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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2019/044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백만 부, 난쟁이 일가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조세희의 연작소설집 100만 부 돌파 앞두었지만 조세희의 연작소설집 (이하 “난쏘공”)이 100만 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난쏘공”은 8월 15일 227쇄로 99만9800부까지를 찍었으며 다음 주 중에 100만 부 기념쇄로 228쇄를 찍는다는 것인데, 이는 작품의 초판 1쇄가 나온 지 29년 만이라 한다. “난쏘공”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78년 6월 5일이었다고 한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이 작품집을 내가 읽은 것은 인천 부평의 군부대에서였다. 출판된 날짜를 기준으로 역산해 보면 아마 그해 가을이었을 성싶다. 새가 그려진 노란 빛 표지와 국판보다 작으면서도 좀 길쭉한 판형이 기억에 남아 있다. 세로쓰기였던 그 책이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에 없다. 군대란 책 따위를 사물이라고 챙겨 .. 2019. 4. 29.
갤러리 카페의 <조영옥 드로잉전>- 쉼 없는 발걸음이 부럽다 조영옥 드로잉전 인근 상주에서 조영옥 선배가 드로잉(drawing)전을 열고 있다. 지지난해 함창읍의 카페 「버스정류장」에서 전시(2016.10.6.)를 한 지 꽉 찬 2년 만이다. [관련 글 : 가을 나들이 - 그림, 책, 사람을 만나다] 지난여름 내 친구 박용진의 드로잉전에 이어지는 전시다. [관련 글 : 시골 화가의 ‘드로잉’으로 세상 바라보기] 물론 장소는 같은 곳,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다. 박용진 드로잉전에 이어 블로거 ‘선돌’ 이 선생의 전시회(여긴 가 보지 못했다.)가 있었고, 이번이 그다음 전시인 것이다. 지난 금요일(10.5.) 오후에 이 전시는 문을 열었다. [관련 글 :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의 미래가 궁금하다] 뒤늦은 태풍 때문에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2019. 4. 29.
[유럽여행-피렌체]미켈란젤로를 키운 가문, 실로 대단했다 [처음 만난 유럽③] 르네상스 발원지, 꽃의 도시 피렌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1280×848) 볼 수 있음. 나흘째 일정은 피렌체(Firenze)에서 시작되었다. 아르노강가에 닿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나는 무심하게 강 저쪽의 이어진 버드나무 숲과 야트막한 언덕 주변 마을의 붉은 지붕을 건너다보았다. 여기가 플로렌스란 말이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한 바퀴 둘러 보았지만, 어디에도 ‘꽃’은 보이지 않았다. 피렌체에 닿았지만, 이 도시의 이름은 내게 낯설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이래 이 도시를 ‘플로렌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수익 시인의 연작시 한 편 때문이었다. ‘우울한 샹송’의 서정시인은 이탈리아 북부의 오래된 도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여, 잃어버린다는 일은 / 결코 슬픈.. 2019. 4. 29.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의 미래가 궁금하다 상주 연악산 기슭의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 전시공간을 두어 ‘갤러리 카페’라 불리는 ‘포플러나무 아래’는 경북 상주시 지천1길 130번지에 있다. ‘포플러나무 아래’는 상주시 청리면으로 벋은 연악산(淵岳山, 706.8m)이 품고 있는 신라 시대의 고찰 용흥사(龍興寺)와 고려 시대 절집인 갑장사(甲長寺)로 오르는 길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서른 평쯤 되는 카페는 2층이지만 1층이 언덕 아래 가려져 있어 호젓한 단층 건물처럼 보인다. 올 2월에 명예퇴직하고 이 카페를 연 주인장은 안인기 화백(56)이다. 그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나와 상주와 인근 시군의 중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쳐 왔다. 초기에는 평면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생긴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제작하는 정크아트(Ju.. 2019. 4. 28.
시골 화가의 ‘드로잉’으로 세상 바라보기 [전시회] 박용진 드로잉전,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오래된 벗 박용진이 전시회 소식을 전해 온 것은 가족 여행 출발 전이었다. 상주시 외곽에 후배 미술 교사가 연 카페에서 ‘드로잉(소묘)전’을 연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반년 앞서 퇴직했고, 예천을 떠나 상주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었다. 전시회 여는 날이 여행 일정 중이어서 나는 여행을 다녀와서 보자고 말했다. 내가 박용진을 처음 만난 것은 스무 살 무렵이다. 그림 그리는 고교 동기를 통해서였는데 통성명을 하고 동갑내기여서 말을 텄을 뿐 특별한 교유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서른아홉, 해직 5년여 만에 복직하면서였다. 20년 만의 해후, 그의 판화 ‘실직의 하루’ 나는 신규 특채로 경북 북부 예천군의 한 공립중학교로 발.. 2019. 4. 28.
[사진] 탑과 메밀밭 메밀꽃 속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5층전탑 탑은 이 땅에선 서원(誓願)이었다.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는 무지렁이 백성에 이르기까지 사직의 안위와 일가의 안녕을 꿈꾸는 '서원의 대상'이었다. 부처님 나라[불국(佛國)]를 꿈꾸었던 왕국의 역사, 탑들이 견뎌낸 천 년의 침묵이 안고 있는 것은 그러한 서원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탑은 이미 그 고유의 기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 탑에다 서원을 올리긴 하지만 이미 탑은 잊힌 구조물이 되었다. 한때, 탑은 사부대중들의 서원을 오롯이 품은 거룩한 건축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벌판에 선 옹색하고 휑뎅그렁한 ‘돌(벽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있는 보물 제57호 조탑리 5층 전탑도 마찬가지다. 조탑리(오죽하면 탑을 지.. 2019. 4. 28.
[유럽여행-파리]개선문 거리에 이제 ‘망명자’는 떠나고 [처음 만난 유럽 ②]혁명의 광장 콩코드와 프랑스의 영욕, 개선문 *사진은 클릭하여 큰 사이즈(1280픽셀)로 볼 수 있음. 우리는 ‘구경’을 유난히 좋아한다. 구경 중에는 으뜸이 불구경이라느니, 쌈 구경이 그에 못지않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할 만큼 말이다. 거기엔 이해 관계없이 구경거리로만 그걸 즐길 수 있다면 당사자의 심정은 상관없다는 심술이 은근하다. 가벼운 나들이나 여행도 구경이라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금강산도 디즈니랜드도 유럽도 구경의 대상이고 ‘나’는 그 구경의 주체이니 이 고유어가 포괄하는 의미는 꽤 너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견학’이니 ‘감상(鑑賞)’이니 ‘체험’이니 하는 한자어는 서양식 근대 교육이 도입되면서 들어온 낱말이다. ‘구경’이 앞의 한자어들과 다른 점은 대.. 2019. 4. 28.
[유럽여행-파리] “흉측하게…” 죽다 살아난 파리 에펠탑 [처음 만난 유럽 ①]에펠탑과 센강, ‘구라파’에서의 첫 밤 퇴직을 기념해 아내와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 가운데 불과 세 나라를 찾았을 뿐인데 뭉뚱그려 유럽이라고 말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럽이 대륙의 이름이고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라는 경제공동체여서가 아니라 수만 리 저쪽에 존재하는 ‘낯섦’을 우리는 그렇게 줄여서 이해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europe)을 굳이 ‘구라파(歐羅巴)’라 쓸 필요가 없는 시대다. 요즘 아이들에겐 ‘음차(音借)’ 또는 ‘음역(音譯)’으로 유럽을 그렇게 표기한 시대가 있었다는 얘기도 사족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쓰는 ‘서구(西歐)’와 ‘구미(歐美)’의 ‘구(歐)’가 바로 ‘구라파’라고 하면 아이들도 머리를 주억거린.. 2019. 4. 26.
어버이를 닮아가는 노년, 혹은 유전하는 피의 이력들 노년에 우리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버이를 발견한다 자식들은 부모를 닮는다.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성정도 닮는다. 오죽하면 ‘씨도둑은 못 한다.’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이들 핏줄이 보여주는 닮은꼴의 전개는 ‘유전자의 위대성’을 실증한다. 그러나 사소한 버릇까지도 닮아가는 이 ‘피의 기적’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식들이 부모를 빼닮은 게, 마치 같은 틀에서 찍어낸 풀빵처럼 형상이 같다 하여 ‘국화빵’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 ‘국화빵’ 현상은 혈연 가족의 유대를 확인해 주지만 그게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부모는 자식에게 우성인자만을 물려주지 않고 때론 열성인자도 전해주기 때문이다. 싱크로율 100%, 어버이를 닮아가는 노년 세상에 그 자식이 닮고 싶은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 2019. 4. 26.
갱죽(羹粥), 한 시절의 추억을 들면서 절대빈곤 시대의 추억 ‘갱죽’ 또는 갱시기 지난 주말이었다. 공연히 그게 당겨서 나는 아내에게 갱죽을 끓여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뜬금없이, 웬?’ 하는 표정이었지만, 늘 하던 대로 죽을 끓여냈다. ‘갱죽’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시래기 따위의 채소류를 넣고 멀겋게 끓인 죽’으로 올라 있다. 소리가 주는 느낌이 아주 토속적이어서 ‘고장 말’인가 싶지만 천만에 국 ‘갱(羹)’자에다 죽 ‘죽(粥)’를 쓴 표준말이다. ‘갱(羹)’은 무와 다시마 따위를 넣고 끓인 제사에 쓰는 국()이니, 갱죽은 거기다 식은밥을 넣은 국인 셈이다.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위키백과’에서는 내 고향인 ‘경상북도 칠곡군의 향토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그런 소개가 올라간 것은 미루어 짐작하건대 칠곡군과 경북과학대학 향토문화.. 2019. 4. 25.
‘한계령을 위한 연가’, ‘고립’에 대한 뜨거운 욕망 문정희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지난해 7월에 시집 두 권을 샀다. 2007년 6월에 고정희 유고시집 를 구매했으니 꼭 1년 만이다. 명색이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내가 이러하니 이 땅 시인들의 외로움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두 권 다 개인 시집이 아니라 문태준 시인이 고르고 해설을 붙여 엮은 시집이다. 근년에 ‘뜨고 있는’ 시인은 시를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했던 걸까. 문 시인의 시는 ‘가재미’밖에 읽지 않았으면서 그가 엮은 시집을 선뜻 산 것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을 한 반년쯤 묵혀 두었다. 책 속표지에 휘갈겨 쓴 구입날짜(20080725)와 서명이 민망하다. 비좁은 서가 위에 위태하게 얹힌 예의 책을 꺼내 무심하게 넘겨보기 시작한 게 오늘이다. 읽어내려가.. 2019. 4. 23.
2009년 통영, 박경리 기행 박경리와 그의 문학의 고향 통영 기행 지난 5월 5일은 작가 박경리 선생의 1주기였다. 따로 문상하지 않았던 나는 원주를 찾아 그이의 흔적을 잠깐 더듬었다. 원주 시내에 있는 ‘토지문학공원’에서, 그리고 그이가 살던 슬래브집을 둘러보는 거로 나는 선생을 추모했다. [아아, 박경리 그리고 토지] 그이가 묻힌 통영을 다녀오리라고 마음먹은 지 꼭 석 달 만에 나는 통영을 찾았다. 거제도를 다녀오던 길, 벗들과 함께였다. ‘통영(統營)’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서 온 이름이다. 통영은 통영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충무공(忠武公)의 시호를 따서 ‘충무’라 하였다가 1995년 시군이 통합되면서 다시 제 이름을 되찾았다. 2009년 8월, 통영을 찾다 바다가 아닌 산과 어우러진 호수 같은 바다를 가진 이 .. 2019.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