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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86

성적 차별, 학교도 ‘계급사회’로 가는가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들려오는 소식들이 귀에 어지럽다. 또 60대 부부가 자녀들이 여행을 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들이 남긴 유서의 한 구절이 아프게 시야에 박힌다. 어떤 아들은 대변 못 가린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고, 40대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고 한다. 사는 게 고단해서라고 말하기도 하고,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은 나날이 깨어가고 편리해지는데도 정작 살아가는 건, 이 가파른 무한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일까. 학교의 ‘억압과 차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기사는 학교에 ‘성적순 차별’이 만연해 .. 2021. 5. 13.
동행, 방송고 사람들(2) 늙다리 학생에게도 ‘시험’은 힘들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를 치렀다. 출석일은 고작 닷새에 그치지만 사이버학습으로 나간 진도는 너끈히 시험을 치를 만했다. 출제는 어렵지 않았다. 사이버학습 교재에 난 문제를 대부분 그대로 쓰되, 일부 문제만 변형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서술형 문항 20%도 단답형 문항 4개로 갈음했다. 나는 2학년 문학과 3학년 독서 등 두 과목을 출제했다. 주관식 문항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교재의 객관식 문항을 주관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그 부분을 의식적으로 강조를 하면서 설명했고, 마치면서 ‘영양가는 오늘 수업’에 있다는 말로 힌트도 주었다. 누구에게나 시험은 괴롭다 그동안 출석률은 지지부진했다. 장기 결석자가 서너 명 되고, 가.. 2021. 5. 11.
5·10 ‘교육 민주화 선언’ 22돌, 역사의 퇴행 앞에서 오늘은 한국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의 ‘교육 민주화 선언’ 스물두 돌을 맞는 날이다. 오늘은 이른바 ‘놀토’, 늦은 아침을 들고 ‘교육 민주화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 1986년 5월 10일이었다. 나는 그때 경주 지역의 한 여학교에서 초임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날마다 술을 마시며 동료들과 비분강개하던 시절이었다. 교육 민주화 선언은 “1986년 5월 10일, 서울·부산·광주·춘천 등 4개 지역의 교사들이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회 ‘교사의 날’ 집회에서 발표한 교육의 민주화에 관한 선언”(엠파스 백과사전)으로 풀이된다. 당시는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려는 국민적 열망이 높았고, 대학 교수들의 민주화 시국선언.. 2021. 5. 10.
큰아기들의 5월, 여고 체육대회 풍경 어제 학교에선 체육대회가 베풀어졌다. 자투리 시간조차 쉽게 낼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러 가지 준비를 해서 한나절 동안의 망중한을 즐겼다. 체육대회라곤 하지만, 정작 정식 체육 종목은 이어달리기 정도이고 나머지는 줄다리기, 피구, 발야구, 6인 7각 등 놀이 형식이다. 지난해 전입해서 맞은 첫 체육대회 때에 나는 으레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행사일 거로 생각하여 야전 복장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학교에 와서야 그게 내 ‘무감각의 소치’라는 걸 깨달았다. 수업 시간에도 부지런히 거울을 보아야 하는 큰아기들에게 ‘오월 땡볕’은 ‘공공의 적’이다. 당연히 모든 종목이 체육관의 ‘안전한 그늘’에서 치러진 것이다. 그러나 올 체육대회에선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 종목은 운동장을 이용했다. 햇살은 맑고 신선했.. 2021. 5. 10.
‘죽는소리’ 마라,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다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에도 조전혁 의원 등은 전교조에 소속된 교원의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이에 전교조는 법원에 재차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하여 명단을 공개할 경우 하루에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내리겠다면서도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글은 조전혁 의원과 나머지 명단공개에 불법적으로 참여해 놓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전교조를 음해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다. 아이들 말로 하면 좀 ‘치사찬란하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공개 강행에 따른 법원의 ‘1일 벌금 3천만 원’ 강제 절차가 시작되려 하자 전교조.. 2021. 5. 7.
퇴행의 시대, ‘전교조 교사’로 살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기 누리집에다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지 닷새가 지났다. 이는 물론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한 불법행위’다. 또 ‘정치적 이해를 위해 개인정보를 유출해 교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다. (전교조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인용) 이게 집권 이래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 식 법치’의 현주소다. 정치적 이해 앞에는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것일까. 전교조가 제기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간명하다. “노동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전적으로 당해 교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은 ‘업무 외적인 .. 2021. 4. 23.
동행 - 방송고 사람들(1) (1) 만남, 2012년 최고의 선택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에게 ‘방송통신고’에 대한 이해는 고작 그런 학교가 있더라는 정도밖에 없을 터이다. 학기 중에 계속 학교에 나가는 대신 ‘방송을 들으며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꽤 생광스러운 제도가 있구나 하는 호기심에 그치는. 올해 학교를 옮겨 방송고(나는 ‘방통고’로 써 왔는데 공식적으로는 ‘방송고’로 쓴다.) 수업과 담임을 맡게 되기 전까지 나 역시 그랬다. 안동에도 이웃의 공립고 부설 방송고가 있었고, 거기서 수업한 동료들의 얘기를 듣곤 했으나 역시 ‘나의 일’이 아니니 건성으로 듣고는 그만이었다. 방송고 이(E) 스쿨 누리집을 살펴보니 서울, 부산의 11개 공립학교 부설로 방송통신고등학교가 문을 연 것은 1974년이다. 방송고는 그 설립 취지로 .. 2021. 4. 21.
우열반으로 ‘학습효과를 높이자’고?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부쳐 언젠가 했던 얘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혁명이 따로 없다’. 새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정책의 ‘폭발성’이 그렇다는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학교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우열반 편성과 0교시·심야 보충수업 허용 등의 폭발성은 만만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사회적 논의’나 ‘예고’도 없이 불쑥 발표하는 형식 자체도 가히 혁명적이지 않은가. “전 국민이 환영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중요한 사항을 교사들과 논의 없이 발표했느냐”는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노조 관계자들의 질문에 대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답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주무장관.. 2021. 4. 18.
‘사내애’들에 ‘적응하기’ 한 달 남학교에 와서 사내아이들과 수업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내아이들을 겪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도 어쩐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맡은 반은 모두 이과 반이다. 문과 반도 국어보다 수학을 잘한대서 ‘수학고등학교’라고도 불린다는 학교다. 수학적으로 사고하기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문학’은 좀 멀다. 그건 감성과 이성 양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는 얘기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 비슷한 학력을 가진 집단이라면 여학생들은 언어영역에서 남학생은 수리 영역에서 평균 3, 4점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게 보통이다. 단순한 성별 차이가 아니라 뇌 구조 상으로도 증명되는 경향이란다. 그래서일까, 전임지에서의 국어 시간이 은근히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전임지에서 겪은바 여자아이들은 국어 시간에 놀라운 집중력.. 2021. 4. 6.
‘수학 교사’가 되겠다고? ‘의사’가 아니고? 며칠 전 읽은 일간지 기사 두 개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하나는 외고의 대학입시를 다룬 기사고 다른 하나는 가 보도한 의 기사다. 두 기사 사이의 거리는 나날이 벌어져가는 이 나라의 양극화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의 기사는 전국 외고 30개교를 분석한 결과다. 외고의 교육과정은 인문 사회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중 상당수가 자연계 과목을 선택하거나 일부 학교에서 자연과정 반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의대를 가기 위한 선택으로 안양외고에서만 올해 53명이 의대와 한의대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외국어 영재나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한다’라는 외고 설립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나라의 고등학교가 출세가 보장된 대학을 가기 위한 정거장 역할을 해 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긴 하다. .. 2021. 4. 4.
봄, 혹은 희망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은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이미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썰렁했던 아파트 담장 위에, 드러난 살갗을 간질이며 매끄럽게 휘돌아 지나가는 바람의 속살에, 숙취로 어지러운 아침 식탁에,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이미 봄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들른 조각공원에서 찍어 온 강변 풍경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자면, 그 풍경 속을 스쳐 간 실바람, 미루나무 그늘에 쌓이던 햇볕의 온기까지 뚜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햇빛 때문에 아련한 푸른빛 기운과 함께 시나브로 다가오는 건너편 산, 잘디잘게 떨고 있는 비췻빛 물결 등이 어울려 연출하는 이 풍경은 이미 봄이 우리 가슴속까지 와 있음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 2021. 3. 27.
‘무상급식’ 무산, 경북의 ‘보수 본색’ 전면 ‘무상급식’은 아니지만 ‘부분 무상급식’이라도 시행하려는 경상북도교육청의 계획에 경상북도 의회가 재를 뿌렸다. 지난 18일, 경북도교육청이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시행할 2학기 무상급식 예산 15억을 삭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경북도교육청이 올린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시행 예산(40억)을 삭감한 데 이은 것이다. 무상급식은 전국 80%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지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경상북도 의회는 ‘포퓰리즘’ 운운하며 무상급식을 회피한 끝에 결국 지역민들의 무상급식 요구와 열망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고작 15억, ‘예산 부담’으로 삭감했다고? 이번에 경상북도 의회가 삭감한 예산 15억 원은 2011년 경상북도교육청 본예산 2조 847.. 2021.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