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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200

'보여지다'는 없다, 모두 '보이다'로 쓰자 [이중피동 오류] 스포츠 중계와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여전하다 “휘영청 달이 떠오르는 밤, 진남문이 가진 기억이 달빛을 받아 보여지다!” 지난해 칠곡문화관광재단이 칠곡 가산산성 진남문 일원에서 개최한 행사 ‘2023 가산산성 야행’(6.9.~6.11.)의 구호(슬로건)다. 다행히 포스터에 쓰인 글귀는 아니지만, ‘보여지다’를 보면서 입맛이 썼다. ‘보다’의 피동사는 피동 접미사 ‘이’를 쓴 ‘보이다’다. 그런데 ‘보이다’ 대신 연결어미 ‘-어’에 피동의 뜻을 지난 보조동사 ‘지다’를 붙인 형태인 ‘보여지다’를 쓴 것이다. 피동사를 만들면서 ‘피동 접미사’(이, 히, 리, 기)에다 ‘-어지다’를 붙이는 이른바 ‘이중피동’은 우리 언어생활에서 자주 지적되는 오류다. [관련 글 : ‘잊혀진 계절’은 없다] 이.. 2024. 4. 12.
‘생각이 들다’?, ‘생각하다’가 훨씬 간단명료하다! 입말에서 흔히 쓰이는 ‘생각이 들다’를 생각한다 요즘 방송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발언 가운데서 유독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낱말이 ‘생각이 들다’다. ‘생각하다’로 써도 될 자리에 꼭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생각이 든다’라는 표현을 다투어 쓰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생각이 들다’로 무작위 검색한 결과다.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절대 고의로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180 이하면 기장이 많이 길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가 전략공천의 참뜻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서로 엄청난 공방전이 치열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관심도가 높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위 사례는 모두 인터뷰 등에서 출연자가 한 말[구어(입말.. 2024. 3. 26.
“‘잘난 체’하며 낙지를 ‘통째로’ 삼키더니 ‘앉은 채’로 기절했다.” 의존명사 ‘체’와 ‘채’, 그리고 접미사 ‘째’ 언젠가부터 사과를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 버릇을 들이고 있다. 사과를 깎는 게 성가시기도 하지만, 아마도 사과 껍질을 깎아내고 먹는 데는 우리나라뿐이라는 걸 새삼 확인하면서다. 물론 농약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리 영농 관행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하다. 사과 껍질에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데다 껍질째 먹으면 항산화 효과 8배라고 하니 잔류 농약만 잘 씻어내면 깎지 않고 먹는 건 괜찮은 선택이다. 과일은 대부분 껍질을 벗기고 먹지만, 껍질은 과육을 보호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어서 거기에도 영양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접미사 ‘-째’ ‘껍질째’에 쓴 ‘-째’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므로.. 2024. 3. 14.
그 ‘덫’은 어떻게 ‘덧’이 됐나? 연음법칙에 어긋난 ‘덫이·덫을’의 발음 [더시]와 [더슬] 4년 전에 ‘받침의 연음’에 관한 글을 쓴 것은 한 보도전문채널에서 출연자가 ‘텃밭이’를 발음하면서 [터빠시]라고 발음해서였다. 요즘 이렇게 발음하는 이들이 점점 느는 추세인 듯하지만, 이는 명백히 ‘표준발음법’에 어긋난 발음이다. 제대로 모국어 쓰는 이는 굳이 문법을 의식하지 않고도 그게 틀렸음을 곧바로 알아챌 것이다. 연음법칙과 음절의 끝소리 규칙 ‘텃밭이’는 구개음화 현상에 따라, ‘굳이’나 ‘같이’를 각각 [구지], [가치]로 발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터빠치]로 발음해야 한다. 따라서 ‘밭’의 받침 ‘ㅌ’을 ‘ㅅ’으로 바꾸어 발음하면서 [터빠시]로 읽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관련 글 : ‘꽃이’· ‘밭이’를 [꼬시]·[바시]로 읽는다?.. 2024. 2. 11.
‘피습 피의자’와 ‘피습범’ : 혹은 ‘습격 피의자’와 ‘습격범’ 방송에서의 맞춤법 오류도 꽤 심각하다 새해 벽두인 1월 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정치적 테러를 당했다. 살해 의도를 품고 이 대표에게 접근한 60대 남자(김씨)가 준비해 온 양날형 검에 목이 찔린 것이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이에 관한 보도가 줄을 잇던 때의 일이다. 웬 ‘피습 피의자’에다 ‘피습범’까지 함께 차로 이동하다가 관련 라디오 뉴스가 나오자, 후배 교사가 “뉴스마다 ‘피습 피의자’라고 한다”라며 ‘습격 피의자’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 맞아, 그렇구먼. 무심히 듣고 있다가 나는 동감을 표시했다. 보도의 ‘관행’ 때문일까. 방송은 무심히 이 상호 모순되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피습(被襲)’은 말 그대로 “습격을 받음”이니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다, 그런데.. 2024. 1. 29.
낱말의 발견 - 최애(最愛) ‘최애(最愛)’, ‘새말’이 아니라 오래된 낱말이다 ‘가장, 제일, 으뜸’의 의미 지닌 ‘최(最)’ ‘최(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가장, 제일’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최고위, 최우수, 최전방’처럼 쓰인다.(표준국어대사전) ‘최’는 ‘고·저·강·약·선·악’ 등의 한자와 어울려 ‘최고·최저·최강·최약·최선·최악’ 등의 단일 명사로도 쓴다. ‘최(最)’는 ‘가장, 제일, 으뜸’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다른 낱말보다 위계에서 앞선다. 한국 최고(最高)의 산은 백두산이라고 할 때, 백두산보다 높은 산은 없다는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one of the greatest players)’, ‘최고 중 최고(best of the best)’와 같은 영어식 표현의 영향으.. 2024. 1. 26.
‘한류’로 뜬 ‘한국어’ 낱말,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26개나 올랐다 2021년 업데이트에서 한국어 기원 ‘표제어’ 26개 등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한 것은 2021년 7월이다. 1964년에 설립된 유엔무역개발회의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일제의 수탈에서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찍이 겪지 못한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국이 절대빈곤의 시대를 넘어선 게 1970년대다. ‘선진국’ 대한민국과 ‘한류’로 말미암은 ‘한국어의 확장’ 그리고 반세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추었는데도 굳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여기지 않은 이유는 한국인들의 내면에 화인처럼 남은 절대빈곤 시대의 기억, 그 상처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진국’이란 개념은 우리의 의식에서 감히 상상하기 어.. 2023. 10. 9.
제발, 이번 한가위는 ‘되지’ 말고 ‘쇠자’ 한가위 인사, “한가위 되세요”로 쓰면 안 되는 이유 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 2023. 9. 28.
‘-하다’를 붙이면 안 되는 동사 ‘삼가다’, ‘꺼리다’, ‘매조지다’ 접미사 ‘-하다’를 붙여서 쓸 수 없는 용언 셋 · 삼가다 오래 묵은 이야기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나,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는 뜻의 동사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로 써야 한다.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간간이 다루어 준 내용이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요즘 담뱃갑의 흡연 경고 문구는 흡연이 ‘수명 단축’을 초래하고 특정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다소 섬뜩한 내용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만 해도 그것은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와 같이 흡연을 줄이라는 권유 형식에 그쳤다. 담뱃갑 측면에 ‘삼갑시다’로 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삼가해’, ‘삼가하시오’ 등을 천연스레 쓰곤 했다. 시내버스 전면 유리.. 2023. 4. 26.
‘결재(決裁)’와 ‘결제(決濟)’ 사이 ‘결재(決裁)’와 ‘결제(決濟)’ , 어떻게 다르나 맞춤법에 서툰 이들이 가장 자주 실수하는 게 ‘ㅐ’와 ‘ㅔ’의 구분인 듯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제’를 ‘자재’로 쓰고 ‘제원’을 ‘재원’으로 쓰는데 양성모음 ‘ㅐ’가 음성모음인 ‘ㅔ’보다 친숙한 탓으로 보인다. ‘결재’와 ‘결제’를 헛갈리는 이유도 같다. 기록된 글자로 배우지 않고 귀로 들어서 익혔다면 실수할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결재 서류’라 적힌 결재판에다 서류를 끼워서 결재에 들어가는 사무직 노동자에겐 익숙한 낱말이 결재(決裁)다. 그 뜻은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함.”이다. 생활인은 회사에서만 결재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도 어부인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 역시 이른바 ‘내부 결재.. 2022. 11. 19.
[573돌 한글날] 한글날 아침, 국어교사는 마음 겹다 한국인에게 외면당하는 ‘최고의 알파벳’ 한글 꼭 12년 전에 쓴 글이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국경일 지위를 회복한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 지정된 것은 2012년, 이듬해부터 사람들은 한글날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국립국어원 한 해 예산의 몇 배를 들여 만든 영어마을은 속속 세금만 낭비한 채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래도 영어 광풍은 그치지 않았는지 최근에는 초등 저학년 영어교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휴대전화에서 글자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완성형 코드의 문제점은 기술적으로 이내 극복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 한글이 정작 토박이말 사용자인에 제나라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말글살이의 그늘에 드리운 씁쓸한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573돌 한글날을 맞지만, 경축을 붙이는 게 쓸쓸할 지.. 2022. 10. 9.
뚝배기와 곱빼기 ‘뚝배기’와 ‘곱빼기’의 발음과 쓰기 ‘뚝배기’와 ‘곱빼기’는 둘 다 발음은 [-빼-]로 나지만, 쓸 때는 달라진다. 까닭은 우리말 맞춤법의 규정에 따라서 그 발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반드시 우리말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대체로 그렇지 않다, 영어 공부하는 걸 생각해 보라면서 눙치는 때가 많지만, 이땐 좀 답이 궁해지는 게 사실이다. ‘뚝배기’나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와 같이 한 형태소(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내부에서 ‘ㄱ, ㅂ’ 받침 뒤에 [빼기]로 발음되는 경우는 ‘-배기’로 적어야 한다. 이는 한글 맞춤법 제5항(한 낱말 안에서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의 규정을 따라야.. 2022.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