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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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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의 해에 언제부터인가 더는 제야(除夜)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제야의 종’이니 ‘망년·송년회’니 하는 세밑의 의례적 행사들에 관한 기억도 아득하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심히 보냈다. 그나마 아내와 딸애가 송구영신 예배를 다녀오는 걸 보면서 제야라는 사실을 잠깐 떠올렸을 뿐이다. 기획 '1919년판' 뉴스 2019년의 첫날도 심상하게 맞았다. 아내가 새벽기도에 가는 기척이 일어나,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현관 앞에 배달된 신문을 챙겼다. 거실 소파에 신문을 놓다 말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1면에 창간 때의 제호가 떡하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가 제호를 되돌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라, 1면에 실린 활자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사라진 먹컷이 보이는가 하면 세로쓰기 .. 2019. 1. 2.
[오늘] 상하이 임시정부와 4·13 총선거 4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97년 전 오늘, 상하이의 독립운동가들은 이틀 전(4월 11일)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고 이 사실을 세상에 널리 공표한 것이다. 비록 국외 망명지였지만 패망한 '왕의 나라' 대신 '백성'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었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임시정부가 상하이(上海)에 터전을 잡은 것은 상하이가 경술국치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모여들어 활동하면서 해외 독립 운동의 근거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즈음 상하이에는 천여 명의 한국 혁명지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대한제국 장교 출신으로 경술국치 이후 망명해 신해혁명(1911)에 참여한 뒤 쑨원(孫文) 등의 중국 혁명 인사들과 교유하고 있었던 신규식(1.. 2019. 1. 1.
[오늘] 화성 제암리, 1919년 4월 15일 화성의 3·1운동, 그리고 제암리교회 97년 전 오늘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교회에서 주민들이 일제에 의해 집단학살 당한 날이다. 이른바 ‘제암리 학살 사건’이다. 일제는 제암리 주민들을 모아 예배당에 들어가게 한 뒤 불을 지르고 사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학살로 희생된 사람은 스물셋. 마을은 초토화되었고 이웃마을 주민 여섯도 목숨을 잃었다. 제암리(提巖里,속칭 ‘두렁바위’)는 당시 전체 33가구 가운데 2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흥 안(安)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제암교회는 이 마을의 안종후라는 청년이 한학을 배우려고 서울을 왕래하다가 아펜젤러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에 귀의하고 1905년 자기 집 사랑방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되었다. 시대가 시대였.. 2019. 1. 1.
[오늘] ‘관제 뉴스 공급’ 시대, 퇴장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94년 12월 31일, 종영 1994년의 마지막 날, 대한민국 정부가 1963년부터 제작하여 영화관에 보급, 상영했던 가 종영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때는 대중매체에 소외되어 있었던 국민에게 뒤늦게나마 뉴스를 공급함으로써 소임을 다했던 이 ‘관제’ 뉴스는 2040호를 끝으로 종영했다. 종영, 관제 뉴스의 종언 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1980년대 말이었다. 집집이 텔레비전 등의 매체가 보급되고 인터넷 시대가 가까워졌는데 이미 보고들은 뉴스를 강제로 다시 보게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면서였다. 1994년 8월 와 문화영화를 폐지하는 영화진흥법안이 최종 확정된 데 이어 이날, 는 마침내 종영된 것이었다. 는 TV 보급이 보편화 되기 전, 국민에게 나라 소식을 알리고.. 2019. 1. 1.
문학 교사의 책 읽기 10년 넘게 써 온 글이 천 편이 넘었지만, 그 가운데 몇 편이나 '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시 부끄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긴 하다. 글을 쓴 때와 내용 분류와 관계없이 무난히 읽히는 글을 한 편씩 다시 싣는다. 때로 그것은 허망한 시간과 저열한 인식의 수준을 거칠게 드러내지만, 삶의 편린들 속에서도 오롯이 빛나는 내 성찰의 기록이다. 나날이 닳아지고 있는 마음의 결 가운데 행여 거기서 예민하게 눈뜨고 있는 옛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누구에게나 그렇듯 성장기의 어느 순간인가에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던 왕성한 책읽기의 벅찬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진부한 일상을 일거에 허물면서 무엇이든 가능.. 2018. 12. 31.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10년 넘게 써 온 글이 천 편이 넘었지만, 그 가운데 몇 편이나 '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시 부끄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긴 하다. 글을 쓴 때와 내용 분류와 관계없이 무난히 읽히는 글을 한 편씩 다시 싣는다. 때로 그것은 허망한 시간과 저열한 인식의 수준을 거칠게 드러내지만, 삶의 편린들 속에서도 오롯이 빛나는 내 성찰의 기록이다. 나날이 닳아지고 있는 마음의 결 가운데 행여 거기서 예민하게 눈뜨고 있는 옛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써 놓고 보니 꼼짝없는 신파다. '인간은 서서 걷는다.'는 진술과 다를 바 없는 맹꽁이 같은 수작이다.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몸뚱이와 그 기관의 .. 2018. 12. 31.
[오늘] 1915년 오늘-연해주 13도의군 도총재 유인석 순국하다 1915년 1월 29일, 중국 요녕성 관전현 방취구에서 국내외 의병의 단일 지휘계통을 지향한 연해주 13도의군(十三道義軍) 도총재를 지냈던 의병장 의암(毅菴) 유인석(柳麟錫, 1842~1915)이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1895년 을미의병의 최고 지도자로 호좌(湖左) 의병진(陣)을 이끈 지 꼭 20년 만에 그는 망명지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향년 74세. 의암 유인석은 강원도 춘천 출신이다. 그는 일찍이 위정척사(衛正斥邪)사상의 원류인 화서(華西) 이항로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화서학파의 정통 도맥(道脈)을 이은 위정척사론자였다. 그는 화서의 문하에서 김평묵과 유중교로부터 존화양이(尊華攘夷) 사상을 익혔는데 만동묘 철폐(1865)와 병인양요(1868)로 대내외적 위기가 고조될 무렵에 뼛속 깊이 화이론자(.. 2018. 12. 31.
‘구미’ 하면 박정희? 이 사람도 기억하라 [선산 톺아보기 ①] 왕산 허위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구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상모동에서 태어나 이 고장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해 오늘의 '구미시'를 만든 장본인이다. 당연히 그의 자취는 곳곳에 남아 있다. 상모동에 그의 생가가 공원화되어 있고, 생가 앞을 지나는 왕복 4차로에 '박정희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미, 왕산 허위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보다 앞서 2002년에는 그 전해에 개관한 구미실내체육관의 이름을 '박정희체육관'으로 변경했다. 박정희 시대의 '영욕과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는 지역 정서에 묻혀 버렸다. 예의 '박정희로'에 2009년 3월 박정희·.. 2018. 12. 30.
광복 73돌, 허은·이은숙 여사도 마침내 서훈 받다 73돌 광복절을 맞아 정부는 건국훈장 93명(애국장 31명·애족장 62명) 건국포장 26명, 대통령 표창 58명 등 177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수여한다. 해마다 수여하는 포상이긴 하지만, 이번 포상에는 여성 26명 대거 포함되어 있어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광복절 독립유공자 177명 포상에 여성 26명 포함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허은 여사와 ‘혁명 가족의 안주인’ 이은숙 여사에게 건국훈장을, 서울 배화여학교 재학 시절 3·1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했다가 일경에 검거되어 옥고를 치른 여섯 명의 소녀들(김경화·박양순·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에게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다. 1920년 3월 1일, 배화여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은 일제의 감시 속에서 1년 전의 독립 만세운동을 재현, 기숙사 뒤편 .. 2018. 12. 30.
[오늘] 1908년 오늘-경성감옥에서 이강년, 허위 선생 순국하다 1908년 10월 13일과 21일, 8일 간격으로 두 분의 독립운동가가 경성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하였다. 1907년 경기도 양주에서 조직되었던 항일의병부대 십삼도창의군(十三道倡義軍)의 호서(湖西)창의대장 운강(雲崗) 이강년과 진동(鎭東:경기·황해)창의대장 왕산(旺山) 허위 선생이 그들이다. 경성감옥에서 순국한 두 독립운동가, 누가 먼저인가 경성감옥은 1906년 통감부 경무 고문 마루야마 시게토시(丸山重俊)가 한국 내 감옥의 수용 능력 부족을 지적하면서 신축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1907년 8월, 500여 명의 수용인원 규모로 건립되었으나 이듬해 10월에 정식으로 열었다. 1912년에 마포에 새 감옥이 세워져 경성감옥 이름을 가져가자, 서대문감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운강 이강년이 순국한 날은 10월 13.. 2018. 12. 30.
그 노래의 울림, 멕시코 민요 제비 시방 슈퍼 태풍 ‘제비(Jebi)’가 일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다. 제비는 2018년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할 뿐 아니라 일본에 상륙한 태풍으로도 25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이란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참새목 제비과의 여름 철새를 이른다. 제비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조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시골에서 처마 밑에 진흙으로 만든 둥지를 만들고 살던 제비를 이웃하고 자랐다. 삼월 삼짇날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중양절(重陽節)인 9월 9일에 날씨가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이 길한 날로 여기는 것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제비, 혹은 이별의 상징, 멕시코 민요 인간과 친숙한 새여서 제비는 문학에도 등장한다. 제비는 오스카 와일.. 2018. 12. 30.
[오늘] 1971년 12월 9일, 베트남으로부터의 귀환 어젯밤 뉴스룸의 ‘내일’을 보고 오늘(12월 9일)이 1971년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청룡부대’ 1진이 귀환한 날이었다는 걸 알았다. 뉴스시간마다 다음날의 간략한 역사를 전하는 '내일'은 의 ‘지식채널이(e)’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내일'이 소개한 베트남 파병의 모든 것 어젯밤 방송된 ‘내일’은 1분 39초 동안 베트남 파병의 시작과 끝, 그 얼개를 간략하게 보여주었다. ‘개선’이라 불리던 청룡부대 1진의 ‘부산항 입항’ 순간을 소개하며 시작된 이 꼭지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베트남전에서 전사하거나 순직한 5,099명과 ‘그 땅에서 죽은 모든 넋들…)을 환기하면서 끝난다. 짧지만 ‘내일’은 베트남전 파병과 관련된 요긴한 배경지식들을 제공한다. 1965년에 첫 전투부대를 파병한 .. 2018. 12. 29.