 글에서부터 일간지 기사, 단체나 기관의 누리집 등에 이런 표현들은 무심히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피동(被動)’이란 능동(能動)의 반대로, 주체가 다른 힘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 관계가 표현된 문장이 피동문이다. 피동문은 능동사 어간에 피동접미사(-.. 2021. 10. 1.
동생의 남편, ‘제부’인가, ‘박 서방’인가 동생의 남편,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은가 아내의 지인이 장인상을 당했다. 이를 처음 알리는 이가 ‘빙부(聘父)상’이라 전하자, 사람들은 헷갈렸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대자 그예 아내도 미심쩍어졌던 것 같다. 국어를 가르치는 남편에게 응원을 청했다. “빙부라면 장인을 가리키는 거 아니우?” “왜 아니야. ‘빙장(聘丈)’하고 같이 쓰는 말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걸 모른대?” “일상에서 잘 안 쓰는 말이니 그렇지, 뭐.” 경상도 지역(경상도 전역인지 경북 남부지방에 한정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에선 장인, 장모의 높임말로 ‘빙장어른, 빙모님’을 썼다. 내 두 분 자형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옛날이야기다. 요즘이야, 장인, 장모보다 더 가까운 ‘아버님, 어머님’도 거리낌 .. 2021. 9. 20.
<한겨레>, ‘모아 댄 워즈(more than words)’는 심했다 한글 전용 원칙 , 그러나 ‘모아 댄 워즈’는 뭔가 는 창간 때부터 한글 전용의 가로쓰기 체제로 출발하여 우리 언론의 지형을 바꾸어 온 진보 언론이다. 창간 주주로 의 창간을 기다리다가 1988년 5월 15일 집에 배달된 창간호를 읽으면서 자못 벅찼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백두산 천지를 밑그림으로 목판 글씨로 새겨 넣은 다섯 자는 마치 그 감격시대의 표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 창간된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존 신문들도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가로쓰기로 전환한 매체는 이었던 것 같다. 한글 전용도 대부분의 매체가 를 뒤따랐다. 그러나 아직도 과 는 기사에서 한자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으며 한자로 된 신문 제호도 유지하고 있다. 신생지 가 창간되면서 시도한 변화는 여.. 2021.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